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저녁을 먹고 색깔사주를 보러갔다. 꽤 잘 본다고 입소문이 자자한 곳으로 작년에 한번 들렀었는데, 오늘 다시 찾게 되었다. 그렇잖아도 요즘들어 갑작스레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으로 마음 한 구석이 가득차서 언제 혼자서 사주나 보러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더랬다. 그러던중 월요일, 간밤에 꾼 꿈에 나왔던 친구를 우연히 은행에서 만났고 다음날 점심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화요일, 그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이동중에 타로점 보는 곳을 찾는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마침 우리가 가려던 음식점 옆이 타로점 가게였기에 아주머니와 자연스레 함께 걷게되었는데, 아주머니가 다른데 또 볼만한 곳은 없냐고 물으셨다. 그때 색깔사주 얘기가 나왔다. 친구는 무려 세번이나 봤다면서도 또 가자고 했다.
그래서 재방문하게 된 색깔사주..
퇴근후.. 의도하진 않았지만 색깔사주집 앞에서 만났을 땐 가게안이 사람들로 꽉 차 있더니,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 찾아갔을 땐 운좋게도 기다림없이 바로 볼 수 있었다.
같은 곳에서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체적인 사주는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크게 나쁘지도 않지만, 이렇다하게 좋을 것도 없는...
사주란 것을 보기 전부터 막연히 생각했었다. 내 삶은 이러이러할 것 같다라는 왠지모를 예감이랄까.. 아니, 그보다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정확한(?) 반추랄까.. 아무튼 나의 짐작 그대로 고스란히 나온 사주... 끄덕이는 고개짓이 아팠다.
서글픔?? 씁쓸함?? 체념?? 여러감정들이 뒤섞여 살짝 침울했다.
그깟 사주.. 세상에 정해진 운명이란게 어딨어?? 내 삶은 내가 노력해서 개척해가는 거지.. 하고 쿨하게 괘념치않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도 잘 맞는단 말이지..
참 운도 복도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고, 그래서 억울함에 화도 났지만 언제부턴가는 그러려니하고 체념했는데, 그게 사주에도 나와 있다니 이젠 그쪽으론 깨끗히 마음이 정리가 될 듯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왠지 더 억울하기도 하다.
비록 나 스스로는 별볼일 없는 인생이라 생각했을지언정, 사주에라도 대단한 운이 깃들어있다고 하면 좀더 희망차게 살아갈 텐데..
다시금 확인하고 싶은 몇가지를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물어봤다. 그러나 처음과 같은 대답만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건 내 의지와 노력이 결여된 상태의 것이고, 앞으로 내 의지와 노력의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리라 믿고싶다.
그런데 정말정말 묻고 싶은 걸 하나.. 묻지못했다. 친구가 옆에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혼자였다고 해도 못물어봤을 터..
우회적으로 물은 그 답에 그냥 만족하련다..
다음엔 다른 곳에서 한번 더 보고싶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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