감독 : 데이빗 핀처 주연 : 에드워드 노튼(나레이션), 브레드 피트(테일러 더든 役), 헬레나 본햄 카터(말라 싱어 役)
내 방 책꽂이에는 DVD가 딱 하나 꽂혀 있는데, 한 십년 전?? 다음에서 했던 무슨 이벤트에 당첨돼서 선물로 받은 “파이트 클럽”이다. 하지만 DVD를 받았을 당시에는 집에 DVD 플레이어가 없어서 보지 못했고, 나중에 플레이어를 샀을 땐 보고픈 마음이 이미 사라져 한번도 플레이 되보지 못한 채 고스란히 책꽂이에 꽂혀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묻혀 있던 이 영화를 이제야 본 이유는 요즘들어 갑작스레 반전영화가 보고파서 막 이리저리 유명한 반전영화를 찾고 있었는데, 게중에 “파이트 클럽”이 있었고, 그래서 새삼스레 다시 관심이 생겨 보게 됐다. 내 DVD가 아닌 다른 걸로 보긴 했지만..ㅋ
“에드워드 노튼”은 살짝 찌질해 보이고, “브레드 피트”는 허세 돋긴 했지만 꽤 멋있었던 “파이트 클럽”...
솔직히 "파이트 클럽"은 아주 간략한 최소한의 영화 줄거리와 반전영화라는 정보만으로도 그 반전이 무얼지 충분히 예상이 됐다. 때문에 실제로 반전이 일어났을 때 짜릿한 전율 같은 것은 없었다. 영화의 초반부는 다소 지루했고,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얘기가 흘러갈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에드워드 노튼”과 “브레드 피트”가 서로 싸우는 얘기(?)로 알고 있었는데, 언제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련지, 혹시 내가 영화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다가 ‘테일러 더든’(브레드 피트)이 등장하면서부터 안심(?)이 되었고, 그때부터 맘편히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초반부엔 너무 오버해서 반전을 생각했는지 ‘말라’까지 “에드워드 노튼”이 만들어 낸 허구의 인물이 아닐까 했다..ㅋㅋ 후반부에 역시나 예상했던대로의 반전이 이루어졌지만, 그렇다고 영화의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았다. 나름 재미있게 의미있게 영화를 보긴 했지만, 한가지 아쉬운 건 ‘테일러 더든’의 허세 쩌는 대사들이랄까?? ㅋ 정말이지 손발이 오글오글... 우리가 지금 누리고 살고 있는 문명의 혜택들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현대문명의 폐해?! ...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는 알겠으나, 직접적으로 말로 내뱉으니 어찌나 닭살 돋던지..ㅋ
마지막은 너무 영화다워서(?) 실소한 부분도 있었지만, ‘테일러 더든’의 작전이 실패로 끝나지않고 멋지게 성공해서 한편으론 통쾌한 느낌도 들었다. 그전까진 그의 소행들이 그저 광기에 휩쓸린 미친X 짓거리 같아서 제발 “에드워드 노튼”이 멈춰주길 바랐는데 말이다. 하지만 “말라”와 두 손을 마주잡고 ‘테일러 더든’의 유작(?)을 웃으며 감상하는 모습에서 그도 진정 바랐던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어쩜 마지막 남은 그가 진짜 ‘테일러 더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테일러 더든’의 완전한 붕괴를 뜻하는 웃음이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