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JR북큐슈레일패스 3일권을 미리 사두긴 했지만, 현지에서 실물 패스로 교환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기에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과연 잘 바꿀 수 있을지, 지정석은 여기서 미리 알아본 시간표대로 잘 예약할 수 있을지....
후쿠오카에 도착한 날 숙소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매표소(하카타 역 내)로 달려가 줄을 서고, 초조한 기다림 끝에 직원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교환과 예약을 마치고 나서야 한시름 마음이 놓였다.
▶ JR북큐슈레일패스 3일권 구입→환전→여행자 보험
▶ 숙소(타카타니야)에서 하카타 역까지 걸어가기(JR 북큐슈레일패스 지정석 예약하기)
JR북큐슈레일패스는 말 그대로 JR 노선의 북큐슈 전역을 정해진 기간 동안(3일권/5일권이 있음) 횟수에 상관없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패스이다.(단, 패스를 이용하는 첫날부터 연속 사용만 가능하다)
가고시마와 미야자키까지도 갈 수 있는 큐슈 전역의 JR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패스도 있지만, 막상 여행 일정을 짜다 보니 6박 7일이란 기간은 결코 길지 않았다. 그리하여 북큐슈도 5일권은 무리란 결론 끝에, 3일권 패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언젠가 다시 큐슈에 가게 된다면 그땐 욕심을 부려 한 2주 머물면서 전큐슈를 구석구석 누비고 싶다.
그땐 사진 속 기차를 모두 타봐야지!
JR 노선의 기차들은 각 노선마다 다양한 기차들이 운행되고 있는데, 기차들 모양도 각기 다르고 독특해서 일본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난 기차 덕후는 아니지만, JR 노선의 기차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모든 기차를 타고 싶단 도전 욕구가 들끓는다.^^ㆀ
▶ JR 큐슈 열차 소개
여행 둘째날은 JR북큐슈레일패스를 이용하는 첫 날로 유후인과 히타에 갔다.
딱 여행하기 좋은 시기에 찾아서인지 평일이었음에도 첫 기차인 특급 유후마저 지정석은 이미 매진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유석을 이용했는데, 출근 시간대라 사람이 많았음에도 다행히 서서 가는 불상사없이 앉아갈 수 있었다.
유후인 역에 도착하자마자 후다닥 앞으로 달려나가 찍은 특급 유후!
특급 유후는 클래식함이 느껴지는 열차였다.
뭔가... 아련한 추억이 묻어난달까?
유후인에서 히타로 갈 때도 특급 유후를 이용했다.
유후인 역 안에는 무료 족욕장이 있는데, 히타 역 내에는 커다란 게다(일본 나막신) 모형이 있었다.
히타 역에서 하카타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정차해 있던 다른 지역으로 가는 기차도 보았다.
얼핏보면 특급 유후랑 색만 다르고 모양은 같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면 다르다.
달랑 1량짜리였는데, 색이 샛노래서 꼭 유치원 차량같았다.ㅋ
JR 노선의 인기 열차 중 하나인 유후인노모리!
유후인 일정을 짜면서 시간 상 못 탈 줄 알았는데, 다행히 돌아갈 때 탈 수 있었다.^_^
유후인노모리는 "유후인의 숲"이란 뜻으로, 이름 그대로 숲 느낌을 담은 기차이다.
외관도 숲을 닮은 짙은 녹색이지만, 내부는 이렇게 바닥이 모두 나무로 되어 있다.
역시나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앞으로 후다닥 달려가 전면샷을 담았다.
당시는 명성보다 별로네~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렇게 보고 있으려니 그리움에 뭉클해진다.
다시 저 기차 안에 앉아서 달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끝없이 여행하고 싶단 생각이 간절하다.
유후인노모리가 유명한 또다른 이유는 바로 기차 내 사진 서비스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승무원들이 쓰는 모자를 쓰고, 당일 날짜가 적힌 유후인노모리가 그려진 팻말을 든 모습을 승무원이 직접 개인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준다.
나는 혹시나 유후인으로 갈 때만 있는 서비스가 아닐까 했는데, 유후인노모리를 타면 언제 어디서 탑승했든 상관없이 제공되는 서비스 같았다.
너무 피곤해서 잠시 눈을 붙이려고 했는데, 사진 찍어준다기에 벌떡 일어나 좋다고 냉큼 모자와 팻말을 받아들었다. 그런데 모자를 잘못 써서 모자의 노란색 띠가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ㅜㅜ
그리고 여자에게는 여자 승무원의 모자를, 남자에게는 남자 승무원의 모자를 주는데, 남자 승무원 모자가 더 멋있단 사실~!! ㅋ
"저는 남자꺼 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유별나 보일 거서 같아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여행 셋째날은 벳부에 갔다.
당연히 파란색 소닉일 줄 알았는데, 소닉과도 전혀 모양이 다른 하얀색 기차가 똭~!!
흰색 소닉도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나는 색깔만 다르고 모양은 같은 줄 알았기에 순간 내가 플랫폼을 잘못 찾았나 했다.
기차가 들어왔는데, 들어온 기차는 카모메란 이름을 달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후 곧 소닉으로 바뀌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카모메가 소닉으로 운행되기도 한단다.
원래 카모메는 나가사키 운행인데, 나가사키에 가지 않고도 탈 수 있다니~~! 럭키!
덕분에 새로운 기차 하나 더 타보는 구나~! 히히~^^
벳부로 갈 땐 하카타 역에서 에끼벤을 사들고 탔다.
원래 일본에서는 기차 내에서 자유롭게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지만, 그래도 옆에 생판 모르는 누군가가 있으면 신경쓰일 텐데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옆 자리엔 아무도 앉지 않았다.
카라아게(닭튀김) 도시락!
정말이지 다 맛있었다.
아니, 카라아게 밑에 깔린 스파게티 면은 빼고!
아! 생강도 빼고! ㅋㅋ
평소 싫어서 안 먹는 연근까지도 어쩜 그리 맛나던지...
밥에 보슬보슬 뿌려진 계단지단과 정체모를 나물.. 완두콩, 감자고로케, 계란말이, 꽃모양 어묵, 삶은 버섯, 유부까지!
남김없이 싹싹 다 먹었다.^^
벳부 역!
벳부 역 앞에는 웃기게 생기신 할아버지 동상과 손을 담가볼 수 있는 온천이 있다.
동상의 주인공인 할아버지는 벳부를 온천도시로 관광화 시키는데 큰 공을 세우신 분이라고 한다.
벳부의 역사는 잘 알지도, 그닥 알고 싶지도 않아서 관심없지만, 벳부 역 하면 앞으로 이 할아버지 동상이 함께 떠오를 것 같다.^^
수욕(손을 담그는 온천) 주변엔 공사중인 듯 했지만, 온천물은 이용해 볼 수 있었다.
오기 전에는 꼭 손 한번 담가봐야지 했는데, 가늘지만 비가 오고 있어 그랬는지 우산을 받쳐든 채 손을 담그기가 귀찮아서 그냥 슬쩍 보기만 했다.^^;
돌아올 땐 원조 소닉, 파란색 메탈 소닉을 탔다.
원래는 지정석을 예약해 두었지만, 갑자기 빗줄기가 거세져서 지옥 온천 순례를 일찌감치 마치는 바람에 예정보다 일찍 벳부 역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지정석을 예약해 뒀던 기차를 포기하고, 평일이기도 했고, 출퇴근 시간도 아니라서 자유석으로 타도 무방할 것 같아 바로 있는 기차를 탔다.
왼쪽은 자유석 모습, 오른쪽은 지정석 모습이다.
지정석의 의자는 머리 받침이 미키마우스의 귀 모양처럼 생겼는데, 기차에서 내려 창 너머로 보고는 기다렸다가 지정석을 타고 오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한 가지 소닉의 특이했던 점!!
고쿠라에서부터는 기차의 방향이 바뀐다.
그래서 고쿠라에서는 대부분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의 방향을 바꾸는 재미난 모습이 연출된다.
의자의 머리부분 끝에 보면 손잡이가 달려있고, 밑에는 발판이 있는데, 손잡이를 잡고 발로 발판을 누르면 눈 깜짝할 새에 의자의 방향이 바뀐다.
직접 해보기 전에는 어떻게 방향이 바뀌지? 의자가 회전을 하나? 하고 이런저런 상상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해보면 참 싱겁게도 제자리에서 뚝딱 바뀌어 버린다.
여행 넷째날에는 구마모토성과 남장원에 갔다.
구마모토에 갔다가 하카타로 돌아왔다 다시 남장원으로 가는 일정이었음에도 하루에 거뜬히 소화할 수 있었던 건 구마모토까지는 신칸센이 운행되기 때문이었다.
구마모토까지 운행되는 신칸센으로는 미즈호, 사쿠라, 츠바메가 있는데, 셋 중 미즈호가 가장 빠르다.
33분이면 구마모토까지 갈 수 있다.
가장 느린 츠바메로도 최대 5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 구마모토이다.
위 사진은 츠바메로, 나는 갈 때는 미즈호, 올 때는 사쿠라를 이용했기 때문에 직접 타지는 않았다.
아침에 구마모토로 갈 때 미즈호 기다리는데 옆 라인에 서 있길래 냉큼 찍었을 뿐!
미즈호 내부!
JR 기차를 타면 승무원이 와서 표나 레일패스를 검사하는데, 신칸센에서는 갈 때도 올 때도 승무원이 오지 않았다.
지정석 같은 경우 표를 앞자리에 꽂아 두면, 승무원이 다가와 알아서 검사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이렇게 꽂아두었건만...^^;
내가 타고 가는 기차가 제일 빠른 미즈호라는 걸 생각 못하고 사들고 탄 에끼벤!
그래도 JR 기차를 타는 마지막날이니 당연히 먹어줘야 했음!! ㅋ
이번에 산 도시락은 칠리새우 도시락!
이번 것도 성공!
이번 건 카라아게만 빼고, 모두 맛났다.
여기에 든 카라아게는 생강맛이 나서 별로였다. ㅡㅡ;;;
처음엔 밥이 크기도 작은데, 딱 세 덩어리 뿐이라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
헌데 먹다보면 결코 적지 않음!
은근히 안 줄더라는...ㅋㅋㅋ
먹다보니 그새 다음 역이 구마모토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래서 그 뒤부턴 허겁지겁....ㅎㅎ
구마모토 역에서 구마모토 성까지는 노면전차를 타고 갔다.
구마모토에는 이렇게 도로 한 가운데에 전차가 다닐 수 있는 노선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구마모토성·시청 앞 승강장
구마모토성에서 승강장으로 내려왔을 때 앉을 곳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런데..의자가 없,, 없어..ㅜㅜ
자세히 보니 벽면에 접이식 의자가.....^^;;;
이렇게 의자가 접이식으로 되어 있으니 승강장이 더 넓고 깔끔해 보였다.
구마모토의 노면전차들은 저마다 표면이 달랐는데, 마치 하나의 거대한 광고판 같았다.
이건 피자헛 전차!
파자헛의 고유색인 빨강과 흰색으로 이루어졌다.
앞에 쓰여진 영어는 어디 회사 이름인가 하고 자세히 봤드만, "아레코레 민나(이것저것 모두)"로 일본어다.ㅋㅋ
진짜 저런 이름의 회사가 있는지, 아님 이건 무슨 공익 광고버젼인가?? ^^;
기린과 젯스타 광고 전차!
특히 젯스타 광고 전차가 예뻤다.
타보고 싶었지만, 목적지가 다르잖아...ㅜㅜ
구마모토성에서 구마모토 역까지 타고 온 전차!
구마모토에서 하카타로 돌아갈 땐 사쿠라를 타고 갔다.
요게 사쿠라!
앞코가 길쭉허니 뻗어나와 있다.
요건 옆 라인에 서 있던 미즈호!
아침에 못 찍었는데 이렇게 갈 때라도 보게 되서 참 다행이었다.
근데,, 사쿠라랑 모양이 같은데?
앞에 들어온 불 색만 다르고...
하카타 역에 도착하자마자 이번엔 남장원으로!
아! 바쁘다! 바뻐!
남장원엔 사진 속에서처럼 어마어마하게 큰 부처님이 참으로 편안하신 얼굴로 옆으로 누워계신다.^^;
남장원도 JR 노선이긴 하지만, 다른 JR 노선들처럼 예쁘고 독특한 기차를 탈 수 있지는 않다.
다만 JR패스로 이용 가능하니까 구마모토와 하루 일정으로 묶었다.
남장원은 이렇게 일반 기차를 타고 간다.
바닥에 빨간색 선과 파란색 선이 사선으로 엇갈려 있어 무언가 하고 봤더니 줄서는 선이다.
아이디어 굳!
저렇게 엇갈려 줄을 서면 양 라인으로 아무리 사람이 많이 줄을 서도 복잡하지 않겠다.
남장원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또 하나 독특한 모습을 발견!
문 옆에 접이식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었다.
더 많은 자리를 제공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모르는 사람과 붙어가길 싫어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지는 몰라도 저렇게 제각각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사람들을 보니 참 일본다운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마지막 남은 저 한자리에 가 앉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자리가 그리 썩 편해보이지 않아서 말았다.^^ㆀ
3일간의 JR 북큐슈레일패스 여행은 이렇게 끝이났다.
원래는 구마모토성과 아소산을 하루 일정으로 묶을 생각이었다.
그럼 딱 주말이라서 주말에만 운행되는 특별 열차 아소보이도 탈 수 있었는데....
하지만 아소산은 작년 11월에 분화한 이후 정상까지 운행하는 로프웨이가 계속 중단 상태이고, 쿠사센리도 4월에는 푸른 모습을 볼 수 없는 것 같기에 포기했다.
유후인, 히타, 벳부, 구마모토, 남장원!
그래도 이정도면 3일 동안 야무지게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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