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주 월요일...
일하면서는 처음 맞는 여름휴가였다. 하루하루 누적되는 피로감에 마냥 집에서 뒹굴거리고만 싶기도했지만,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픈 열망이 더욱 컸던지라 연일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꼭 어디든 떠나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과 달리 울산, 경주, 부산, 여수 등등 몇몇곳이 여름휴가지로 물망에 올랐지만, 이런저런 여건과 이유로 결국은 당일치기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당일치기의 여행지는 미국 CNN이 운영하는 관광여행 사이트인 CNN Go에서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중의 하나라는 '수원 화성의 방화수류정'으로 낙점되었다.^^
청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1시 28분에 있는 버스를 타기로 하고, 여유있게 한시간 전에 집을 나섰는데 도중에 핸드폰 분실소동이 있었다. 집앞에 와 있다는 친구의 카톡 메세지에 서둘러 나가면서 핸드폰을 잠깐 신발장 위에 올려두고는, 요즘 너무 자주 깜빡깜빡하는지라 핸드폰 챙기는 것을 잊지않을 것을 속으로 몇번이나 되뇌었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잘 챙겨들고(?) 집을 나와 공과금 납부때문에 잠시 은행에 들렀다.
이제 드디어 터미널로 출발~!!
그·러·나..... 막 동네를 벗어나려 할 쯤 핸드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친구는 집에 두고 온 거 아니냐고 했지만, 나는 분명 집에서는 챙겼으니 은행일 거라고 확신하고 은행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어디에도 핸드폰은 없었다. ㅜㅜ 불과 그 몇 분 사이에 누가 집어갔을까하는 의아심이 생기니, 설마??...하는 생각이 한편으로 들었다. 하지만 나의 기억엔 집에선 분명 잘(?) 챙겨갖고 나왔다고...ㅡ,.ㅡ 어쨌든 가볼데라곤 집밖에 없었다. 제발 집에 있기를... 온전히 내 비루한 기억력 탓이기를...
문을 열고 바로 앞 신발장을 확인한 순간... 기쁨과 씁쓸함이...ㅜㅜ
그래도 무사히 핸드폰을 찾아 제시간에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참으로 맑았다. 하지만 날씨를 검색해 본 결과 수원은 강한 소나기가 온다기에 친구는 우산을.. 그리고 나는 비가오지 않고 날씨가 여전히 뜨거울 것을 염두에 두고 양산을 준비했다. 제발 수원의 하늘도 이렇게 맑기를...
사전에 미리 버스노선을 알아두었는데도 막상 수원에 도착하니 어느 버스정류장에서 타야할지 몰라 잠시 갈팡질팡했다. ^^ㆀ 반대편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가.. 결국은 주위 사람에게 물어 세번째에서야 제대로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ㅎㅎ
버스 안내방송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며 장안공원이란 말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창밖으로 성같은 것이 보였다.
우리가 내린 곳은 화서문 부근.. 이때부터 갑작스레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진짜 비가 오긴 오려나보네..ㅜㅜ 불안감이 쭉쭉 수직상승했다. ㅜㅜ
가히 짐작하기 어려운 성 둘레..
어디까지 이어진 걸까??
(총 둘레는 약 5.7㎢라고 하는데, 워낙 거리감에는 둔한지라 쉬 와닿지 않네..ㅎㅎ)
내가 좋아하는 돌계단..ㅎㅎ
저 위에는 뭐가 있는 거지??
흐린 하늘 아래 펼쳐진 풍경이었지만, 그래도 친구와 나를 감탄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원래는 장안문이 있는 장안공원에서 내리려고 했는데, 우리가 내린 곳은 화서공원이었다.
음.. 각각의 문마다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 건가??
이 돌계단에서 기념사진 찰칵~ 찰칵~ 찍어주시고 장안문 입성을 위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저 누각은 무얼까 궁금했었는데, 서북각루였다.
성 밖에서 바라봤을 땐 그저 덩그라니 있는 모습이 그냥 단촐한 옛날 건물이란 느낌밖엔 받지 못했었는데, 후에 서북각루에 올랐을 때의 기분이란...^^
화성에 입성하자마자 젤 먼저 눈에 들어온 보수공사의 흔적...
굉장히 눈에 거슬렸고 실망스러웠는데, 이후로도 곳곳에서 보수공사중인 건물들을 보게되어 그런 마음은 쉬 가시지 않았더랬다.ㅜㅜ 좀처럼 옛정취에 빠져들 수가 없었다는..
성벽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니 장안공원이 나왔다.
화성복원정화기념비.. 故박정희 태통령의 붓글씨를 음각한거란다.
화성일대를 이동하는 열차.. 마치 놀이공원의 꼬마열차 같았다.
타고싶은 마음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과 달리 햇빛은 여전히 뜨겁고 공기는 더웠기에, 열차안에 앉아있는 자체가 더 고역일 것 같았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여기서 내렸을 터..
그래도 화서문에서 장안문까지 성 외벽을 따라 잠시라도 걸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네..ㅋ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성이라니..
장안문 건너편에서 바라보고 있으려니 왠지 더 웅장하고 특별나게 보였다.
수원시민들에겐 그저 일상적인 모습이겠지만...^^;
장안문 안쪽 벤치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나와 앉아계셨다.
그리고 이후로도 성내 곳곳에서 주민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에겐 화성이 관광 명소가 아닌 쉼터인 듯 했다.
장안문을 들어서면 매표소가 있는데, 왠지 느낌이 안사도 될 것만 같았다. 그래도 그냥 지나치기엔 찜찜해서 표를 끊긴 했는데, 진짜 안사도 될 뻔 했다. 관광을 하는 내내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랬는지 아님 원래 검수원이 없는건지는 몰라도 표를 검사하는 사람의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ㅡ,.ㅡa
수원 화성에 대해 여러차례 검색을 해보다가 뒤늦게야 입장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만약 어느 시점에서 더 이상 검색을 안했더라면 몰랐을 텐데.. 하는 얄팍한 생각이 들었다.( /.\) 우리의 문화재를 감상하는데 제 값을 줘야하는 건 당연하건만, 나 진짜 돈 천원가지고 쪼잔하네..ㅜㅜ
입장권을 끊으면 함께 주는 성의 내부 지도다. 그리고 옷에 붙이라고 동그란 작은 스티커도 한 장 준다.
화성에는 4개의 문이 있다. 장안문, 화서문, 창룡문, 팔달문...
그러나 우리가 들른 곳은 고작 화서문과 장안문 두 곳 뿐이었다.
푹푹 찌는 폭염속을 뚫고 완주하기엔 진정코 무리였기에, 우리는 깔끔히 더이상의 행군을 포기했다.^^ㆀ
장안문에서 화서문으로 가는 길...
이쪽 길로는 화홍문, 방화수류정, 창룡문 등이 있다.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성안길..
뱅글뱅글 이어지는 미로속 같다..^^
장안문과 팔달문은 각각 남북의 정문으로 석축으로 된 무지개문 2층에 문루가 세워져있고 벽돌로 쌓은 반원형 옹성이 문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지도에 적혀있다..^^
이 사진을 찍을 땐 그저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올려다봤을 때 장안문이란 글씨가 보이는 느낌이 좋아서 담아봤을 뿐인데, 이 사진과 장안문에 대한 설명이 부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서있던 곳이 반원형의 옹벽이었고 거기서 찍은 이 사진이 바로 무지개문 2층의 문루가 아닐까??
장안문에 대한 설명 표지판..
일단 찍어두고 나중에 읽기..^^
우리는 먼저 화서문쪽으로 이동했다.
솔직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일단 내딛어 본 길...ㅋㅋ
앗!! 대포다...
이것이 무기라니... 무시무시함은 전혀 느낄 수 없었고 그저 귀엽게만 보였다. ^^
앞으로 나아가다가 뒤돌아 바라본 장안문...
무조건 찍어만 뒀더니 지금에 와서는 이게 어떤 사진에 대한 설명인지 헷갈린다..ㅜㅜ
아마 대포가 있던 곳이 북서적대인 듯..
먼 옛날 적진을 향해 쏘았을 총구멍...
그러나 지금의 내 눈엔 그 구멍으로 산뜻한 초록빛 잔디만이 쏘옥 들어왔다.
화서문에서 잠시 휴식을...
각각의 문엔 이렇게 툇마루가 있는데, 여기서 맞는 바람은 정말 최고였다.
더위를 날려주는 상쾌한 바람...
뒤늦게 지도를 펼쳐보며 우리의 현 시점과 앞으로의 이동경로를 확인하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화서문은 장안문만큼 웅장하진 않았던 것 같다.
서북각루로 향하는 오르막길...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서북각루..
그냥 저 멀리 덩그라니 건물이 하나 있기에 저것만 보고 턴~하자 했던 곳이었는데, 처음 화성에 도착했을 때 성 밖에서 바라봤던 그 건물이었다.
1층에 온돌이 있었구나..
진작에 읽었으면 눈여겨 봤을 텐데.. ㅡㅡ^
서북각루에서 바라본 수원 시내 전경...
성 밖에서 바라봤을 땐 이런 숨은 비경을 가진 멎진 곳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
대포구멍을 액자삼아 담아 본 수원시..
근데 여기서 대포 쏘면 진짜 멀리 날아가겠당..ㅎㅎ
처음부터 지도를 눈여겨 봤음 좋았을 것을 우리가 화성에 온 목적인 방화수류정을 보기위해서는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했다.
헉헉... ㅜㅜ
온다는 비는 안오고 절정으로 달아오른 열기에 우리는 점점 지쳐갔다.
화홍문..
이 곳도 수원 화성을 검색하다 사진을 통해 봤을 땐 꼭 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실제로 보고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화홍문 너머로 보이던 저 보수건물도 무지 신경쓰였음... ㅡㅡ^
가뭄탓인가..
콸콸콸 물이 흐르는 수문의 웅장함은 느낄 수 없었다.
물이 좀더 많고 맑았더라면..
드디어 우리가 그토록 보고파했던, 아니 내가 보고파했던 방화수류정에 도착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 달리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준 방화수류정..
여기가 진짜 한국의 아름다운 50곳중의 하나로 선정됐다고?? 납득할 수 없어..ㅜㅜ
저멀리 동북각루는 보수중...ㅜㅜ
바로 저것이 주위 경관을 헤치고 있었다.
동북각루에서 바라보는 방화수류정의 모습은 어떨까??
어쩜 진정한 방화수류정의 아름다움은 그 곳에 있을지도...
북암문..
깊숙하고 후미진 곳에 만들어 적에게 들키지 않고 군수물자를 안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든 문이란다. 유사시에는 문을 닫고 주변에 쌓아둔 돌과 흙으로 문을 메웠다고.. 역시 지도에 적혀있다. ^^
한밤중에 몰래 수레에 잔뜩 군수물자를 싣고 온 병사가 성안의 또다른 병사에게 짐을 건네주는 모습이 연상된다. ㅎㅎ
방화수류정에서 바라본 저 곳은 어디지??
음... 동북포루인가??
성 밖으로 나와 바라본 방화수류정은 한결 운치있고 아름다웠다.
역시 동북각루에서 바라봐야 제 멋일게야..!!
방화수류정을 찾아 가던 길 멀리서 바라본 동북포루의 모습..
처음엔 동북공심돈인줄 알았는데, 지금 지도를 보니 동북포루였나 보다.
한 여름의 폭염을 이겨내지 못하고 많은 곳을 놓치고 온 수원 화성...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 선선한 가을날 다시 찾아 타입슬립한 기분으로 여유있게 구석구석 거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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