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떠나온 여행이긴 했어도 사실 경주는 언젠가 한번 다시 가보리라 맘 먹고 있던 곳이라 완전 무계획이라 할 수는 없었다.^^;
이튿날 일정으로 막연하게 주상절리를 생각해두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가는지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있었는데, 친절하게도 숙소 휴게실에 주상절리 가는 차편이 붙어 있었다.
오~ 럭키! 그렇담 다음날은 주상절리로 고고~!!.
그리하여 이튿날 아침, 주상절리로 향했다.
<주상절리에서 돌아올 때 버스정류장에서 찍은 시간표>
경주 시내에서 주상절리까지는 꽤 멀었다. 고속터미널 앞 정류장에서 9시 15분 버스를 탔는데, 한시간 십분 정도 걸렸다. 돌아갈 땐 한시간 걸렸는데, 내가 탔던 버스가 모두 보문단지를 경유하는 버스라 좀 더 걸렸던 거고, 다른 버스는 그보다 10분 정도 더 빠른 것 같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벽화가 더 있는 것 같았지만, 주상절리를 보러 가야하기에 체력을 아끼기로 했다.
이때만 해도 길이 멀리까지 이어질지 모르고 가벼운 마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출렁다리.
무척 견고해 보이는데도 걸으면 정말로 출렁출렁하고 걸을 때 마다 반동이 와서 은근 무서웠다. 옆에 난간 밧줄 잡고 걸었다는..^^;
부채꼴 주상절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주상절리도 있는 걸 알고는 볼거리가 많음에 기뻐했다.
딱히 이름이 붙여지진 않았어도 온통 주상절리인 듯 했다.
부채꼴 주상절리인가 싶은 것이 빼꼼히 보였다. 하지만 확신할 수가 없었다. 사진에서 보던 모습과 달리 볼품없어 보였다. '에이~ 아니겠지!' 하면서도 혹시나 몰라 일단 사진은 찍어두었는데,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 저게 그 유명한 부채꼴 주상절리였다.
내가 바라본 장소에선 너무 멀리 있거니와 첫 눈에 봤을 때 딱히 특이해보이지 않아서 몰라봤다.
실 to the 망!
그래도 이 당시는 가장 메인인 부채꼴 주상절리를 못 보고 왔다며 몹시 아쉬워했었는데, 보긴 한거니 그걸로 족한다.
내가 왜 부채꼴 주상절리를 못 봤다고 생각했냐면, 부채꼴 주상절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은 길이 막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땐 내가 본 게 부채꼴 주상절리가 아니라고 생각, 이 길로 가야지만 볼 수 있는 건 줄 알았다.
만약 좀더 가까이에서 봤음 느낌이 전혀 달랐을지도 모르는데...
철골 구조를 보니 전망대가 세워지려는 모양이었다.
설마.. 여기서 길이 끊긴 거야? 부채꼴 주상절리 하나 보겠다고 예까지 힘겹게 왔건만, 나 헛걸음 한거임? orz...
하고 이대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 싶어 어안이 벙벙해졌다.
다행이 돌아서 가는 길이 있었다.
휴~ 그제야 안심하고 다시 걸었다. 제주도스런 길이었다.
비가 올랑말랑.. 간간히 바닷바람이 불어오는데도 몹시 더웠다. 간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에 눈꺼풀은 무겁고 정신은 멍해서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힘겨웠다.
그래도 걷는다. 이 길이 끝날 때까지.. 여기까지 온 시간과 노력을 생각해서..
솔직히 바닷빛깔은 예쁘지 않았는데, 물이 참 맑았다.
당시엔 그저 바위틈에서 나무가 다 자라고 신기하네 하면서 찍었었는데, 알아보니 할배, 할매바위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