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서관에서 포스팅 작업을 하고 있는데, 엄마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바로 받지 않으면 걱정하실까봐 조그만 소리로 "이따 전화할께."란 말을 남기고 얼른 끊었다. 평소에도 가끔 도서관에 있으면 그런 식으로 전화를 받곤 했으므로, 엄마도 당연히 도서관일거라고 생각할 터였다. 도서관을 나오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계신 시골은 눈이 엄청 많이 왔다며, 밖이면 어여 들어가라셨다. 낮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눈올 기미는 전혀 없었는데, 갑자기 왠 눈일까 싶어 통화를 하며 창밖을 내다봤지만, 검게 물든 밖같 풍경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여기는 그렇게 눈이 많이 안왔다며 엄마를 안심시키고 전화를 끊었다.
도서관 문을 열고 밖을 나선 순간...
하늘에선 펑펑 함박눈이 쏟아지고, 바닥에도 주차장에 세워 둔 차들 위에도 제법 눈이 쌓여 있었다. 낮에 집을 나서며 아침에 날이 흐렸던 것을 잠시 떠올리고는 우산을 챙길까 하고 잠시 망설였던 순간이 떠올라 후회가 되었다. 더구나 늘 입고 다니던 모자가 달린 잠바를 벗어던지고, 올 겨울이 지나가기 전에 한번도 못입을까봐 새로 꺼내 입고 온 옷에 하필 모자가 없다는 사실에 또 한번 후회를 했다.
머리엔 눈이 내려앉고, 온 몸이 경직될 정도로 떨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왜그리 멀게 느껴지던지...
마트에 들러, 간단히 저녁으로 먹을거리를 찾다가 지난번에 샀던 야채와 팥이 함께 든 호빵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머리에 뒤집어 쓸 요랑으로 비닐봉투를 하나 얻어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
상가가 즐비한 곳에서는 절대 뒤집어 쓸 수 없음을 깨달았다. __+
하는 수 없이 인적이 드문 곳 까지 와서야 머리에 뒤집어 써 봤지만, 도로가로 지나가는 차들이 신경이 쓰였다.
머리에 썼다 벗었다를 반복하다가 바람에 벗겨진 비닐봉투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런 내 모습이 우스워서 결국은 그냥 버려둔채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니 나 불법 쓰레기 투기 한거네....ㅜㅡ)
그런데 왠지 기분이 썩 나쁘지가 않았다.
모처럼 겨울다운 겨울을 느낀 기분이랄까?
정말 오랜만에 맞아보는 눈이었다. 추위에 덜덜 떨며, 눈을 맞으며, 마지막 신호등을 건너 집으로 돌아온 순간.
현관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온 순간.
내가 쉴 작은 공간이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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