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리는 참,, 호불호가 선명히 갈리는 곳이다.
원래 호불호가 갈리는 의견 앞에서는 좋지 않다는 쪽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이는 편인데, 월정리만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건,,, 다름아닌 단 한장의 사진때문이었다. 해변가에 덩그러니 놓여진 작은 나무 의자 뒤로 눈부시게 맑고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는 사진은 월정리를 가면 필수로 찍어와야만하는 사진인 건지, 월정리를 검색해 들어가는 블로그마다 빠지지 않고 있었다.
물론 이제는 일명 사진빨이란게 존재한다는 걸 익히 잘 알고 있기에, 잘 나온 사진들을 보며 잔뜩 기대치를 키우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월정리를 찾아가는 날, 잘 나온 사진들에서처럼 날이 맑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제주도의 날씨는 첫날부터 내 바람을 배신해쏘오~~~~~~ㅜㅜ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비를 흩뿌릴 것 같은, 제주도의 흐린 하늘 아래,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맑고 산뜻한 바다 풍경은 볼 수 없겠구나 하고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감을 안고 달려간 월정리!!
가는 동안 날씨는 더욱 흐려지고........ 드디어 눈 앞에 월정리 바다가 펼쳐지던 순간!!
실망스러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하늘을 온통 뒤덮은, 바다 가까이 내려앉은 구름들과 잿빛 공기 가득한 월정리는 자꾸만 날씨에 대한 아쉬움을 들게 했다.
월정리에서 한 가지 반한게 있는데, 그건 바로 모래사장이다.
사람 발자욱 하나 없는, 하늘이 내리비칠만큼 투명하고 고운 모래는 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우유니 소금사막도 이와 비슷한 느낌일까?? ..... 일생에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동경하는 우유니 소금사막이 떠올랐다.
월정리에서 젤(?) 유명한, 고래가 될 카페.
외관은 굉장히 삭막해 보인다. 건물 옥상에 놓여진 낡은 풍금이 그나마 건물의 삭막한 느낌을 완화시켜주는 듯... 주변의 다른 카페들이 워낙 화려해서 상대적으로 더욱 초라해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날만큼은 그런 느낌들이 흐린 날씨와 제법 잘 어울렸다.
월정리 해변과 고래가 될 카페가 유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 곳에서 찍은 사진 한 장 때문이라고.
바다를 향해 난 긴 직사각형 모양의 창...
나도 이곳에서 찍은, 모 블로그의 사진처럼 예쁘게 잘 찍고 싶었지만, 흐린 날씨와 앞을 가로막은 자동차, 그리고 그 너머 해변가에서 사진찍기에 심취해 있는 연인 한쌍 때문에 요로케(↑)밖에 찍을 수 없었다능... ㅡ_ㅡㆀ
딱 저 지점에 차를 세워놓은 차주와, 딱 저 지점에서 사진찍고 있던 연인들.... 정말 미웠다.....( .\/.)
지중해 느낌 물씬 나는 카페들.....
하양과 파랑의 조화는 역시 맑은 날과 어울리는 듯....^^;
해변 곳곳에 놓여 있는 작은 나무 의자와 책상...
누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걸까?? 이것들과 함께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잘 나온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사진에선 느껴지지않지만, 이 날 바람이 정말 대단했더랬다. 제주에 온 신고식 제대로 치뤘다.
다행히 목도리를 챙겨와서 칭칭 감고 다녀 광년이 몰골은 면했다는...^^;(그래도 사진을 들여다보면 머리가 바람에 칠랑팔랑... 광년이는... 존재했었다..ㅜㅜ)
해변가에서 높이가 낮은 삼각대로 혼자 사진을 찍는데는 무리가 있어서, 마침 둘이서 사진찍으며 놀고 있는 남학생들에게 사진을 부탁하러 다가가 사진기를 건네는 순간, 갑작스레 밀려든 파도...ㅜㅜ
재빨리 뒷걸음질을 쳤으나, 이미 젖어버린 워커...ㅜㅜ
그나마 나는 많이 젖지 않았지만 남학생 중 한 명은 운동화였는데, 흠뻑 젖었다.^^;;;
괜찮아, 괜찮아, 그네들은 아직 젊으니까~~^_^;;;
맑은 하늘과 산뜻한 에메랄드빛 바다는 담을 수 없었지만, 이렇게 흐린 날의 해변도 나름 운치있는 것 같다.
서해 대천 바다와 남해 통영 바다와는 또다른 빛깔, 또다른 느낌의 제주 월정리 바다...
날씨 욕심을 버리고 보면, 나쁘지 않았다.
월정리를 뒤로 하고 돌아가는 길....
자꾸만 사진에 욕심이 남아, 바쁘게 셔터를 눌러댔다.
에잇! 날씨 욕심, 사진 욕심 그만 부리고 다음 코스로 빨리 가자규~~~!!
제주도 마을다운 낮은 돌담들....
삼다도 제주의 바람, 돌은 충분히 실감하고 돌아가는 구나~!! ㅎㅎ
* 제주공항에서 월정리해변 가는 법
공항 2번 게이트로 나와 100번 시내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차. → 시외버스터미널 안으로 들어가서 700번 동일주 버스표를 먼저 끊은 후(버스카드 사용가능), 4번 홈에서 탑승. → '구좌중앙초'에서 하차 → 반대편으로 건너면 구좌중앙초등학교와 월정리 표지석 사이에 길이 하나 있는데, 그 길을 따라 들어가면 월정리 해변이 나온다.
나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그 앞 정류장에서 바로 700번 동일주 버스를 타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정류장 벽에 붙어있는 버스 시간표에 700번은 없는거다.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 아님, 여기서 좀 더 기다려봐야 하나하고,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700번 버스가 시외버스터미널 안쪽으로 들어가는 거다. 순간 저 버스를 무조건 타야한다는 일념에, 24인치 캐리어를 들고 급히 계단을 뛰어올라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버스는 막 홈으로 들어서고 있었고, 이용객이 많아 줄도 길었다. 한숨을 돌리며 버스 앞으로 가 줄에 무사히 합류했다. 내 차례가 되어 그냥 타려다가 그래도 확인차 아저씨께 행선지를 말하고 가냐고 물으니, 이건 서일주라고....ㅋㅋㅋㅋㅋ 4번으로 가서 동일주 타라고....ㅋㅋㅋ 그래서,, 나는 또 4번 홈까지 미친듯이 뛰었다.ㅜㅜ 무조건 700번 글씨만 보고 뛰었더니, 그런 실수를...ㅋ 만약 안물어보고 그냥 탔다면 대략 낭패였을 거임.ㅜㅜ
무엇보다 어이없는 건,, 여행 일정에 따른 버스 노선이며, 소요시간이며, 타는 법이며 미리 다 적어가 놓고도, 그런 실수를 범했다는 건다. 이미 다 숙지했다고 스스로를 과신했던 것!! 그런데 이래놓고,, 연이어 또 같은 실수를 범했다는....ㅜㅜ
▶ 버스요금 : 공항 → 시외버스터미널 1,000원(950원) / 시외버스터미널 → 구좌중앙초(월정리 해변) 1,800원(850원)
*괄호안의 금액은 버스카드 이용시 금액임. 시내버스는 50원의 할인혜택이 있으나, 시외버스는 할인혜택이 없다. 하지만 환승은 가능, 앞전에 낸 금액을 차감한 금액만큼만 측정이 된다.
이때가 2월 11일이었는데, 조금씩 봄이 오고 있던 제주...
구좌중앙초에서 내리면 정류장 바로 뒤에 있는 유채꽃밭...
지금쯤은 활짝 피어 있으려나? ^^
이제 만장굴과 김녕 미로공원으로 이동~~!!!
월정리 바다를 뒤로 하고 나오는 길... 저만치서 지나가는 버스...!! 이런,, 조금만 일찍 서둘러 나왔으면.....ㅜㅜ 괜찮아.. 괜찮아.. 여행이란 게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거지 뭐, 내 뜻대로 원하는대로 되면 뭔 재미겠어!! 라고 스스로를 토닥토닥...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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