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2013. 10. 5. 11:55, Filed under:
별 볼일 없는、일상/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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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알 수 없는 어둡고 긴 터널같던 여름이 지나갔다. 유독 힘겨웠던 여름이었다. 하지만 지독하게도 나를 옥죄던 여름도 자연의 순리에는 어찌하지 못하고 자취를 감추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가을의 공기가 서서히 섞여들며 내 마음도 차차 안정이 되어갔다. 역시 시간만한 약이 없다는 말을 다시 한번 똑똑히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헌데 또다시... 내 마음속에 바람이 일고 있다. 여름엔 금방이라도 나를 통째로 집어삼킬 듯한 화염같은 공기가 가득하더니, 요즘은 아주 조금씩 조금씩 싸한 바람이 스며들고 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뉘운 밤이면 어김없이 머릿속과 마음을 마구 헤집는 생각들.. 두번 다시는 똑같은 생각을 되풀이하여 떠올리는 일이 없도록 어떻게든 정리를 해서 답을 내려 하지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자라날 뿐.. 마구 뒤엉킨 실타래마냥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어지럽다.
싹뚝...
실처럼 가위로 잘라낼 수 있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를 풀려고 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차라리 생각 자체를 하지 말자며 이불을 머리 끝까치 뒤집어 쓰고 애써 잠을 청한다. 그리고 스산한 기운에 눈을 뜨면, 어느새 아침..
무언가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상실감이 마음을 훑는다. 구멍이 뻥 뚫린 듯, 허하다. 그 사이로 자꾸만 바람이 인다. 쓰라리다.
가을의 서늘한 공기 탓일까.
그래, 이번에도 그저 계절탓일 뿐인거야...
그렇게 나는 솔직하지 못하고 또다시 비겁하게 변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