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알해변 끝자락에서부터 숨박꼭질하듯 곳곳에 숨은 금속공예벽화들을 찾아 마을을 훑고 다니다가 마주한 김녕·월정 지질 트레일 표지판.
요 표지판을 따라 걷다보면 김녕·월정만의 지질 자원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나는 주 목적이 벽화를 최대한 빠짐없이 찾아보는 것이었기에 이 표지판을 따르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레 세 곳이나 마주쳤다.
첫번째로 만난 도대불.
도대불은 제주도 민간등대로 실제로 1972년까지도 사용했었단다.
원뿔 모양의 미니미니한 모습이 첨성대와 닮은 듯도..
올라가면 안 됀다는 금지 안내판이 따로 없길래 한번 올라가봤다.
요 위에까지 올라서보고 싶었지만, 다리가 후들후들거릴가봐 차마 그러지는 못함..^^;
등대를 뒤로 하고 마을로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아까 세기알해변에서 방파제에 앉아있던 남자가 내 전처를 똑같이 밟고 있더란...ㅋㅋ
두번째로 만난 게웃샘굴+게웃샘물.
제주도 토박이말로 전복을 '게우', 전복창자처럼 한쪽으로 돌아갔다는 말은 '게웃'이라고 하는데, 굴 모양이 그와 닮았다해서 '게웃샘굴'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철조망으로 막아놔 뭔가 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웬 굴이?
그리고 굴 밑엔 물이...
이 물은 이 굴 바위 틈에서 솟아나 밑에서 소개할 청굴물까지 흘러간다고..
내가 이 앞에서 머물며 안을 들여다보고, 사진도 찍고 그러니까 동네 할머니가 뭐하냐고 말을 붙여오셨다.
샘굴이 신기해서 본다고 하니까 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이 샘굴의 물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 할 만큼 물맛이 좋았으며, 예전에는 근방 사람 모두가 이 물을 길어다 먹었단다.(여기까지는 안내판에도 나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일이 발생, 일본 무당들이 와서 굿도 하고 그랬는데 이 굴이? 물이? 김녕에 안 좋다고 해 일본 교포가 자비로 철조망을 만들었다고 한다.
난 철조망이야 당연히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나라에서 친 거겠니 했는데...
그 재일 교포는 김녕과 어떤 연유가 있어 일본에서 무당까지 델고 와 굿을 하고, 철조망을 친 건지 궁금궁금~
기회가 된다면 좀더 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다.
용천수 중 하나라는 청굴물.
게웃샘굴의 물도 이리로 흐른다고..
청굴물은 썰물 때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는데, 아침에 왔을 때는 못 찾고(내가 못 찾은 건지, 물에 푹 잠겨 안 보였던 건지..), 저녁 즈음에 다시 왔을 땐 마침 썰물 때라 이렇게 훤히 드러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이 완전히 빠져 가까이 다가가 볼 수도 있었는데, 안의 물이 정말 맑고 깨끗했다.
날이 조금만 따뜻했다면 내려가서 손이라도 담가봤을 텐데, 행여나 내려가다 미끄러져 빠짐 낭패일 것 같아 보기만... ㅎㅎ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고, 이렇게 본 것만으로도 행운이라 생각하고 만족해야 하건만, 바닷물에 잠겨 윗부분만 보이는 모습도 보고 싶단 생각이... ^^;
만약 언젠가 다시 또 김녕에 가게 된다면, 그땐 지질 트레일 따라 숨은 지질 자원들을 모두 찾아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