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에서 외돌개 쪽으로 넘어오니 어느덧 1시.
게하에 짐을 풀고, 곧바로 외돌개를 찾아나섰다.
외돌개까지는 충분히 걸어갈만한 거리였다. 하지만 이때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던 지라 걷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고작 한 정거장 거리임에도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탈까도 생각했다. 운좋게도 돌아갈 타이밍에 버스가 딱 정차하고 있던.. 하지만 문도 열어주지 않고 영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다시 걸어서 돌아갔다는... (´-ι_-`)
외돌개를 찾아가는 길이나 사실 외돌개 근처에 있다는 황우지 해안이 더 보고 싶었다.
사진으로 본 황우지 해안은 무척 신비로워보였다. 웅덩이를 이루고 있는 모습 자체도 신비로워보였지만, 무엇보다 짙은 에메랄드빛의 웅덩이 속 바닷물을 직접 꼭 한번 보고 싶었다.
지금 이렇게 힘들어도 머잖아 황우지 해안이 다 보상해 줄거야.. 라며, 기운을 내어 성큼성큼 걷는 길..
길쭉길쭉한 야자수들이 늘어선 길도 지나고...
외돌개와 황우지 해안이 머잖음을 짐작케하는 바다 풍경도 보이고...
당시는 몰랐지만 멀리 보이는 모습이 바로 황우지 해안이라는..ㅋ
야자수와 동백꽃이 함께 있으니 뭔가 오묘한 느낌...
앗!
올레길이다.
이렇게 시작점을 마주하니 왠지 끝까지 걸어줘야 할 것 같은..?
...은 무슨~ (;一_一)
즈질체력인 주제에 가당치도 않은 소리!
그냥 기분만 좀 내기로...ㅎㅎ
자이언트 파인애플 같은... :)
오오~~~
황우지 해안이 먼저 나오다니..
난 외돌개 지나서 나올 줄 알았는데..
이 계단을 내려가면 사진으로만 보던 그 신비로운 모습을 실제로 마주하게 된단 말이지?
막 두근두근.. ( ´ ▽ ` )
그러나..
잉?
......뭐지? 싶은...
도대체 신비로움은 어디에??
물 색깔도 그리 예쁘지 않고, 앞의 웅덩이 두 개는 물이 메마른 듯하고...
실제 마주한 모습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ㅜㅜ
잘 보이진 않지만, 해안가 쪽으로는 말로만 듣던 12개의 동굴이...
송악산에서도 봤었던..
제주도 내 이런 동굴들은 일본군이 태평양전쟁 말기에 미군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네 아름다운 자연들을 마구 훼손시켜서 군사시설로 만들다니...
생각할수록 막 부글부글~~
화가 난다. (`_´)
제발 이제 좀 과거 자신들의 만행에 대해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 좀 했으면...
날은 흐렸지만, 새연교 그리고 문섬과 섶섬이 가깝게 보였다.
2년전 새연교 밑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이 바닷길을 따라가면 뭐가 있을까 하고 궁금해했었는데... 바로 너머에 황우지 해안과 그때 가려다 말았던 외돌개가 있었다니... 그리고 그때 멀리서 보이던 섬은 범섬이었구나...ㅎㅎ
뭔가 조금씩 제주를 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
사진으로라도 예쁘게 담자며 찍고, 또 찍고, 여러장을 찍었지만, 사진조차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때 제주에 와서 첨으로 여행의 재미를 상실했다.
매번 힘들어 죽을 것 같아도 그때마다 아름다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져 다시금 기운을 얻고, 기분도 업돼고 그랬었는데....
이때는 완전히 모든 의욕을 상실, 심지어 우울한 기분마저 들었다.
외돌개고 뭐고 그만 여기서 돌아설까도 생각했지만, 애써 맘을 추스리고 외돌개를 향해 다시 걷기 시작..
넓다란 공터(?)가 나타났고, 전면이 확 트여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환상적인 뷰가 펼쳐졌다.
범섬이 희미하게 보이고..
방금 전에 다녀온 황우지 해안도 보이고...
새연교, 문섬, 섶섬도 보이고...
그냥 가만히 앉아서 파도가 밀려와 촤르르~ 촤르르~ 부서지는 모습만 보아도 좋았다.
그래, 내겐 이런 아름다운 풍경들이 곧 비타민이라규~~~ㄟ( ▔∀▔ )ㄏ
다시 외돌개를 향해 걷는 길...
드디어 외돌개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
대포 주상절리의 바다가 생각나는..
성큼 가까워진 외돌개..
누가 바위 하나 달랑 서 있고 볼 거 없다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능~
생각보다 크기도 컸고, 물개처럼 생겨서는 넘 귀여웠다. (*≧∀≦*)
황우지 해안 때문에 외돌개 쪽으로 오게 된 건데, 기대했던 황우지 해안 보다 별 기대 않했던 외돌개에 흠뻑 반해버렸단... (*˙︶˙*)
날이 흐려 범섬의 모습을 제대로 못 본게 조큼 아쉬웠지만, 범섬은 지난 제주 여행 때 봤으니까 됐지 뭐! :)
이중섭 거리와 정방폭포도 보고 싶었지만, 체력이 도저히 따라주질 않...orz
그리하여 외돌개에서
"오늘 일정 여기서 끝~~~!!"
을 선언했다. ◥(ฅºㅗºฅ)◤
- 외돌개에서 바라다보이는 그곳, 새연교
- 외돌개 근처 다른 관광지, 정방폭포&천지연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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