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의 다섯째날。
드디어 오랜 숙원인 한라산 등반을 하는 날!
그 길엔 전날 내려온 친구도 함께 했다.:)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기 세 달 전쯤인가? 둘이 톡을 주고 받다가 우연히 한라산 얘기가 나왔고, 둘 다 한라산 등반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바로 한라산 등반을 계획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라산 등반을 목표로 겨울 등산용품들을 하나, 둘 준비하고, 예행연습 삼아 동네에 있는 우암산과 옆 동네에 있는 대둔산을 오르내리며 나름 기초 체력을 다지기도 했더랬다.ㅋ
그러나,,
그런 노력을 하는 와중,, 한 가지 걱정스런 부분이 있었으니,,
과연 우리가 한라산을 오르는 날 날씨가 좋을 것인지, 혹시나 기상악화로 오르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섰다. 날을 잡아두고서는 그 이후 눈 소식이 좀처럼 들리지 않아 과연 한라산의 설경을 볼 수 있을지, 눈이 다 녹은 헐벗은 모습을 보게 되는 건 아닐지 또다른 걱정으로 초조했다.^^;
제발!!
우리가 오르기 전날 눈이 펑펑 오고, 오르는 날은 날이 맑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랄뿐이었다.^^;
제주에서의 둘째날,,
성산 게하에서 같은 방을 쓰던 사람들과 서로의 지난 일정과 앞으로의 일정을 얘기 하던 중, 나는 다섯째날 한라산 등반을 할 건데 눈이 녹았을까봐 걱정이라고 하니, 어떤 분이 자기가 전날 한라산 근처를 지나쳐 왔는데, 눈이 많이 와 있더라며 그런 걱정은 하지않아도 될거라고 안심시켜 주었다. 그리고 내 윗층 침대를 썼던 여자 아이는 전날 직접 한라산(영실코스)을 다녀왔는데, 눈이 엄청와서 우의까지 입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설경을 볼 수 있겠구나 하고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_^a
한라산을 오르기 전날.
공천포에서 한라산 게하로 넘어와 다음날 등반을 위해 휴식을 취하던 중, 한라산 등반을 마치고 막 돌아온 그야말로 진짜 산 증인의 경험담을 듣게 되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자면 눈도 많이 오고, 바로 코 앞조차 보이지 않을만큼 온통 뿌열 정도로 날씨가 안좋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결코 만만치않겠구나 싶은게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악조건을 이겨내고 등반에 성공하는 모습을 그려보며 부글부글~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_^
그런데 저녁에 게하측에서 다음날 한라산 등반할 사람들을 모아 설명회를 해주었는데, 내일은 날씨가 오랜만에 아주 맑을 거라는 스텝의 말!!
그 말에 최고의 설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마구 부풀었다!!
하지만 나의 몸은 천근만근..ㅜㅜ
너무도 지쳐있었다. 과연 이 몸을 이끌고 내일 백록담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까??... 살짝 자신이 없어지기도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다시 한번 의지를 불태우며 잠을 청했다!! ^^;
한라산 게하에서는 관음사 코스로 올라가 성판악 코스로 내려오는 걸 추천해 준다. 관음사 코스가 오르기에는 다소 힘들지 몰라도 볼거리가 많다고.
이번 한라산 등반의 목적은 백록담까지 오르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길에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하는 것 또한 중요한 목적이기에 우리는 한 치의 망설임없이 관음사 코스를 택했다.^^
구린굴??
한라산 게하에서는 한라산 등반객들을 코스별로 나누어 목적지까지 봉고차로 데려다 준다. 우리는 당연히 관음사 코스로 향하는 봉고차에 탑승~!! ^_^V
등반을 시작하기 전,,
게하 싸장뉨??이 코스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안전 수칙 등을 일러주신 후, 다 함께 힘찬 구호를 외치며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때 사장님이 조금만 오르면 구리게 생긴 굴이 하나 나온다고 하셨는데, 사진 속 굴이 바로 그 구린굴이다.ㅋ 진짜 이름만큼이나 참,, 구렸다.ㅎㅎㅎ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작은 얼음덩어리를 보며 과연 저 위에는 얼마나 예쁜 상고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_^@
바로 위 사진 속, 아래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부터 비로소 눈 내린 겨울 산을 등반하고 있다는 실감이 서서히 들기 시작!!
초반엔 이렇게 올록볼록~ 작은 눈 구릉이 모여있는 모습만 보고도 감탄해 마지 않아더랬다~~~!! ^^a
한라산 등반을 위해 진입로로 처음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현저히 자신감이 떨어졌었다. 진짜 단 1%의 거짓말도 안보태고, 겨우 2,30도 정도의 경사가 진 길을 오르는데도 왜그렇게 힘이 들던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무거운 납덩이를 들어 옮기는 기분이었다.ㅜㅜ
이제 겨우 시작인데,, 앞으로는 더 심한 오르막길도 나올텐데,, 어쩌지.. 과연 백록담까지 오를 수 있을까?? ㅜㅜ 수없이 고민하다가 끝내는 등산스틱을 사지 않았던게 너무 후회됐다. 스틱이라도 짚고 갔음 덜 힘들텐데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 마다 속으로 통탄의 눈물을 흘렸더랬다.ㅜㅜ
그런데,,, 그렇게 힘들어 죽을 것 같은 내 눈 앞에 나타난 고도의 오르막길!!
이제 정말 죽었구나 싶었다는..ㅜㅜ
계단의 흔적은 사라지고 오르막길이 되어버린 계단...
무거운 다리와 아픈 허리를 이끌고 꿋꿋이 올라와 아래를 내려다보니 마냥 뿌듯뿌듯~^_^/
계단을 넘어서고부터는 앞서 본 것들에 감탄을 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진짜 설경다운 설경들이 나타났다.
마치 엘사의 초대를 받아 겨울왕국으로 초대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날, 그야말로 축복이 아닐 수 없는 게 제주도에서는 일년 중에 날씨가 좋은 날을 손꼽아 보면 한 달 정도밖에 안되는데, 내가 한라산을 오른 날이 바로 그 날들 중 하나라고.ㅎㅎㅎ
하늘은 더없이 맑고 푸르고, 기온은 따듯했다.
고개를 들어보면 파란 하늘 아래, 새하얗게 눈꽃을 피운 마뭇가지들이 드리워져 있고,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은 온통 새하얗고... 그야말로 꿈같았다.
날이 어찌나 좋던지, 등산티 하나만 입고 올라도 전혀 춥지 않았다.
이젠 정말 죽어도 더 이상은 못오를 것 같다 싶은 순간이 찾아올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아름다운 설경!!
그 설경에 취하고 감탄하여 카메라를 꺼내 마구 셔텨를 누르고 있으면, 이미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람들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위에는 더 멋있다고 한마디씩 말씀하셨다는..^^ㆀ 그 분들 중 중년의 부부였는데, 부인 되시는 분이 그와 같은 말씀을 하시니, 남편 분이 냅두라고, 지금 이게 전부인 줄 알고 있기때문에 힘이 나서 갈 수 있는거라고..^^a
정말이지 그 분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또 동감한다.
내가 백록담 정상까지 그 힘든 고비를 여러번 넘기며 오를 수 있던 건 바로 지금 내 눈 앞의 모습에 진정으로 감탄할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더 올라가야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나중을 생각하며 올랐다면, 글쎄~~ 그 길이 얼마나 지루하고 힘들었을까.
저멀리 보이는 삼각봉.
조금 더 오르니 드디어 삼각봉 대피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까지 오면 이제 거의 다 온 거임!! ^_^/(그땐 그런 줄 알았지만,, 실은 여기서도 좀 더 가야함..ㅜㅜ)
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은 정말이지 그 어떤 아름다움보다 아름답다!! *_*
삼각봉 대피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오르기 시작!!
낭떠러지를 지나는데, 나는 설경에 취해 경사의 높이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성큼성큼 앞으로 쭉쭉 나아가 뒤를 돌아봤는데, 잔뜩 움츠려서는 조심조심 건너오고 있는 친구...ㅎㅎㅎ(난 널 절대 비웃지 않았어~~~~!! ^^;;;:;)
낭떠러지에 매달려 바라본 아래 모습!!
나무마저 없었다면 정말 후덜덜했을지도..^^;
하지만,, 앞 방향에 이렇게 멎진 모습이 펼쳐져있는데 어떻게 무서움 따위를 느끼랴~~!!! ^____^
이제 정상이 멀지 않았다규~!! 힘내자규~~!!
웰컴 투 겨울왕국~!!^______^
진짜 겨울왕국으로 향하는 입구 같았던 곳!
하얀 눈밭에 내려앉은 까만 까마귀들...
제주도엔 정말 까마귀가 많더라는~~~@@(제주에서의 마지막날 아침에 보았던 까마귀 떼들은 그야말로 ㅎㄷㄷㄷ~~했다능..ㅋ)
지금 내 앞의 모습이 현실이라고???
판타스틱하고도 판타스틱했던 한라산의 설경!!
저 멀리 제주시 전경이 한 눈에 보일만큼 가시거리도 좋았던... 진짜 최고의 날씨였다!!
마치 하늘을 향해 오르는 길 같았던...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던 설경...
멎진 겨울산의 설경이 담긴 블로그 속 사진들을 보며 너무도 부러워했는데, 직접 내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이제 와 생각하니 진짜 감격의 눙물이라도 한 방울 흘렸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네..ㅎㅎㅎ
새하얀 눈, 새하얀 구름, 새파란 하늘......
우린 정말 축복받았어~~~~~!!!!!!!!!
한라산 산신령님 감사해욧~~~!!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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