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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테우해변에서 일몰..

Posted 2017. 3. 28. 23:59, Filed under: 혼자 떠나는、여행/2014~2017 국내_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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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하게도 제주에서 머물렀던 지난 4박 5일(21일~25일)은 내내 흐렸다.
더구나 출발일부터 비소식이 들리더니만 셋째날과 돌아오는 날에도 비가 왔다. 다행히 큰 비가 아녔고, 밤과 이른 아침 사이에만 내려 실질적인 불편은 겪지 않았지만, 단 한 차례도 파란 하늘과 눈이 부시도록 선명한 바닷빛깔을 볼 수 없었기에 아쉽고 또 아쉽다.

그래도 첫날 제주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날이 많이 흐리지 않아 이호테우에서 일몰을 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비단 날씨때문이 아니어도 이런저런 변수로 못 볼 수도 있는 일이기에 기대를 전혀 않했어서 그런가 조금은 부족했던 일몰이었음에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저녁 6시쯤 제주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라서 자칫 연착이라도 되면 일몰 볼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고, 제 시간에 도착하더라도 날이 궂으면 못 볼수도 있었던 상황..

그러나 출발 시간이 조금 지연되긴 했어도 그리 늦지 않게 도착, 공항에 도착해서는 버스를 포기, 바로 택시에 올랐더니 이호테우해변에 제 시간에 닿을 수 있었다.


해변에 도착하기도 전에 택시 안에서 일몰을 보게 될까봐 어찌나 조마조마했던지...

택시에서 내려 해변가로 걸어가면서도 마음이 조급해 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해변에 도착해 저 멀리 아직 하늘 끝자락에 걸려있는 해를 보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이호테우해변의 상징인 빨간 말 등대와 하얀 말 등대가 있는 곳까지는 좀더 걸어야 했다.

등대가 있는 곳에서 일몰을 보고 싶어 택시에 탔을 때 말 등대가 있는 곳까지 가달라고 했었는데, 그땐 아무 말이 없다가 내릴 때가 되어서야 모른다고 했던 기사 아저씨..

진짜 생각할수록 얄밉다. ㅡ_ㅡ;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았지만, 해가 빠르게 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내 이럴까봐 굳이 꼭 찝어서 말 등대까지 가달라고 했던 건데... 쩝..


해가 지는 속도를 주시하며 빨간 등대까지 걸어가는 길...


이때 바람이 몹시 거세고 차가워서 겨울마냥 추웠었다.
파도의 출렁임 또한 높고 거셌는데, 그 역동적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깊고도 넓은 역동적인 바다를 보고 있으면 자연이 얼마나 크나큰 존재인지를.. 그 앞에서 인간은 감히 견줄 수 없을 만큼 미약한 존재일뿐을   온 몸으로 깨닫고는 겸허하고 숙연해진다. 그리고 나를 줄곧 괴롭히는 현실의 고민들이 모두 부질없게 여겨진다.
아주 잠시일뿐이지만, 그 사실이 그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된달까?
그래서 난 자연경관을 보는 여행이 좋다.


나이스 타이밍!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무사히 등대에 도착!
곧이어 일몰의 클라이맥스가 찾아왔다.
태양은 밑으로 떨어질수록 점점 더 붉게 타오르다가 수평선 끝자락에 드리워진 짙은 구름 속으로 쏘옥 사라져버리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내비치던 붉은빛마저 이내 아스러졌다

완벽하다할 순 없었지만, 마음에 남는 일몰이었다.
작년에 협재에서 봤던 일몰보다 더 근사했다.

다음번엔 더 아름답고 완벽한 일몰을 볼 수 있기를...


이제 하얀 등대를 봐야 할 시간..

그러나 하얀 등대까지는 또 거리가 있었다.
첫날부터 무리하면 안 되니까 쿨하고 빠르게 포기하기.. ㅎㅎ


일행인지 각자 따로 왔는지 낚시를 즐기고 있던 이들...

일몰을 보며 하는 낚시는 어떤 기분일까?
언제 낚시도 한번 해보고 싶다.


해가 지고 나니까 등대에 불이 들어왔다.
빨간 말 등대에서는 빨간색 불이.. 하얀 말 등대에서는 초록색 불이 들어왔다.
특히 새초로미 켜졌다 꺼졌다 하는 초록불이 참 예뻤다.


미안하지만 빨간 말 등대는 몸도 빨간데, 불도 빨간색이라 별로 안 예뻤다. ^^;


나처럼 혼자 온 여행자였던...

지금 이렇게 포스팅을 하며 사진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궁금해졌다.
저 여인네는 무슨 사연으로 홀로 제주에 왔었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걷고 있었는지...

나도 담번엔 꼭 이호테우해변에다 숙소를 잡아두고 해가 지고 난 뒤의 해변을 홀로 걸어봐야겠다.


빨간불과 초록불이 동시에 켜지는 순간을 포착!

어둠이 내려도 이렇게 빨간 말 등대와 하얀 말 등대가 불빛을 깜빡거리며 곁을 지켜줄 테니 조금도 외롭지 않을 게야.


안녕!

이호테우해변.
담에 다시 보자!
그땐 좀더 오래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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