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닐 조던 주연 : 스티븐 레아(퍼커스 役), 포레스트 휘테커(조디 役), 제이 데이비슨(딜 役)
반전영화란 자고로.... 절대로 그 영화가 반전영화란 사실을 모르고 봐야 제맛인가보다. 일단 그 영화가 반전영화라는 걸 안 시점부터는 영화를 보는 자세가 확연히 달라지니 말이다. 숨겨진 반전이 무엇이든 내 꼭 기필코 맞추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긴달까? 상대가 없는, 지극히 자기소모적인 싸움을 스스로에게 걸게 된다. 자신에게 무슨 대단한 분석 능력이라도 있는 마냥, 오만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영화를 본다. 반전을 맞추기라도 하면 영화에 대한 재미는 반감되지만 자족감(?)을 얻게 되고, 설사 못 맞춘다해도 그만큼 생각지 못한 반전의 재미를 즐길 수 있으니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극이 진행될 경우는 실망감과 허탈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내겐 "크라잉 게임"이 그런 영화였다.
그토록 실망감이 컸던 이유는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고, 틀림없이 그 기대에 부응해 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던 것 같다. 영화를 보기전에 최소한의 정보만을 얻을 목적으로 영화를 본 사람들의 의견을 검색해 봤었는데, 하나같이 다들 평이 너무 좋았기에 이번만은 진짜 믿어도 될 것 같은 확신이 들었었다.
범죄 조직의 일원과 인질로 만난 '퍼커스'와 '조디'.... 인질 주제에 퍼커스의 마음을 교묘히 흔드는 조디가 왠지 의심스러웠다. 조디는 인질로 잡힌 게 아니라 상부의 비밀스런 명령을 받고는 인질로 위장하여 퍼커스의 조직에 자연스럽게 침투하기 위해서 일부러 잡힌 것이며, 젤 만만한 퍼커스를 상대로 그의 마음을 교란시켜 마침내는 조직 전체를 말살 시키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임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내가 추측해 본 첫번째 반전의 전말이었다. 이후에 죽음 앞에서 조디가 도망을 시도하고, 때마침 군인들이 들이닥쳤을 땐 내 추측이 맞았음을 거의 확신했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사건을 뒤로하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퍼커스는 조디가 생전에 진심으로 사랑한 단 한명의 여자라고 얘기했던 '딜'이란 여자를 찾아간다. 하지만 퍼커스는 그에게 조디의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의 주위를 맴돈다. 조디가 사랑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퍼커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지만 딜에 대한 마음은 점점 더 켜져만 간다.
처음 '딜'을 보자마자 알았다. 여자가 아니란 것을.... '설마... 딜이 여자가 아니라는게 반전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그건 너무 시시하잖아.... 그래, 그건 아닐꺼야...'라고 나는 그 부분은 철저히 외면했다. 누가봐도 한 눈에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겠건만, 그렇게 눈에 뻔히 보이는 반전은 있을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도록 더이상의 반전은......... 없었다.
도대체 뭐가 반전이라는 건지....ㅡㅡ;;; 나는 또다른 경우의 수로 조디가 딜에게 퍼커스를 보내도록 유도한 것이며, 분명 사전에 딜과 모종의 계획이 있었고, 그 함정에 퍼커스가 빠진 걸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레 두번째 반전을 가정해 보았었다. 뭐,, 결국 이런저런 경우의 수들은 모두 보기좋게 어긋나가버렸지만....
초반에 인질이 된 조디가 손이 묶인 채 소변을 못보고 곤란해 하며, 퍼커스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묘한 느낌이 들긴 했었다. 그때도 혹시 이거 조디와 퍼커스의 동성애를 다룬건가?? 라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었는데, 뒤의 흐름으로 보아 '조디'와 '딜'... 그리고 '퍼커스'와 '딜' 그들의 관계에 대한 복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로지 나의 목적은 "반전" 하나뿐이었기에 처음부터 왜곡된 시각으로 영화를 볼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정작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모두 놓쳐버리고 만... 남은 건 실망감과 허탈감 뿐이었던 "크라잉 게임"... 만약 반전이니 뭐니 영화에 대한 어떤 기대나 편견없이 봤다면, 지금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감동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단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