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밤새 잠 한 숨 못자서 퀭~한 상태였기 때문에, 오후에 있는 반딧불 투어 전까지 그냥 숙소에서 쉴까도 생각했지만, 여행지에서의 느긋함은 죄악이라 여기며, 힘차게 숙소 문을 박차고 거리로 나왔다.
여행 이틀째였던 이 날은 오전에는 숙소 근처 관광지를 둘러보기로 하고, 오후 2시에는 센트럴 마켓 앞에서 반딧불이 투어 픽업 약속이 되어 있었다.
숙소를 나와 첫번째로 들른 곳은, "마스지드 자멕"이다.
"마스지드 자멕"은 말레이시아에 현존하는 모스크 중 가장 오래된 모스크로, 현재 국립 모스크인 "마스지드 네가라" 이전에는 국립 모스크였다고 한다.
*"마스지드 자멕"은 마스지드 자멕 역에서 터널쪽 개찰구로 나오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스지드 자멕에 도착하니, 나보다 앞서 중국인인 듯한 커플 한 쌍이 문 앞을 서성이다가 되돌아가고 있었다.
'뭐야? 문 닫힌거임?? 이룬~ 마스지드 자멕도 개방 시간이 따로 있었어?'
미처 몰랐던 나는 이대로 되돌아가야 하나보다 하고 적잖이 실망하고 있는데, 안에서 아저씨가 친절히 문을 열어 주셨다. 이내 되돌아가던 커플도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차도르는 국립 모스크에서만 입는 줄 알았는데, 마스지드 자멕에서도 차도르를 입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차도르를 입기 전에 방명록이 있길래 작성을 하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내가 커플과 같은 일행인 줄 아셨는지 그 일행과 나를 손가락으로 번갈아 가르키며 "재패니즈?"하고 물으셨다.
잉? 저 커플 일본인이었어?
분명 남자가 중국말 하는 것 같았는데....
유심히 커플을 살펴보니 남자는 아무리 봐도 중국인 처럼 생겼다.^^;
여자가 일본인? 그럼 국제 커플???
방명록에 굳이 이름을 남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나는 그들과 일행인 척, 은근슬쩍 묻어서 그렇게 마스지드 자멕에 들어섰다.^^(그들과 내가 일행이 아니란 걸 눈치 챘는지, 나올때 적고 가라고 해서 결국은 이름을 남기고 나왔다.ㅋ)
* 차도르는 앞에서 무료로 대여해 줌.
너무 커서 사진에 담기엔 불가능했던 마스지드 자멕.
아무리 예쁘게 담아보려 해도 구도가 꽝이다. ㅡ_ㅡ;;;
독특했던 클로버 문양의 아치형 문.
국제 커플(어디까지나 짐작..ㅋ)에게 부탁해서 이쁜척 하고 사진도 찍었다.^_^
높은 빌딩과 견주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첨탑!
도심 속 사원.
사원 안에 있으니 높은 빌딩들이 흉물처럼 보인다.
미처 몰랐는데 지금 사진을 보니, 옥상 난간의 장식들이 별들처럼 보인다.
양파형 돔과 첨탑이 신비로움을 빚어내고, 그 뒤로 보이는 팜나무가 이국적 요소를 더한다.
이렇게 뒤늦게 사진으로 감탄하는 마스지드 자멕!
마스지드 자멕은 멀리서 바라봤을 땐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로웠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 바라볼 땐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 입고 있던 차도르가 너무 더워서 어떻게든 빨리 벗어던지고 싶단 생각에 도나캐나 사진기를 들이밀고 셔터만 똑딱똑딱 눌러대고는 후다닥 나와버렸다.
이렇게 시간이 지난 뒤 돌이켜 보면, 찬찬히 둘러보지 못한게 못내 아쉽다.ㅜㅜ
그렇게나 가까이 있었는데도 한번 더 들를 생각을 못했다늬... 바보같다.ㅜㅜ
이후에 메르데카 광장과 KL 시티 갤러리에 들렀다가 센트럴 마켓 찾아가는 길에 보았던 강.
마스지드 자멕이 턱하니 강줄기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걸 보니, 이 강이 바로 켈랑 강과 곰바크 강이 합류하는 지점인가 보다.
밤의 마스지드 자멕은 실존하는 건물이 아니라 미니어처 같았다.
부킷빈탕에서 되돌아와 마스지드 자멕의 야경을 처음 보고는 말레이시아에 오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날 겪었던 갖은 고생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단언컨대 마스지드 자멕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나홀로 여행족이라면 꼭 들르자, KL 시티 갤러리 (14) | 2014.07.28 |
---|---|
메르데카 광장과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의 낮과 밤 (14) | 2014.07.27 |
말레이시아 여행 첫날밤, 숙소 내 황당 사건!! (24) | 2014.07.24 |
쿠알라룸푸르 지역별 환전소 링깃 환율 전격 비교 (18) | 2014.07.22 |
부킷빈탕에서 마스지드 자멕(숙소)으로 되돌아오기_여전히 좌충우돌 어리버리~ㅜㅜ (12) | 2014.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