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를 뒤돌아 보면 한번도 소리내어 내뱉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 힘겨웠던 시간들이었다.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는 오로지 시간밖에 없었고, 나는 필사적으로 시간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시간은 그런 나를 쉬 감싸안아주지 않았다. 오늘만 버텨내면 내일은 조금은 괜찮아지겠지.. 하는 기대를 안고 고된 하루를 버텼지만, 내일이 와도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가 계속됐다. 그러다 이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음에 작은 안도를 느끼다가도 또다시 와르르 무너져내리고...
하지만 나는 작은 시련앞에서도 스스로 자신을 놓아버리던 나약하고 어리석었던 예전의 나와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시간이 지금은 이토록 잔인해도 틀림없이 그 넓은 품안으로 나를 받아들여 줄 날이 올거란 것을 굳게 믿었기에, 참고 참아냈다. 그렇게 일분일초.. 하루이틀.. 한달두달을 버텨내는 동안 두 번의 계절이 바뀌었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고, 지금의 나와 조우하게 됐다. 한결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나와...
끝이 보이지 않던 그 암흑같던 날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아니, 살기위해선 기필코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점점 가중되어 가는 회사 업무와 예기치못한 사고(?)는 나의 발목을 붙들었다. 여름에 못간 휴가를 뒤늦게나마 가려고 계획해 두고는, 그 날이 마치 구원의 날이라도 되는 것마냥 오직 떠날 날만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갔건만, 산산히 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때의 절망감이란.... 더이상.. 희망이란 없어보였다.
여전히 반복되어지는 일상들...
그리고 전보다 더욱 피폐해져 가는 내면..
숨 쉬고 싶었다. 나를 위한 시간이 너무도 간절히 필요했다. 그래서 지친 몸과 그보다 더 지친 마음을 안고 기차에 올랐다. 한 주의 고된 업무를 마친 금요일 밤 마지막 기차에...
어둠이 무겁게 깔린 공간속을 달려 닿은 곳은 정동진이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까만 어둠속 너머 파도소리가 들리고, 건너편으로는 작고 아담한 정동진역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출을 바라보던 순간보다도 정동진역에 갓 발을 닿았던 순간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코끝에 닿았던 산뜻했던 밤의 공기와 어둠을 훑으며 하얗게 부서지던 파도와 역을 밝히던 가로등 불빛과 역 간판 불빛...
그 모습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에 온기가 퍼졌다.
서서히 어둠이 걷혀가고, 바닷가엔 일출을 보기위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제각각의 사연을 안고 제각각의 소망을 안고 왔지만, 모두들 한 곳을 바라보고, 한 마음으로 일출이 떠오르길 기다리던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괜스레 외로워지던 나...
홀연 어디든 떠나면 조금은 마음이 머릿속이 산뜻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는 몸과 마음으로 나선 무박 여행은 오히려 독(毒)이었다. 일출이 내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도약의 상징이 되어주길 바랐건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결의를 다져보아도 나 자신에게 건네는 격려의 말들은 가슴에 와닿기도 전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어둠이 모두 걷히고 빛으로 가득한 아침..
반짝반짝.. 바다가 이제 막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할 쯤,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는 피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다를 등지고 되돌아섰다. 힐링이 필요해 떠났건만 킬링이 되어버렸던 여행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와 얼마나 더 힘들었던지...
정동진 일출 여행 이후, 한달 뒤 또다시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지금 나는 올 해 들어 첫 여행을 앞두고 있다. 역시나 혼자 떠나는 여행이다. 이번 여행은 어떤 추억들을 쌓게 될련지.. 설레임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제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니 맘껏 즐기고 오리라...
:) 혼자 떠났던 정동진 해돋이 기차여행②- 청주에서 정동진 가는 법&정동진 카페 썬(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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