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칸 사파리에서 딱 한 시간만 더 있고 싶었지만, 지옥순례를 포기할 수 없어 아쉬움을 꾹 눌러 접고 버스에 올랐다.
아침에 벳부 역에서 아프리칸 사파리로 가는 길, 칸나와부터 유노하나 재배지 구간까지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서 명실상부 온천도시다웠다. 그 모습을 본 이상 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칸나와"에서 내려 밑에서부터 걸어올라가도 되지만, 어차피 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면 밑으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나는 "우미지고쿠마에(바다지옥앞)"에서 내렸다.
무엇보다 시간상 한 곳만 봐야한다면 "우미지고쿠(바다지옥)"를, 그리고 하나 더 볼 수 있다면 "오니이시보즈지고쿠(오니이시 스님지옥)"를, 그러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오니야마지고쿠(귀신산 지옥)"까지만 보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었다.(셋다 "우미지고쿠마에"에서 내려서 가는 게 더 가까움)
먼저 제일 인기가 많다는 우미지고쿠(바다지옥)부터 갔다.(입장료 400엔)
처음 벳부에 와서 놀랐던 건 다름아닌 벚꽃 때문이었다.
벳부가 온천으로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온천도시가 아니라 벚꽃도시라는 명칭을 하나 더 붙여도 될 만큼 벚꽃이 정말 많았다. 날이 맑지 않음에도 벚꽃이 아프리칸 사파리 가는 길을 환히 밝혀 주었더랬다. 맑은 날은 얼마나 더 눈부실까...하는 상상을 하며, 집 밖으로 한 걸음만 나오면 눈 닿는 곳 어디든 벚꽃을 볼 수있는 벳부 시민들이 부러웠다. 그야말로 벳부는 봄! 봄! 봄! 봄이었다.
"지옥순례"에서도 주차장에서부터 시작해 절정에 이른 벚꽃을 만끽할 수 있었다.
우미지고쿠는 연못과 벚꽃나무, 그리고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증기가 볼만 했다.
우미지고쿠 초입에 있는 이곳은 빨간다리와 입간판 너머 연못 아래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배경으로 너도나도 멈춰서서 사진을 찍고 가는 베스트 포토존이었다.
열탕을 보러 가는 길목에 피어있던 벚꽃은 또한번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첫날 후쿠오카성터에서 밤에만 벚꽃을 즐기고 이후 낮에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었는데, 덕분에 우미지고쿠에서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열탕이 아닌데도 증기가 피어오르는 게 신기했다.
우미지고쿠 내 작은 신사는 강렬한 빨간색으로 나의 시선을 강탈했다.
에메랄드빛 열탕은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증기에 가려 제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솔직히 우미지고쿠의 열탕은 사진으로 봤던 모습이 다여서 다소 실망스러웠다. 처음 우미지고쿠의 열탕을 사진으로 봤을 땐 감탄해 마지 않았었다. 사실 사전에 검색하며 너무 많이 봐서 실제로 봤을 때 실망하지 않을까 우려했었지만, 그래도 제일 인기가 있다는 건 그만큼 제일 볼만하다는 게 아닐까 싶어서 1순위로 정했던 건데, 역시 실망해버렸다.^^ㆀ
그리고 열탕은 달랑 이거 하나뿐이었다는 사실!
그래도 온천물이 이런 색도 난다는 게 신기했다.
보기에는 그저 색고운 바닷물 같지만, 열탕의 온도는 98라고 한다. 계란이 삶아져 나오는 온도라고 하니 보기와는 다르게 무시무시하다.ㄷㄷㄷ;;;
사진 속 대나무 밑에 달린 망에서 계란을 삶아 판매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옥순례에서는 그저 관람만 했다. 여기 기념품점에서 손수건 3장을 1,080엔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건 못 산게 조금 아쉽다. ㅡoㅡ; (후지산이나 오뚝이(다루마) 등이 그려진 일본색이 짙은 손수건이어서 선물용으로 딱이라고 생각해 잠시 고민하다가 다른데서 또 볼 수 있겠지 하고 그냥 나왔는데, 이후 그와 같은 건 다시 보지 못했다.ㅜㅜ)
계속 보니까 바닷물이 아니라 수영장 물 같아 보이기도....^^;
전망대라고 해서 벳부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는 건가 싶어 올라가 봤는데, 열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였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밑에서 보는 것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비, 벚꽃, 에메랄드빛 열탕... 그리고 빨간색 토리이...
마음까지 촉촉히 감상에 젖어들게 하는 풍경이었다.
앗! 붉은색 열탕이다!
이것으로 치노이케지고쿠(피지옥)는 간 셈 치기로~^_^
온천물과 냇물이 한데 섞여 흘러내리던 곳이었는데, 역시나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이 위로 올라가면(아마도?? 확실치 않음!) 무료 족욕장이 있는데, 유후인 역 내 족욕장과 달리 사람이 많았다. 하긴 이날 비가 많이 오는데도 지옥순례를 찾아오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아님, 인기 넘버원 우미지고쿠라 유독 사람이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98도의 열탕과 곳곳에서 증기가 분출하는 곳이라서그런지 족욕장의 물은 뜨거워도 너무 뜨거웠다. 유후인의 족욕장은 그에 비하면 한낱 미지그한 온수에 지나지 않았다. 초 단위로 발을 담갔다 뺐다를 반복, 계속 담그고 있는 건 불가능했다. 족욕을 끝내고 일어서는 사람들 마다 종아리가 빨갛게 익어 있었다. 내 종아리도 빨갛게 익었다.^^ㆀ
족욕을 끝내고 바로 옆에 있는 오니이시보즈지고쿠(오니이시 스님지옥)로 향했다.
이곳의 열탕은 꼭 흰색 점토같았는데, 커다란 물방울처럼 동글동글한 원모양에 원의 중심부는 몽글몽글 거품이 일고 있었다.
오니이시보즈라는 이름은 오니이시라는 옛지명+보즈(스님)가 합쳐진 말로, 열탕이 끓어오르는 모양이 스님의 머리 모양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음,, 닮았나? 잘 모르겠다.^^;
무료 족욕장 같았는데, 비가 오고 있어서 이용이 불가능했다.(우미지고쿠의 족욕장은 기둥을 세워 정자처럼 만들어 놓았다.)
돌사이로 증기가 퐉퐉 새어나오는 것이 꼭 증기기관차가 내뿜는 것 같았다.
오니이시보즈지고쿠는 크기만 다를뿐 똑같은 열탕이 네군데(?) 있었는데, 여기가 거품 끓어오르는 모습이 제일 선명했다.
보글보글거리며 몽글몽글한 것이 톡~!, 하고 활발하게 올라왔다.
선명한 거품샷을 찍고 싶었는데, 이 모양~^^;;;
지옥순례는 입장권 대신 저마다 열탕의 모습이 담긴 엽서를 준다.
이걸 보니까 순간 여덟군데 다 돌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상 그럴 수도 없었거니와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는데 좀처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 폐장시간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오니이시보즈지고쿠를 끝으로 지옥순례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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