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못드는 새벽.. 마땅히 볼 만한 프로그램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롱 키스 굿나잇”을 보게 됐다. 아주 오래전에 꽤 재미있게 본 영화였기에 방가움에 도중에 졸음이 오는 것도 참으며 끝까지 봤다.
“롱 키스 굿나잇”은 지금도 몇몇 장면들이 인상깊게 남아있다. 전직 암살요원이었던 '찰리'(지나 데이비스)는 임무 수행중 아이를 임신한 채 낭떠러지에 떨어져서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고 평범한 주부 '사만다'로서 새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교통 사고를 계기로 어렴풋이 과거를 기억하기 시작하는데... 주방에서 요리를 하던 그녀는 처음에는 서툴게 칼질을 하다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칼질이 빨라지자 신나게 이것저것 막 썰어대다가 흥분하여 다트하듯 벽에 칼을 던진다. 그리고 그 모습을 벙찌게 바라보는 남편과 딸.. 점점 빨라지던 그녀의 칼질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고조되다가, 마지막에 벽에 칼을 꽂을 땐 순간 움찔하면서도 스릴감을 느꼈더랬다.
자신의 과거가 궁금한 그녀는 사립탐정(사무엘 잭슨)을 고용하여, 과거의 약혼자라고 추정되는 남자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는 약혼자가 아니라 과거에 자신이 제거해야했던 타켓이었다. 그녀가 기억상실증이란 걸 믿지 못하는 남자는 물레방아에 그녀를 묶고는 물에 그녀를 담갔다 뺐다 고문하면서 왜 자신을 찾아왔냐고 추궁한다. 고문에 시달리던 그녀는 그 고문이 자극이 되어 과거의 기억이 돌아오고... 물에 잠겨 있는 동안 물속에 있던 시체에서 총을 꺼내들고, 남자가 물레방아를 돌려 그녀를 건져올리는 순간 남자를 향하여 탕~!! 탕~!! 탕~!! 멎지게 그를 제거한다. 한 손은 물레방아에 묶여 있고 다른 한 손으로 남자에게 총을 겨누던 '지나 데이비스'의 모습은 그 어떤 남자 액션 배우보다도 멋있었다. 이 장면은 상냥하고 수수했던 평범한 주부인 '사만다'의 모습에서 터프하고 냉혹한 암살요원 '찰리'로 돌아가는 장면이기에 영화에 있어서도 극적인 재미와 본격적인 스토리 진입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두 장면이 “롱 키스 굿나잇”의 최고 백미가 아닐까 한다.
그 밖에도 이번에 다시 보면서 새록새록 잊었던 장면들이 되살아났다. 헌데 어찌된게 후반부로 갈수록 전혀 기억이나지않아 새로운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는..^^;
언젠가 Tv에서 영화소개 프로그램이었던가?? 이 영화에 대해서 그리고 '지나 데이비스'에 대해 혹평을 했던 적이 있다.(워낙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최고의 액션 영화 중 하나다. 액션영화는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확실히, 아주 제대로 깨 준 영화가 아닐까 한다. 데미 무어, 안제리나 졸리.. 등등 여자가 주인공인 액션물들 중에선 단연 으뜸!! 솔직히 배우 자체의 연기력이나 액션만 놓고 본다면 으뜸이라 칭하기 부족할지 몰라도,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장면들이 많았기에 “롱 키스 굿나잇”을 내가 지금껏 본 여자가 주인공인 액션 영화들 중 최고로 뽑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