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2012. 3. 9. 22:36, Filed under:
별 볼일 없는、일상/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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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자학기질이 많긴 하지만, 매번 포스팅을 할 때마다 나 자신이 참 덜떨어진 것 같단 생각에 급격히 침울해진다.
내가 작성한 포스팅들은 아무리 짧더라도,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 작성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쓴 글들이 투자한 시간에 비해 너무 허접하니까 허탈함을 넘어 자괴감마저 든다. 심도있는 전문적인 글을 쓰는 것도 아니면서 뭔 놈의 시간을 그리도 많이 잡아먹는지...
투자한 시간만큼의 값어치라도 얻으면 좋으련만, 늘 포스팅을 마치고 나면 찝찝함이 남는다. 내가 말하는 값어치란 높은 방문자 수도 아니고, 고수익도 아니다. 단 하나... 나 스스로의 만족...
방문자 수와 수입은 그 다음 문제다.
나의 포스팅 속도가 더딘 이유는, 글쓰기 실력은 둘째치고 이미 굳어버린 오랜 습관과 성격때문인 것 같다. 내 진짜 생각을 담아 글을 쓰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난 되도록이면 진실된 글을 쓰고 싶다. 그 어떤 보탬도 모자람도 없이 글 자체가 바로 나인 글을... 그러다 보니, 단어 하나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하게 된다. 만약 기쁨을 표하고 싶다면 어떻게 얼마만큼 기쁜지 먼저 내 마음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은 탓에 듣는 방법을 잃어버렸다. 때문에 어렴풋이 귓가에 맴도는 그 소리를 잡아내느라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글이든 사진이든 그림이든 어떤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이 남들에겐 의식조차 할 수 없을만큼 하찮은 것일지라도 그냥 둘 수가 없다. 꽤 많은 수정작업을 거쳐서라도, 어느 정도 만족(?)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찝찝함을 견딜 수 없어 극도로 초조하고 예민해진다. 아마도 이런 강박증적인 면은 천성인 듯 싶다.
글쓰기가 익숙해지면 좀 나아지려나?? 그럼 얼마나 지나야 글쓰기가 익숙해질까??
글쓰기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면에서 난 참 느린 것 같다. 그래서 스피드를 요하는 요즘 시대엔 절로 뒤쳐질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하지만 나의 이런 느림에도 미학이 있지 않을까??
숲을 보고 나무를 보란 말이 있는데, 다른 의미에서 이 말에 실로 공감한다. 나는 나무에 집착하며 살아간다. 그 나무 하나하나의 결을 보고 잎을 보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정작 그 나무들이 모여 이룬 또다른 그림인 숲은 볼 여력이 없다. 때론 나무보다 숲을 보길 요구는 일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어김없이 내겐 쥐약이다.
확실히 내겐 숲만 보고도 대략적이나마 그 숲을 이루는 나무들을 파악할 수 있는 빠른 통찰력과 숲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결단력은 부족하다. 하지만 나무의 결에 관심을 갖는 세심함과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들여다보는 꼼꼼함이 있다. 그리고 그건 누가뭐래도 나의 장점이다.
언젠가 나의 느림에도.. 숲보단 나무를 보는 삶에도.. 눈부신 영광이 찾아오기를...
뭐.. 영광따윈 없다해도 이런 나를 진정으로 포용해주고 다독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