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요시 신사 정문으로 나와서 라쿠스이엔을 찾아가는 길,,
지도상으로 보니 스미요시 신사와 라쿠스이엔은 바로 가까이에 붙어 있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든 쉽게 라쿠스이엔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무작정 스미요시 신사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 골목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났다.
첨엔 길냥이인가 했는데, 다시 보니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은 듯 한데다 이름 있는 품종의 고양이 같았다.
너무 귀여워서 반사적으로 사진기를 들이댔는데, 이 눔의 녁석들.. 셔터만 누를라 치면 고개를 홱홱 돌려댔다. 그때 뒤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고양이 이름을 부르셨다. 역시나,, 집에서 길러지고 있는 고양이였다.
센스있는 아주머니 덕분에 완벽한 정면샷 성공!!
아주머니는 집 앞 텃밭? 공터? 에 빵 부스러기인지 뭔지를 뿌리고 계셨다.
혹시 고양이들 밥 주는 거냐니까, 까마귀들 밥이란다.
일본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라더니, 그래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계신 걸까?
까마귀 밥까지 챙기다니.. 신기했다.
아무생각없이 무작정 골목을 따라 들어왔더니, 또 다른 길목을 마주해버렸다. ^^ㆀ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나가야 하나 하다가 왠지 바로 근처에 라쿠스이엔이 있을 것 같은 직감(직감은 개뿔~ㅋ)이 들어서 마침 건물 앞 마당을 청소하고 계신 아저씨께 길을 여쭈었다.
아저씨는 물어 본 내가 민망할 정도로 당황(?)해 하셨다.
하지만 바로 빗질을 멈추시고, 길가로 나오셔서 설명을 해주셨다.(라쿠스이엔은 내가 있던 곳의 반대편에 있었다.ㅋㅋ) 내가 느끼기엔 충분히 잘 설명해주셨는데, 본인은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고 여기셨는지, 혹시 지도 가지고 있느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지도를 보여드렸더니 지도의 글씨가 너무 작다며, 잠시 기다리라더니 안으로 들어가셨다. '지금 설명으로도 충분한데...'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가지고 나오신 건 안경이었다. 그냥 대충 봐도 될 것을 안경까지 쓰고 보시려 하다니... 감동의 물결이 철썩~ 밀려왔다. 헌데, 아저씨는 또 뭐가 부족하다 여기셨는지 다시 안으로 들어가셨다. 이쯤되니 길을 물어 본 내가 미안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는... 다시 나온 아저씨의 손엔 웬 지도가 들려있었다. 아저씨의 지도는 인근 지역도인지 내가 가지고 있던 지도보다 디테일 하면서도 훨씬 보기 쉬웠다. 아저씨는 지도를 펼쳐 현재 위치와 스미요시 신사, 그리고 라쿠스이엔의 위치를 하나하나 직접 짚어주시며 설명을 해주셨는데, 쓰나미급 감동이었다. +_+
처음에 당황하셨던 것도 제일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를 생각하시느라 그랬던 것이었다. 첫번째로 가르쳐주셨던 길은 스미요시 신사 정문을 지나 가는 방법이었고, 두번째는 스미요시 신사를 내를 가로질러 가는 방법이었는데, 글쎄, 두번째로 가르쳐주신 길은 다름아닌 내가 처음에 스미요시 신사를 찾아 들어갔던 길이었다는.....^^ㆀ
그때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며 걸었다면 좋았을 것을.....^^;;;
암툰,, 대충 설명해 주셔도 되는데, 최선을 다해 최고의 방법을 찾아서 설명해 주시던 아저씨.. "정말 감사했어요~ :)"
앞 포스팅에서도 설명했지만, 스미요시 신사에서 라쿠스이엔을 찾아 간다면.. 사진 속의 왼쪽 문으로 나가서 오른쪽 담벼락을 따라가다 보면 왼 편에 있다.
분명 처음 스미요시 신사로 올 때도 그 길로 지나갔건만 그땐 왜 못 봤을까?? ^^;;;
입구부터 청량함이 가득~ 절로 기분이 상쾌해지는 길이다.
라쿠스이엔에서는 정원을 감상하며 말차도 마실 수 있다.
입장료는 100엔, 그리고 말차는 300엔이다.
라쿠스이엔을 찾은 이유는 무엇보다 다다미방에 앉아 말차를 마시며 정원을 감상하고 픈 이유가 제일 컸기에 당연히 말차 티켓도 함께 샀다.
사람이 많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다미방에서 말차를 마시고 있는 이들은 여인네 둘 뿐이었다. 그리고 정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 럭키! :)
먼저 정원부터 둘러보기로....
정원의 벚꽃을 마주한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왔다.
벚나무는 단 한 그루 뿐이었지만, 초록잎들 사이에 홀로 있으니 더욱 눈부셨다.
여리고 싱그러운 초록잎들 사이로 빛을 내뿜는 벚꽃, 그리고 연못과 다리 위로 은은히 떨어져 있는 벚꽃잎들...
머리 위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는 벚꽃도 아름다웠지만, 작은 나무 다리에 내려앉은 벚꽃잎들도 무척 아름다웠다.
연못에도 벚꽃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연못을 유유히 휘젓고 다니는 커다란 잉어떼들....
평범한 잉어들 마저 벚꽃잎들로 특별해 보였다.
혼자서 정원을 거닐고 있노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래서 한참이나 정원에 있었다.
보고 또 보고....
정원은 도심 속 정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 소리 뿐......
정원을 한참이나 둘러본 후 차를 마셨는데, 차를 마시고 나서 한번 더 정원을 둘러봤다.
그제야 일본인 할머니 두 분이 찾아오셨는데, 아주 열성적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시며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보시고는 금새 돌아가셨다. 할머니들 마저 떠나시고도 한참이나 있던 나는 북적북적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할 때 쯤에야 라쿠스이엔을 빠져나왔다.^^
라쿠스이엔은 이제 벚꽃은 끝이라고 생각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차에 다시 벚꽃을 볼 수 있었고, 그 벚꽃이 유독 아름다웠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이 한 장면을 볼 수 있던 것 만으로도 오길 참 잘했다, 란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럭키~! :)
내가 차를 마실 타임엔 방에 아무도 없었다.
방 뿐만 아니라 라쿠스이엔 내에 손님이라고는 나 뿐이었다.
평일 아침만이 줄 수 있는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큰 다다미방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이라는 게 이 모양~^^;;;
행여나 사람들이 많아 이 열린 문 앞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혼자 독차지하게 될 줄이야...ㅎㅎ
족자와 꽃병이 놓여진 도코노마와 화로...
방에 있으면 직원이 말차를 가져다 주는데, 차를 내려놓고는 머리가 땅에 닿을 만큼 고개를 숙여 절을 한다. 한번도 료칸은 이용해 본 적 없지만, 료칸에서 오카미상(여관 여주인)의 접대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방문 앞 정원을 바라보며 마시는 말차 한 잔의 여유,,
근데, 이 느낌은 꼭 막걸리 잔 들고 있는 것 같은....^^;;;
말차는 맛으로 먹는다기 보다는 차 한잔을 마셔도 이렇게 정원을 바라보며 마시던 일본의 옛 전통을 체험해 본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 좋다. ^^ㆀ
이때는 흩뿌리던 비 마저도 거의 멈춘 때였는데, 빗소리가 들릴 정도로 비가 내려 주었더라면 더욱 운치있었을 것 같다.
오롯이 혼자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라쿠스이엔!
그때 그 시간이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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