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창 떨어진 운동화/말복

1. 재작년에 S언니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컨버스화의 밑창이 떨어졌다.
그 사실을 발견한 건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너무 더워 도저히 집에 더는 있을 수 없다고 판단..
오후 세 시. 카페라도 가려고 집을 나섰다.

그늘이 전혀 지지 않는 버스 정류장.
그리고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
한 십오분 이십분 가량을 그 위에서 버티고 서있었나 보다.
서있었을 땐 몰랐는데,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으니 발에서 화기가 솟구쳐 올라왔다.
마치 불판 위에 올라서 있는 것처럼 뜨거웠다.

헝겊데기라고는 하지만 발목까지 오는 스타일의 운동화라 아마도 아스팔트 위에서 받은 열기가 신발 바닥을 달구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밖으로 분출되지 못하고 신발 안에 고스란히 응축이 되어있었나 보다.

좀 참아보려했으나 너무 뜨거워서 결국 신발을 벗었고..
내리려고 다시 잘 신으려고 하다가 밑창이 뜯어진 걸 발견했다.

햇수로 2년 반이 된.. 오래됐다면 오래됐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날마다 신은 게 아니라 다른 신발들과 병행해 신어서 막상 신은 날은 얼마되지 않았건만, 이렇게 빨리(?) 밑창이 떨어지다니..ㅜㅜ

그때 문득 사실은 밑창이 떨어진지 꽤 오래됐는데, 그동안 내가 몰랐던 걸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밑창이 떨어진 걸 발견한 날 보다 좀더 이전에 비가 오던 날, 원래 비오는 날은 컨버스화는 절대 신지 않는데 그 날은 비가 많이 오지도 않았고, 달리 마땅히 신을 게 없어 그냥 신고 나갔었다.

그런데 집 나온지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았음에도 발 뒤축이 조금씩 젖어들었다. 그땐 그저 단순히 생각하길 컨버스화가 헝겊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때 이미 떨어져있었나 보다.

운동화 사려면 가까운데는 마땅한 데가 없고, 좀 더 멀리 나가야 하는데... 귀찮귀찮~~
그리고 난 지금 백수 2년찬데.. 흐엉흐엉~~~
여름용 운동화는 저거밖에 없는데... ㅠㅠ

이제 더위도 한 풀 꺾인 것 같으니 좀 더 버티다가 가죽 운동화 꺼내 신어야겠다. ㅎㅎ


2. 글을 쓰는 사이.. 날이 바뀌어 이제 지나간 말복!
하루 종일 집에 있었는데도 이전처럼 못 참을 정도로 많이 덥진 않았다.
앞서 이틀 연속 온 비의 영향으로 그저 잠시 주춤할 뿐인건지.. 아님 이제 지독한 더위는 정말로 지나간 건지...

한창 더웠던 날 우리집 같은 경우 실내온도가 39도에서 40도까지 올랐었다.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 하나로 40도나 되는 실내에서 버티는 건 정말이지 지옥이 따로 없다. 그야말로 멘탈이 탈탈 털림.

그런데 어제는 35도에서 그쳤다.
그래도 덥긴 했지만, 버틸만 하더라.
제발 오늘도 내일도 더 이상의 더위는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