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최상의 맑음을 보여주었던 야나가와였다.
우리의 배를 맡아주셨던 할아버지도 전날은 비가 왔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며 우리보고 운이 좋다고 하셨다. 게다가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주었다. 배를 타고 가만히 앉아 구경하는 우리네는 좋았지만,할아버지는 바람 때문에 노젓기 힘드시다며 살짝 귀여운 투정을 하셨다.^^
배의 앞쪽 자리가 아닌 맨 끝자리에 앉게 되어 뷰를 감상하는데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할아버지 바로 앞이라 설명은 귀에 쏙쏙 잘 들어왔다.(물론 알아듣는 말만이었지만..^^ㆀ)
할아버지의 억양엔 일본인 특유의 상냥함이 녹아있었는데, 말씀도 꽤 재밌게 하셔서 더욱 즐거웠다. 70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혼자서 노 젓으시며, 내내 끊임없이 이야기까지 들려주시느라 정말 수고가 많으셨다.
야나가와엔 유독 버드나무가 많았다.
그래서 야나가와라는 이름이 붙었나 보다.
(일본어로 버드나무를 '야나기'라고 부르며, 강은 '카와'라고 부른다.)
일본의 유명한 배우 '츠마부시 사토시'가 다녔다는 초등학교다.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츠마부시 사토시가 연예인이 된 후 야나가와에 왔을 때 배를 탔었는데,(이 부분은 자세히 못 들어서 정확치는 않은데, 배에서 막 장어도 먹고 그랬다고 했던 듯...) 그때 죽어도 선글라스는 벗지 않았단다. 연예인이란 원래 그런가 보다며 살짝 그의 뒷담화까지 곁들여 주셨다.^^
배를 타고 가다보면 높이가 낮은 다리를 꽤 여러개 건넌다.
수면이 높을 때는 진짜 납작 엎드릴 정도로 숙여야 한다고 하던데, 우리가 갔을 땐 웬만한 다리는 살짝만 숙여도 되었다.
수로가의 집들...
저 계단에 앉아 수로를 바라보면 참 낭만적일 것 같다며 그렇게 또 난 온전히 여행자 입장에서 감상에 젖어들었다.^^
맨 뒷자락에 앉으니 뒷 뷰 감상하기는 좋구나앙~
따뜻한 봄날의 일광욕을 즐기고 있던 거북이들...
전날 남장원에서도 보았는데, 야나가와에서도 만나니 더욱 방가웠다.
다리를 지날 때면 저절로 수그리게 되는 본능~ ^^
다리를 빠져나와 뒷 배가 빠져나오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벚꽃은 이미 졌지만, 곳곳에 예쁜 꽃들이 피어있어 봄날의 화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는 피로연장이라고 했던 듯....(여기가 아니라 다른데였나? 기억이 가물가물~^^;;;) 안의 사람들을 보시며 이미 식 끝나고 온 모양이라고 하셨다.
야나가와에서는 근처 결혼식장에서 예식을 마치고 나면, 신랑, 신부, 하객 모두 배를 타고 이 피로연장으로 온단다. 야나가와만의 전통인 듯 했다.
또 신랑, 신부는 하얀색 배를 타며, 사진은 미처 못 찍었지만 중간에 어떤 다리를 가리키며 그 다리 끝자락에서부터 신랑 신부가 서로 가운데에서 만날 때 까지 연속해서 사진을 찍는다는 얘기도 해주셨다.
바로 여기서 야나가와 역에서 보았던 모빌(사게몬)의 정체에 대해 알게됐다.
이 집에 사시는 아주머니가 야나가와에서 사게몬을 제일 잘 만드신단다.
이 지점에서는 사진을 찍어준다.
사지는 않더라도 나온 사진 한번 보고 싶었는데...
무슨 영화 촬영 장소였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제일 중요한 영화 이름을 못 들었다.^^;;;
여기서 통나무를 이어 만든 나무 다리가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배 안에서 내가 제일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어느 순간 보니까 나만 쉬지않고 계속 찍고 있더라는...ㅎㅎㅎ)그랬더니 사람들이 막 너도나도 다리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저기에 뭐 있냐고.....^^;;; 배에 타고 있던 손님들 중 혼자 온 일본인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그분이 아무것도 없다니까 다들 저쪽을 쳐다보길래 뭐가 있는 줄 알았다고 하셔서 좀 민망했다.^^;;;(할아버지는 내 고릴라 삼각대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셨는데, 그게 뭐냐고 물으셔서 사진기 세우는 흉내를 내보여드렸더니 무척 신기해 하셨다.ㅎㅎ)
중간에 매점이 있다는 얘긴 들었는데, 이렇게 멋스러울 줄 몰랐다.
또 만난 거북이들...
풀포기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귀엽다.^^
이 사진을 보니 지금 야나가와의 버드나무는 얼마나 눈부실지 궁금해진다.
다나카 요시마사
당시 할아버지가 들려주셨던 설명은 못 알아들었고, 이번에 포스팅 준비하며 알아보니, 그는 400년 전 야나가와 영주로, 지금의 수로를 있게 한 장본인이라고 한다.
뒤에서 오던 배가 우리를 추월해 갔다.
뒷 배는 제법 퉁퉁한 젊은이가 운행하고 있었는데, 뒤에서부터 꽤 시끌벅쩍, 화기애애 했었다.
그는 우리보다 앞질러 가더니 다리 앞에서 배는 승객들만 남겨둔채 흘려보내고, 다리 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그러더니 다리를 빠져나온 배로 사뿐히(?) 뛰어내렸다.
뒤에서 그 모습을 보며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
혹시나 풍덩~ 소리가 들려오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는 젋어서 가능한거라며 자기한테는 저런 거 기대하지 말라셨다.ㅋㅋㅋ
벚꽃은 이미 졌지만, 이렇게 물에 떨어진 벚꽃잎을 보는 것도 나름 좋았다.
벚꽃잎을 가르며 나아가는 배....
야나가와의 또다른 숨은 재미!!
곳곳에 여러 이미지의 갓파가 있다.
장어 요리집....
야나가와는 장어가 그렇게 유명하단다.
그래서 "다자이후ㆍ야나가와 관광티켓" 말고도 향토요리 식사권을 더해 세이로무시(장어찜덮밥)까지 먹을 수 있는 티켓도 있다.
할아버지 말씀으론 야나가와의 장어 요리집들은 담백하고, 달고, 하는 차이뿐.. 다 맛있다고 한다.
이 나무 밑을 지나기 전에 할아버지가 지나갈까 말까 사람들 의견을 물었는데, 반응이 시원찮았다.
그래서 혹시나 안가면 어떡하지.. 난 지나가고 싶은데... 했는데, 다행히 아무 말이 없으면 내 맘대로 지나가겠다며 지나가주셨다.^^
서서히 끝나가는 뱃놀이...
맑고 투명한 하늘, 바람에 살랑이는 버드나무, 예스러워 보이는 이층 목조 건물..
마치 에도시대로 타임슬립한 기분이 들었다.
뱃놀이 내내 좋았지만, 이곳이야말로 최고의 장면, 최상의 순간이지 않았나 싶다.
하선장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서 역 까지 운행하는 무료 송영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평일에는 오후 2시 30분, 3시 30분, 4시 30분에 운행되는데, 이날은 일요이라 사람이 많아 그랬는지 30분 간격으로 운행되었다.
그래서 원래는 2시 30분 버스를 탈 계획이었지만, 좀더 있기로 했다. 그 이유는 배를 타고 오며 거의 후반부에서 마주쳤던 장어요리집에서 새어나오던 냄새 때문이었다. 장어라고는 지금껏 딱 한번 밖에 안 먹어봤을 만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아무리 장어 요리가 유명하다고 해도 먹을 생각이 없었는데, 혹시나 나의 입맛을 180도 바꿔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지나온 물길을 거슬러 그 장어 요리집을 찾아가기는 귀찮고, 데이터는 차단해 둔 터라 맛집 검색은 할 수가 없고, 하선장 바로 앞 장어 요리집은 왠지 믿음이 안 가고.... 그래서 결국은 가지 않았다.ㅋㅋㅋ '좋아하지 않는 음식 아무리 맛있게 한들 입맛이 바뀌겠어?' 라며, 말끔히 포기했다^^;(가격이 조금만 낮았더라도, 큰 고민없이 도전했을지도..ㅎ)
배에서 내렸을 때 2시 30분 버스가 바로 있었는데, 결국 세이로무시(장어찜덮밥)도 먹지 못하고, 그렇다고 마을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그저 하선장 부근만 배회하다 다음 버스를 탔다.
그래도 하선장의 풍경을 좀 더 오래 볼 수 있었기에 그것으로 좋았다.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지금의 이 느낌을 생생히 간직하고 싶어서 눈에 마음에 머리에 꼭꼭 담아두려 했건만, 흐려가져 가는 기억...ㅜㅜ
그래도 2015년 4월 5일 일요일.. 나는 그곳, 야나가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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