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정으로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된 건 불과 2년 전이다.
봄에 대한 나의 애정은 내가 그토록 외면하던 벚꽃으로부터 피어났다.
이전까지는 유독 봄이 싫었다.
시린 겨울의 바람을 몰아내고, 따스한 온기가 불연듯 가득 퍼지는 봄.
그리고 봄을 더욱 봄답게 만드는 벚꽃이 필 즈음이면, 봄은 절정에 달한다. 햇살은 따스한 손길로 세상 만물을 어루만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리로 나와 봄을 맞는다. 벚꽃을 즐긴다.
그런 풍경들이 나는 너무 싫었다.
아직도 내 마음은 시린 겨울인데, 그런 내 마음과는 반하는 봄의 풍경들이 꼴보기 싫었다. 그랬던 내가 벚꽃의 아름다움에 반하고부터, 봄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봄이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벚꽃이 피기를 고대하고....
무슨 스페셜판처럼, 올해의 봄은 색다를 거라는 기대감에 초조한 마음으로 촉각을 곤두 세우고 봄을 기다렸다. 다름아닌 도쿄에서 봄을 맞을 테니까! 도쿄의 봄, 벚꽃을 잔뜩 기대하며 떠났던 나홀로 도쿄여행.
맑지 않은, 흐릿하고 멍한 정신 상태로 강행된 도쿄여행 첫 날은, 컨디션 난조! 날씨 난조!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때문에 그토록 고대하던 눈부신 나카메구로의 벚꽃은 볼 수 없었다. 날씨가 맑았더라면, 비가 조금만 덜 왔더라면.... 내리는 비처럼 아쉬움도 추적추적 남았다!!
셋째 날,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나카메구로의 아쉬움을 보상받고도 남을만큼 아름다운 벚꽃을 볼 수 있었지만, 그 아름다움이 진정 가슴깊이 와닿지는 않았다. 다시금 예전 봄의 악몽이 되살아날 것만 같았다.
그래도 도쿄의 봄은 특별했다.
가마쿠라가 있어서, 에노덴이 있어서, 우에노 공원에서 아사쿠사까지 걸어갔던 길이 있어서, 스카이 트리가 있어서... 특히 따스한 봄의 햇살이 만연했던 가마쿠라는 더할 나위 없이 봄다웠다. 가마쿠라로 향하는 에노덴에서 바라본 풍경들 속엔 고스란히 봄이 녹아있었다.
기대했던 벚꽃에서는 정작 봄을 느낄 수 없었지만, 가마쿠라에서 내 몸속으로 속속들이 파고들던 봄의 기운만으로도 충분히 봄다웠던 2014년 4월의 도쿄여행.
하지만,, 내년 봄엔 조용히,, 낯익은 곳에서 봄을 맞이하고 싶다. 벚꽃을 마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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