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데우스(1984)
◎ 감독 : 밀로스 포먼
◎ 주연 : F. 머레이 에이브러햄(살리에르 役), 톰 헐스(모짜르트 役)
◎ 개인적 별점 : ★★★★★(5점 만점)
자그마치 3번이나 본 영화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학창시절 공중파 TV에서 해주는 것을 본 것이 첫번째로 본 아마데우스였다. 그리고 작년에 케이블에서 해주는 것을 본 것이 두번째였고, 이번에 DVD로 본 것이 세번째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감동을 받았던 때는 첫번째로 봤을 때였다. 겨울이었는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가족과 함께 보고 있던 지라 눈물 흘리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뒤집어 쓴 이불속으로 더욱 파고들어가서는 소매자락으로 눈물을 찍어내며 숨죽여 보았더랬다.
내가 눈물을 흘린 건 서서히 병들어 죽어가는 천재의 죽음이 안타까워서가 아니었다.
바로 살리에르...
아무리 갖은 힘을 다해 노력해도 결코 모짜르트의 천재성을 뛰어넘을 수 없는 잔인한 현실앞에서 그가 느꼈을 쓰라린 패배감.. 그리고 좌절감... 그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의 패배감과 좌절감은 고사란히 내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때의 감동이 얼마나 깊었었는지 나는 언젠가 다시 아마데우스를 보리라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작년, 케이블에서 우연히 아마데우스를 다시 보게 되었다.
두번째 본 아마데우스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케이블만의 기나긴 광고와 함께 봐야했기에 집중도가 떨어진 이유도 있었지만, 전혀 살리에르에게 예전과 같은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그에 실망하고 말았어도 되었지만, 처음의 감동을 결코 잊을 수 없던 나는 세번째로 아마데우스를 보았다. 그리고 처음의 감동을 되찾을 수는 없었지만,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감동을 받았다.
세번째 본 아마데우스는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들에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다.
단순히 살리에르가 모짜르트의 천재성을 따라갈 수 없음에 괴로워하는 것으로만 알았었는데, 그의 이면에는 신이라는 존재가 있음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살리에르..
그는 처음부터 모짜르트를 미워하지는 않았었다.
오히려 그의 천재성에 감탄하며 그를 진실로 존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천재라면 그에 걸맞는 도덕적이고 진중한 면모를 갖춘 인간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의 그런 상상과 달리 처음 목격한 모짜르트는 도적적이기는 커녕 음탕하고, 진중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가볍디 가벼운 인간이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살리에르의 고뇌가 시작된다.
신에 대한 진실된 경외심으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자신과 달리, 천재성을 부여받았음에도 그 천재성에 고마움을 느끼기는 커녕 방탕한 삶을 살아가며 겸손함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모짜르트를, 그런 모짜르트에게 은총을 베푼 신을 그는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신에 대한 복수로 모짜르트를 철저히 짓밟으리라 결심하기까지에 이른다.
살리에르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는 모짜르트에게 생전에 그의 아버지가 파티장에서 썼던 앞뒤로 얼굴이 있는 검은 가면을 뒤집어 쓰고 그를 찾아간다. 그리고 진혼곡을 부탁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그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건네준다.
진혹곡을 만들며 서서히 병들어 가는 모짜르트...
그런 모짜르트를 더욱더 압박하는 살리에르...
모짜르트는 끝내 진혼곡을 완성하지 못하고 그의 옆에서 작곡을 도와주던 살리에르에게 그동안 자신을 미워하는 줄로 오해했었다고 용서를 구하며 죽음을 맞는다. 천재 작곡가 모짜르트의 마지막은 너무나 참담했다. 그의 관을 실은 마차가 공동묘지로 향하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인부들에 의해 여러 시체가 나뒹구는 구덩이 속에 던져진다.
자신의 계획대로 신이 빚어낸 최고의 작품을 망가트렸지만, 살리에르는 결코 기뻐할 수 없었다.
남은 한 평생을 죄책감 속에서 살아야 했던 살리에르...
" 모짜르트 용서해줘!
자넬 죽인건 날세! "
하고 울부짖던 영화의 첫장면이 마냥 안타깝게 다가온다.
" 욕망을 갖게 했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지.. "
신을 원망하던 살리에르의 이 말에 나는 미치도록 공감한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공감할 수 없는 말이 딱 두가지가 있다.
「하면 된다.」
「세상은 공평하다.」
정말 하면 될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죽어라고 있는 힘껏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리면 결국에는 그 목표점에 다다를 수 있을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재능이 애초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아무리 해도 안되는 것이 있다. 그걸 깨닫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내에서 목표를 잡아야 비로서 '하면된다'라는 공식이 성립할 수 있는 거다.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그리고 불공평함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누구는 부잣집에서, 누구는 가난한 집에서, 누구는 예쁘게, 누구는 못나게, 누구는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누구는 남들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지능을 갖고.......
살리에르가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모짜르트의 재능을 넘어설 수 없었던 것도 그에게는 딱 그만큼의 음악적 재능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에게는 다른 어떤 면에서 모짜르트보다 더 뛰어난 천재성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진정 하고 싶었던 건 음악이었고, 그 음악에서는 결코 모짜르트를 넘어설 수 없었다.
왜 인간들에겐 그들이 바라는 욕망에 맞는 재능이 함께 주어지지 않는 건지...
세상은 왜 아무리 노력해도.. 간절히 바라도...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 있는건지.....
인간의 간절한 욕망과 좌절을 그린 「아마데우스」.
하지만 내겐 『살리에르』로 기억되는 아마데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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