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 휴 잭맨(로버트 앤지어 役), 크리스찬 베일(알프레드 보든 役), 마이클 케인(커터 役)
역시나 반전 영화를 찾다가 알게 됐다. 최대한 스포에 유의하며 영화에 대한 최소한의 검색을 하려 했지만, 새드 엔딩이란 사실과 대략적인 줄거리를 안 상태에서 본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를 보기 전 줄거리만 봤을 땐 ‘보든’이 실은 ‘앤지어’의 잃어버린 동생이라는게 반전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아주 빗나간(?) 생각은 아니었다는..ㅋ
“프레스티지”는 놓쳐버린 부분과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두번이나 봤다. 확실히 두번째 볼 때는 처음 봤을 때 뭔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그러려니 하고 지나쳐버렸던 부분들의 의문이 풀리면서 실속있게 영화를 본 느낌이 들었다. 모르는 문제에 체크를 해두면서 풀었던 시험지를 다시 한번 훑어보니 그제서야 못 풀었던 문제들이 술술 풀리는 느낌이랄까??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보든’이 묶은 매듭이 그냥 매듭이었는지 이중 매듭이었는지 였다. 그런데 두번째 볼 때 보니 확실히 이중 매듭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앤지어’에게 끝내 사실을 말하지 않은게 난 너무 화가 난다. 아무래도 이중 매듭을 묶은 건 ‘보든’이 아니라 ‘프레드’(‘팔론’보단 ‘프레드’라 말하는게 맞는 것 같다. ‘팔론’은 이 사건 이후에 나타난 인물이고, ‘팔론’을 어느 한 쪽이라 칭하기는 어려우니까...)였던 것 같은데, 자긴 아니니까 잘 모르겠다고 답한(분명 ‘프레드’로부터 진실을 들었을 것 임에도..) ‘보든’도, 제 멋대로 행동한 ‘프레드’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과 ‘팔론’(프레드)의 삶을 희생이었다고 말하는 ‘보든’... 그 잘난 희생 덕분에 도대체 몇 사람의 인생이 망가졌는지... ‘앤지어’의 아내, 그리고 ‘보든’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아내, 마침내는 또다른 자신이라 여기는 ‘팔론’과 ‘앤지어’까지...
나는 ‘팔론’의 죽음 역시 자업자득이라 생각한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희생은 누구를 위한 희생이었단 말인가?? 결국은 최고의 마술사란 호칭을 받고 픈 명예욕, 성공욕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 눈엔 그저 자신들만 할 수 있는 마술이란 우월의식에 빠진 자만덩어리들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항상 제멋대로 행동하는 통제불능 ‘프레드’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 물론 그런 그를 제어하지 못하고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인 ‘보든’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들의(보든, 팔론) 이기심으로 인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잘 알면서도 철저히 외면한 채 그걸 희생이라 여기는 지지리도 못난 자식... 희생이란 나를 버림으로써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도 모르면서 감히 희생을 거들먹거리는 시건방진 놈.. 결국 그렇게 지켜낸 희생이란게 그 잘난 순간이동 마술을 보러 오는 수많은 관객들을 위한 것이란 말인가?? 그저 눈속임일 뿐인 마술쇼에 열광하는 멍청한 관객들을 위해서?? 어차피 그들은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마술 따위는 까맣게 잊을 텐데...?? 결국은 무대 앞에서 수많은 관객들로부터 갈채를 받고픈 인정 받고 픈 자신들의 욕심 때문이었으면서...
그런 ‘보든’은.. ‘앤지어’를 죽일 권리가 없었다. 그리고 ‘커터’ 역시 ‘앤지어’의 죽음에 동조 할 권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앤지어’의 편을 드는 건 아니다. 그가 품었던 아내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이 자신의 자존심에 난 상처에 대한 복수심으로 바뀌는 순간 그도 이해받을 수 있는 선을 넘어서버렸으니까.. 물론 항상 도발을 해왔던 건 ‘프레드’였지만...
처음에 봤을 땐 ‘토머스 에디슨’이니 ‘테슬라’니 기계니 뭐니 그런 것들을 사실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왠지 영화의 흐름과 쌩뚱맞아 보였달까?? 시대상으로 보나 극의 흐름으로 보나 SF적인 내용이 나올리 없다고 생각했기에 기계가 가진 기능(?)을 철저히 무시했더니 마지막 부분이 잘 이해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나 궁금해서 후기를 찾아 읽어봤다. 그랬더니 그 기계가 가진 기능(?)이 진짜였다는... 다시 영화를 보니 오프닝부터 기계에 대한 복선이 깔려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앤지어’의 순간 이동 마술이 이해가 됐다. 하지만 기계의 존재는 여전히 쌩뚱맞아 보인다. ㅡ_ㅡ; 영화라는게 무한한 상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지만, ‘보든’의 마술이 별다른 트릭이 없었던 것 처럼 ‘앤지어’의 마술도 현실적이길 바랐기에 더 그런 맘이 들었는지도...
그런데 계속해서 남는 의문점이... 마지막의 ‘앤지어’는 과연 진짜 ‘앤지어’일까?? 기계안에 있는 ‘앤지어’와 기계 밖의 ‘엔지어’... 과연 어느 쪽이 진짜인거지?? ‘앤지어’가 처음 기계를 실험 할 당시엔 분명 기계안의 ‘앤지어’가 진짜 ‘앤지어’ 같았는데, 무대 위에서는 기계안의 ‘앤지어’가 밑으로 떨어지고.... 뭐, 어느 쪽이 진짜 ‘앤지어’든 마지막의 ‘앤지어’는 진짜 ‘앤지어’가 아니라는 결론...??
암툰 마지막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영화다. 반전이란 것도 ‘보든’의 경우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금새 눈치챌 수 있는 단서들이 산재해 있고, ‘앤지어’의 경우가 그나마 반전스럽지만, 앞서 말했듯 그 반전이란게 내가 원치 않는 설정이어서 그닥 공감이 가지 않았다. 반전이니 뭐니 아무런 정보도 기대감도 없이 봤다면 좀더 열린 마음으로 스스럼없이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좀더 재미있게 봤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