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전'을 찾았던 1월의 네째주 금요일(25일)은 때마침 한파가 몰아닥쳐 매섭게 추운 날이었다.
사실, '팀 버튼전'은 전시 기간이 넉넉해서(4월 14일까지) 3월달에 일단 바티칸전을 보고 그 후에 여유가 되면 들러볼 요량으로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목요일부터 일요일(24~27일)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4일간의 휴가를 받게 되어, 급작스럽게 홀로 '팀 버튼전'을 찾게 되었다.
제 작년 가을에 경주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이제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면 어느정도 자신감이 생겼다고는 하나,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과 초조함, 그리고 불안감은 쉬 떨치기 어려운 것 같다. 이번에 '팀 버튼전'을 보러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아갈 때도 그랬다. 행여나 지하철을 잘못타면 어쩌나 미술관을 못찾고 길을 헤메면 어쩌나 하고, 떠나기 전부터 초조하고 걱정이 됐다. 그러다 순간 내가 왜 이렇게 겁을 내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봤자 대한민국, 우리나라잖아~!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도 아니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되지 뭐~! ㅡ_ㅡa'
라고 마음을 달리 먹으니 그 다음부턴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___^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가는 덕수궁 돌담길 바닥에 있던 그림인데, 근처 명소들인 듯 하다.
배제학당 역사박물관, 서울 시청, 덕수궁, 덕수궁 돌담길, 정동제일교회, 석조전(?), 서울시립미술관...
정동교회는 서울시립미술관 바로 옆에 있는데, 너무 예뻐서 미술관 보다도 먼저 눈길을 빼앗겼었다. 그때는 유명한 곳 같단 직감은 들었었지만, 건물 주위에 별로 사람이 없길래 다가가보지는 않았었다. 정동교횐줄 알았음 가봤을 텐데... 살짝 아쉽다...ㅋ
*서울시립미술관 가는길*
지방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을 갈 경우엔 '동서울 터미널'에서 찾아가는 게 젤 빠르다.
'동서울 터미널' 바로 맞은편에 있는 '강변역'에서 '시청방면' 가는 2호선 한번만 타고 가면 된다. 강변부터 시작해서 12역(구의-건대입구-성수-뚝섬-한양대-왕십리-상왕십리-신당-동대문운동장-을지로4가-을지로3가-을지로 입구)을 지나 '시청역'에서 내리면 된다. 인터넷 검색시 출구는 1,12번 출구로 나가라고 하던데, 내가 갔을 때는 막혀있어서 잠시 당황했었다. ㅋ 그러다가 그냥 6번인가? 7번 출구로 나왔는데 나와서 보니 바로 맞은편이 '시립미술관 가는 길'이었다. ㅋ
(어떤 블로거분이 사진으로 미술관 가는 길을 상세히 포스팅 하신걸 봤던 터라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참고 포스팅>)
'시청역'에서 어느 출구로 나오든지 일단 '덕수궁 입구(대한문)'를 찾는게 첫번째~!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보면 맞은편에 바로 있다.
연인이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그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
이곳 맞은편이 바로 '서울시립미술관'이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고딕(Gothic)스런 미술관 정문...
입구만 보면 딱 공동묘지로 향하는 길 같다. ㅋ
살짝 꺽임(?)이 들어간 아치형 철제문..
TIM BURTON의 이름도 참 고딕(Gothic)스럽다..
이런 할로윈스런 분위기 너므 조음..*^___^*
어스픔레한 어둠이 깔린 초저녁에 봤음 더욱 멋스러웠을 것 같단 생각이..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아니라 달빛이 새어나왔다면 느낌 제대로 살았을 듯 하다.. ^_~
문 양옆에 세워진 담쟁이 덩쿨로 덮인 돌기둥은 마치 서양의 묘비석 같다.
미술관 본관으로 걸어가는 길에 걸린 플랜카드
사진을 찍고보니 햇살에 무지개가 깃들어 있었다. +_+
'팀 버튼전'을 위해 이 건물이 세워진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치형 입구 위에 세워놓은 '잭 스켈링톤'(영화'크리스마스의 악몽<1993년작>'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린다. 오른쪽 팔은 자연스럽게 허리에 얹고 왼쪽 팔을 뻗어 마치 사람들을 괴기스러운(?) 파티장으로 인도하는 듯 하다. 그리고 창문너머로는 인간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그의 유령 친구들도 보인다. (밤에 보면 저 '잭 스켈링톤' 간판에 불이 들어와 더욱 예쁘던데, 그 모습을 못보고 온게 조금 아쉽다..)
'프랑켄 위니',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붉은 여왕', '스테인 보이' 등등...
'팀 버튼'이 창조해 낸 개성 넘치는 그의 작품속 캐릭들로 프린팅 된 유리 창문들...
'유령신부<2005년작>'의 두 주인공 '빅터'와 '에밀리'도 수줍게 손님을 맞고 있다.
현수막의 캐릭은 '스테인 보이'다.
요 모기향 같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은 '티켓 판매소'다.^^
정문부터 시작해, 본관 건물, 그리고 티켓 박스까지 입장 전부터 팀버튼스런 볼거리가 한가득하다.
입장료는 12,000원, 현대카드로 결재하면 20%할인된다. (현대백화점 카드는 제외!)
처음 표를 받아들었을땐 그저 티켓이 예쁘네~라고만 생각했었는데, 한~참 나중에야 전시 작품중에 있던 그림이란 걸 알았다.ㅋ 표에 그려진 그림은 숫자 1부터 10까지를 각각 유니크한 그림으로 그린 것 중 6을 그린 그림이다. 그러고보니 사람도 여섯명이다...ㅎㅎㅎ
티켓 살 때 함께 주는 안내책자다.
앞 표지엔 이번 전시회의 메인 주인공으로 낙점된 '스테인 보이'가 그려져 있다. 동글동글 경단같기도 하고 8자같기도 한 녀석이 참 귀엽다. ^^
건물 내부로 들어오면 1층 로비, 전시장 입구 옆에 서 있는 아이..
첨엔 무슨 느낌표인 줄 알았는데, 사진으로 보니 팔도 달리고 옷도 입고 있는 유령 아이다. ㅎㅎ
'ㅋㅋㅋ 얘는 당췌 눈이 몇갠거야??
게다가 옷이 빠삐용 옷, 죄수복이넹..ㅎㅎ '
달리 보면 볼링핀 같기도..ㅋ
('팀 버튼'의 유령 캐릭들에게 있는 저 스티치 모양은 '분열'과 상실인지 뭔지.. 암툰 그 두가지를 뜻한다고 '오디오 가이드'에서 들었다.)
1층 로비 오른쪽 편에는 포토존이 세 개 설치되어 있다.
그 중 첫번째인 '유령신부'의 '에밀리'
두번째는 지금까지 현대카드에서 개최한 컬쳐프로젝트가 소개되어 있다.
이번 '팀 버튼전' 이 벌써 9번째 프로젝트란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잭 스켈링톤'과 '샐리'
'유령신부'의 '에밀리'
역시나 팀버튼스런 입구...
전시중에 봤던 작품 속의 건물들도 저런 모양을 하고 있었다.
올라가는 계단에까지 세심하게 그려진 '팀 버튼' 그림~
'요 모양 갠적으로 심플하면서도 유니크한게 너무 맘에 든다잉~^_^/'
2층에서 내려다 본 모습
'혀'모양의 빨간색 아치가 유니크하다.
미끄럼틀 같기도 한게 마치 놀이공원 온 듯한 기분이었다.
2층 전시장 입구인데, 바로 요 괴물녀석의 빨간'혀'가 길게 뻗어나와 계단의 아치로 이어진다.
지금 사람들은 괴물의 입속으로 제 발로 들어가고 있는 거임..ㅋㅋ
2층 전시장 오른쪽 벽면엔 '팀 버튼'이 지금까지 작업해 온 작품들이 연대별로 적혀있다.
위 벽면 끝에는 '오디오 가이드 대여소'가 있다. 가격은 3,000원으로 신분증을 맡기면 빌릴 수 있다.
혼자 여유있게 그리고 좀더 심도있게 작품을 즐기고 싶어 나도 하나 빌렸다.
총 23개의 파일로, 작품 앞에 다가가면 해당 파일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수동으로도 작동 가능함)
근데, 자꾸만 설명 듣다가 딴 생각으로 빠져들어서 몇번씩이나 다시 들어야 했다.ㅡ_ㅡ; 그래도 결국은 또 딴 생각..ㅋㅋㅋ 하지만 오디오 가이드 자체는 귀기울여 듣기만 한다면 매우 유용할 것 같다.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작품속에 숨겨진 의미들도 알려줘서 작품 이해에 도움을 준다.
3층 전시장 입구를 나타내는 화살표~
첨엔 몰랐는데, 볼수록 진짜 모기향같다.ㅋㅋㅋ
3층 전시장 왼쪽 벽면에 걸려 있는 '팀 버튼'의 영화 포스터들..
익숙한 포스터들이 많았지만, 제목만 알 뿐 아직 보지 못한 작품들이 더 많았다. ^^;
3층에 마련되어 있는 또다른 포토존..ㅋ
이 그림도 전시 작품 중에 있는건데, '로미오'와 '줄리엣'이란다.
산과 바다의 상반되는 이미지를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비유한 것 같다. 나는 그저 산과 바다의 공존, 환경을 보호하자는 그런 의미인 줄 알았다는..ㅋ ^^;
3층 전시장 입구 왼쪽 벽면에는 '팀 버튼'의 캐릭들이 쭈욱 그려져 있다.
이 좀비 커플.. 아주 맘에 들었다는..ㅎㅎ
폭탄머리 흑언니..^^
'팀 버튼'표 '배트맨'도 보고 싶다..
졸라맨 따라하는 '배트맨'?? ㅋㅋ
머리에 우산 단 박쥐 인간?!
아님, 그냥 하늘을 날고픈 소년??
키다리 여인네와 숏다리 군인 커플..
얘네는 모지??
새 사람?!ㅋㅋㅋ
학교에서 왕따지만 셋이서는 절친..
삼총사?!
ㅋㅋㅋㅋㅋ
삼각관계?!
뚱뚱이와 삐쩍이 커플
'팀 버튼'의 작품중에 다양한 커플들의 그림도 있었는데, 산 자와 죽은 자, 뚱뚱한 여자와 삐쩍 마른 남자 등등.. 상반된 이미지의 커플들을 통해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사랑할 자격이 있으며 각자의 고유한 개성을 중시해줘야 한다는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한다.
이 광대스런 별도 내가 좋아했던 아이..^^
'배트맨' 뒤에 있던 아이들...
셀제로 보면 오른쪽에 있는 아이가 들고 있는
봉투에 '배트맨'을 다시 담으려는 것 처럼 보인다.
'알라딘'의 요술램프 '지니'처럼..ㅋ
3층 중앙에 있던 아트 샵..
트럼프 카드.. 조큼 탐나긴 했는데, 카드에 그려진 그림은
사진에 보여지는 저게 전부라길래 맘을 접었다.ㅋ(9,000원)
저 '도록'.. 무지 탐나긴 했는데, 8만원이란걸 알고 갔기에 절대 눈독 들이지는 않았다.^^
왼쪽의 저 아이는 1층 로비에 있던 아이??
이리 보니 진짜 볼링핀이 맞나보다..^^
판매중인 엽서 종류가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위 사진에 나오는 거 포함 4장 샀다.^_^ (개당 1,500원)
유니크한 숫자 그림 엽서들..
인기가 많은지 SOLD OUT.. 매진이었다.. ㅡ_ㅡ;
1~10까지의 그림 중 가장 인상깊었던 숫자는 8이었다. 총8명이 4명씩 8옆에 나뉘어 서서는 8을 잡아당기는 그림인데, 마치 8의 팔을 잡아당기는 것 같아 재미있게 보았던 그림 중 하나였다.
어쩜 창문에까지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을 썼을까?
'에밀리'와 '빅터'.. 완전 사랑스럽다..^___^
티켓 판매 박스를 찍다가 잘못 찍어서 기울어진 사진..
근데 왠지 이 모습이 더 팀버튼스러워 보여서 그대로 남겨두었다. ^^
이번에 관람한 '팀 버튼전'은 전시 작품뿐만 아니라 전시장 밖 볼거리도 많아서 참 알찬 전시회였다. 전시장 안은 촬영금지라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품들을 눈에만 담고 온게 조금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을 충분히 전시장 밖에서 달랠 수 있었다. 곳곳에 예쁘고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너무 많아서 혼자 갔음에도 사람들에게 굽신굽신 사진동냥하며 찍고 싶은 곳에서 기념사진도 다 찍어왔다.ㅋ 특별히 꼼꼼히 본 것도 아닌데 전시장안에서만 4시간을 있었다는..ㅋㅋㅋㅋㅋ(그럼에도 3층에서 하던 30분짜리 애니는 못보고 왔다..ㅜㅜ)
가장 기억에 남는 몇몇 작품을 뽑아보자면, 사람의 눈알이 눈에서 길게 빠져나와 여름 해변가에서 바캉스를 즐기고 있는 그림, 남자의 눈알이 여자의 몸을 스캔(?)하는 그림, 여자가 자신의 뇌를 빼내어 남자에게 건네는 그림 등이 기억에 남는다. 또 밍크 코트를 입고 있는 여자 그림이었는데, 그 밍크 코트에 수많은 여우 얼굴이 그려져 있던 것과 인공위성을 물고기로 의인화하여 그린 그림 등 기발하고 재치있는 그림들이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리고 '빈센트'라는 애니메이션도 참 인상깊게 봤다.
평일임에도 아직 방학중이어선지 사람이 너무 많았던게(어린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부터 고딩들, 대딩들...정말 많았다) 젤 불편했는데, 이제 슬슬 개학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으니 시간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앞으로 평일에 가면 여유있게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나는 '팀 버튼전'을 다녀온 이후로 모든 사물을 팀버튼스러움으로 바라보고 있다.
길가의 마른 나뭇가지도 어둠이 깔린 퇴근길에 보면 마치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나오는 나무들처럼 보인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뭇가지들이 주는 그 괴기스러움이 무척 마음에 든다. 또 달리보면 '에드워드'의 '가위손'같아 보이기도 한다.^^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더 세심한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고, 조금더 깊이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남자 '팀 버튼'.. 나는 삶에 대한 진정성과 성찰이 묻어나는 괴기스런 그의 그림들이 참 좋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아직 보지 못한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섭렵해 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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