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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파쿠와 여름방학을_아이보다 어른에게 추천하고픈 애니

Posted 2016. 1. 19. 19:00, Filed under: 판타지、Drama & Ani/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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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는 전형적인 어린이물인 줄 알았다.
어린 주인공이 전설 속의 동물 갓파와 함께 떠나는 판타지 모험물이겠거니 했다.
그래서 지금껏 거들떠도 안봤는데, 이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ㅎㅎ

갓파쿠를 볼 마음이 생긴 건 런닝타임 때문이었다.
2시간이 조금 넘는다는 걸 알고, 촉이 왔다.
이거 어린이물이라도 단순하고 유치하지만은 않겠는 걸?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첫 시작부터 다소 잔인하고, 안타깝고, 슬프게 시작하는데, 이거 진짜 어린이물이 맞나 싶었다.



에도시대, 아빠가 사무라이의 칼에 죽는 모습을 눈 앞에서 지켜본 어린 갓파는 아빠의 죽음을 애도할 틈도 없이 갑자기 일어난 지진으로 땅속 깊숙히 떨어져 돌속에 박힌채 잠들어 있다가 현대에 이르러 '고이치'에 의해 깨어난다.

이후 고이치는 갓파에게 '쿠'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고이치네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게 된다. 그러나 갓파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며, 매스컴은 갓파 이야기로 뜨겁고, 사람들은 갓파를 보기 위해 고이치의 집 앞으로 속속 모여드는데...



아직 갓파에 대한 소식이 매스컴에 알려지기 전, 고이치는 쿠에게 동료를 찾아주기 위해 갓파마을로 단 둘이 여행을 떠난다.

이때부터 계속 불안불안했더랬다.
냇물 앞에 cctv를 설치해 놓고 갓파가 나타나길 24시간 감시한다는 말이 어찌나 끔찍하던지..

하지만 내 그런 불안 따위와는 상관없이 고이치와 갓파는 신나게 여름을 즐긴다.



고이치네 집 근처에 잠복해 있던 기자들은 여행에서 돌아온 고이치를 강제로 붙들고는 함부로 쿠의 얼굴을 찍어가고, 쿠의 사진이 잡지에 실리면서 매스컴의 열기는 극도로 뜨거워진다.

어쩔 수 없이 세상밖으로 이끌려나온 쿠.
그리고 뜻밖의 재회.

쿠는 자신을 향하는 카메라들이 사무라이의 칼처럼 보여 무섭기만 한데...
그러나 그 어디로도 쿠가 도망칠 곳은 없었다.
어딜가나 쿠를 향해 카메라를 디미는 사람들 천지다.

그들을 피해 달아난 곳이 타워 꼭대기.
그리고 끝까지 그 뒤를 쫓는 카메라.
그 순간 쿠를 향한 기자들의 카메라가 어찌나 섬뜩하던지..
쿠 아빠를 죽인 사무라이의 칼 보다도 백만배는 더 무섭게 느껴졌다.


갓파쿠는 세상은 날로 좋아지고 있지만, 정작 자유로움과는 멀어진 현대 사회의 병폐를 잘 그리고 있다.

대포 카메라를 멘 기레기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까지도 너나 할 것 없이 휴대폰을 꺼내어 쿠를 향해 카메라를 디미는 모습은 정말 경악스러웠다. 그래서 독수리의 피가 그들에게 흩뿌려졌을 때 진심 통쾌했다는.

SNS의 파급력이 급속히 높아진 지금.
갓파쿠를 보고 누구라도 갓파 '쿠'가 될 수 있으며, 쿠에게 카메라를 디미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이 나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가끔씩 들려오지 않나.
무슨 사건이 벌어지면 사건 수습에 나서기보다는 다짜고짜 그 모습을 촬영하는 사람들 얘기.
실제로 그들에 의해 이슈가 된 동영상들.
늘 동영상 속 주인공들보다도 그걸 촬영한 사람이 더 궁금했었다.

갓파쿠를 보며 인간에 대한 회의를 많이 느꼈다.
갓파를 향한 세상의 이기적인 관심은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두려움으로 변하더니 이내 쿠는 경계의 대상이 된다. 쿠는 그저 가만히 있었는데, 그를 대하는 사람들이 변한 것이다. 사람들은 갑자기 변한다는 옷상(고이치네 개)의 말처럼.

왕따 이야기도 잠깐 잠깐 나오는데, 갓파쿠는 문제점만 이야기할 뿐 그것들이 해결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이 곧 현실이라고 얘기하고 싶은 걸까?

갠적으론 갓파쿠에 두 가지 아쉬움이 있다.
하나는 쿠와의 헤어짐에서는 눈물을 흩날리던 고이치가 옷상의 죽음 앞에선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던 모습이다.

대신 고이치의 부모가 옷상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옷상은 쿠보다도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인데, 눈물 한방울도 보이지 않으니 고이치가 미웠다.

또 하나는 라스트 씬.
이게 끝이야 싶게 너무 허탈했다.
고이치와의 재회로 훈훈하게 끝날 줄 알았는데..
혹시나 하고 엔딩곡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봤지만, 더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쉬움이 조금 남긴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고, 감명깊었다.
스토리도 탄탄했지만, 작화도 훌륭했다.
인물들 그림체는 썩 맘에 들지 않지만, 배경 그림이 정말 예술이다.
초록빛 가득한 싱그러운 여름 풍경부터 도시의 모습까지 실사를 보는 듯 정교한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찾아보니 2008년도 작품이던데, 스토리로나 작화로나 지금 보아도 전혀 손색없는 명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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