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체력 좀 보충한다고 투어 픽업 시간보다 한시간 반이나 일찍 숙소로 돌아와 잠깐이라도 눈 좀 붙이려했으나, 징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 심신은 점점 피폐해져만 가고.....ㅠㅠ
결국 퀭하고 멍한 상태로 말라카 투어가 시작됐다. 내가 첫번째 픽업자였는데, 약속시간보다 오분 일찍 가이드분이 도착했음에도 나 다음부터는 오분, 십분씩 딜레이가 됐다.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교통 체증은 한국 못지않게 정말 심했다.
친구끼리 온 여자 둘, 세살이 채 안 된 남자아이를 둔 부부.. 반딧불이 투어 때처럼 여섯명이 함께 했다. 첨엔 어린 아이가 있어 칭얼대기라도 하면 여행이 엉망이 될까 걱정했는데, 대견하고 고맙게도 투어내내 너무도 얌전히 있어주었다.^^
말라카로 향하는 길..
둥근 돔 모양의 철골을 보고, 단번에 모스크를 짓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이드분 말로는 말레이시아는 평범한 모양의 건축물은 애초에 허가가 나지 않는단다. 그래서 말레이시아 건물들이 그렇게 하나같이 다 독특하고 예쁜가 보다.
그리고 말레이시아는 개발도상국답게 곳곳에 공사중인 곳이 엄청 많다. 향후 몇년후엔 얼마나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지 몹시 기대되는 나라다.
차 안에서라도 잠시나마 눈 좀 붙여볼려 했으나, 역시나 잠은 오지않고, 아침부터 비의 기운을 무겁게 끌어안고 있던 하늘은 결국 비를 쏟아냈다. 하지만 금방 그칠 걸 알기에 조금도 걱정되진 않았다.^^
말라카가 가까워오자 가이드분이 말라카에 대해 짧막한 설명을 해주셨다. 기본적인 정보는 미리 알아둔 상태였지만, 미처 몰랐던 새로운 얘기도 듣게 되어 꽤 유익했다.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로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가 공존하는 다민족 국가라서 그 다양성을 쉽게 엿볼 수 있는 나라다. 쿠알라룸푸르에 불교사원(관우사원), 힌두사원(스리 마리암만 사원), 이슬람 사원(마스지드 자멕, 마스지드 네가라)과 함께 영국 식민지 시절의 건축물들이(세인트 메리 대성당,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 등등) 서로 근접하게 모여있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말라카는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 도시로 등재되었을만큼 더욱 다양한 문화들이 산재되어 있는 곳이다.
말라카는 말레이시아가 시작된 곳이라 할 수 있는데,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한 왕자가 왕권이 전복되자 처음엔 싱가포르로 갔다가 그곳에서의 상황이 여의치 않자 말라카로 도망와 왕조를 세웠다. 그것이 말레이시아 왕조의 시작이라고 한다. 말라카는 서양과 중국의 무역 거점으로 점차 번영하게 되는데, 무역의 중심지였던 만큼 서양 열강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눈독을 들였다. 이후 말라카는 포르투칼, 네덜란드, 영국, 일본의 잇따른 침략을 받게 되었고, 그 모든 문화적 양식들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무이의 도시가 된 것이다.
말라카에 도착.
무덥기로 소문난 악명이 무색할 만큼 말라카의 날씨는 매우 평범(?)했다. 잠시 내렸던 비가 더위를 한풀 꺾어준 것 같았다.
날씨만큼은 럭키!!
말라카에서 첫번째로 간 곳은 세인트 폴 교회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에는 네덜란드 총독과 장관들의 공관으로 쓰였다가 현재는 역사 민족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스태이더스 앞 주차장에서 오른쪽 기슭?(세인트폴 언덕)으로 올라가면, 하늘색과 흰색의 색감이 지중해를 연상시키는 건물이 산뜻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계단을 다 올라서면 바로 마주하게 되는 동상의 주인공은 프란시스 사비에르이다. 동방에 카톨릭을 포교한 인물로, 중국에서 죽은 후 인도 고아로 이장되기 전에 세인트 폴 교회에 6개월간 안치됐었다고 한다. 그리고 동상을 보면 오른쪽 손목이 없는데, 가이드분 말씀에 따르면 사비에르를 존경하는 누군가가 무덤을 파헤치고 잘라갔다고 한다.
세인트폴 언덕 위에서 바라다보이는 말라카 해협.
바다가 너무 멀리있어 바다를 제대로 조망하기엔 좀 무리가 있고, 같은 모양의 주황색 지붕 연립식 주택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벽채만 남은 세인트 폴 교회 안으로 들어가는 길..
좀 더 여유롭게 밖에서 전경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가이드분의 인솔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어 너무 아쉬웠다.
세인트 폴 교회는 말라카를 처음으로 점령한 포르투칼이 세운 교회인데, 이후 기독교를 박해한 네덜란드와 영국의 침공으로 현재는 벽채만 남았다.
잉? 교회 안에서 노래를?
우리가 중국인처럼 보였나? 중국인이냐고 물어보고는, 우리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티엔미미~~"하고 아주 오래된 옛 중국 노래를 불러줬다. 만약 한국인이라고 했으면 과연 우리나라 노래를 불러줬을까? 그랬다면 무슨 노래를 불러줬을까?
여유롭게 사진 찍을 새두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인솔~! 뒤돌아 찰칵~!! 그리고 재빨리 눈에도 꼭꼭 담는다.
벽에 비스듬히 세워둔 비석? 관뚜껑?들..
네덜란드 점령시기에 네덜란드 귀족들의 묘소로 사용됐었다고 하더니 그때의 흔적인 듯.
세인트 폴 교회 뒷편 아래쪽에 있는 무덤들..
양 옆으로 무덤이 있었는데, 이때 가이드분이 설명해주긴 했는데 잘 기억이 안난다.^^; 가이드분 설명을 잘 들을라치면, 관람하고 사진 찍을 틈이 없어, 설명은 포기하고 다녔다는..ㅋ
무덤있는 쪽으로 내려오면 산티아고 요새(에이파모사 요새) 뒷문으로 이어진다.
포르투칼이 네덜란드의 침공에 대비해 만들었지만, 결국 네덜란드에게 밀려나고 요새도 손상되어 원래는 4개의 출입구가 있던 것이 현재는 하나의 입구 부분만 남았다.
세인트폴 언덕에서 막 내려왔을 땐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둘러쌓여 있던 산티아고 요새.
산티아고 요새만은 제대로 된 사진을 찍고 싶어, 술탄 팰리스 관람할 때 대충 둘러보고 일찍 밖으로 나와서 맘껏? 바쁘게? 찍어댔다.^^;
이것도 포르투칼, 네덜란드, 영국 중 하나와 관련이 있는 건가?...
욕심같아선 건물도 직접 만져보며 세월의 흐름과 역사를 느껴보기도 하고, 오래토록 머물고 싶었지만, 가이드분의 인솔을 따를 수밖에 없는 투어 일정에 나는 내내 아쉬워해야 했다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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