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개기월식이 있던 아주 경이롭고 역사적이 날이었다.
그 소식을 당일 아침에야 접한 나는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살면서도 그 사실을 몰랐던 나의 무딘 정보력을 탓했지만, 개기월식이 지나기 전에 알게 된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기뻐했다.
밤 9시까지 야근을 마치고 회사를 나오며(어제와 오늘 이틀간 전에 일하던 곳에서 알바요청이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이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개기월식은 11시가 넘어서야 시작된다고 했기에, 일단 집으로 서둘로 돌아왔다. 집 앞에 도착해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ㅡ,.ㅡ
전날 1시간 남짓 밖에 못자고 일을 나가 꼬박 12시간을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만 있었기에, 눈과 몸이 미칠듯이 피로했지만, 이번에 못보면 1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지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언제부턴가 무엇이든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아졌다. 다시는 내게 없을 일처럼, 내게 다가온 그 모든 찬스들을 거머쥐고 싶어졌다. 이번 개기월식도 그러했다. 이번에 못보면 11년 후에나 볼 수 있다는데, 11년 후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그 날, 다른 일로 못 볼 수도 있는 거고, 그때까지 내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지금 아니면 못하는 것들.... 그 모든 걸 해보고 싶다는 열망 때문인지 이번 개기월식에 대한 집착은 참 강했다.
밖으로 나가니, 다행히 달은 나와 있었다.
그런데 초승달 모양의 달이었다.
'어? 모지? 벌써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건가?...'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기 시작했다.
잠시후 서서히 구름 사이로 동그란 보름달이 나타났다. 그러더니 금새 또다시 초승달 모양으로 변해가며 완연히 구름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게 개기월식인가? 그냥 구름에 가려진 것 같은데..
근데, 구름에 가려지는데도 초승달 모양으로 변하면서 가려지나?'
개기월식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던 나는 순간 내가 개기월식을 본 건 아닐까?... 라는 얼토당토않는 무식하디 무식한 생각을 하며 집안으로 들어와 스마트폰으로 개기월식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역시나.. 내가 본 것은 개기월식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가지도 난 개기월식과 개기일식에 대한 정확한 차이도 모르고, 개기월식을 두고는 개기일식이라 부르고 있었다는...(ㅡ.★)a
11시 6분에 개기월식이 절정을 이룬다는 정보를 캐치!!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눕고 싶었지만,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정신줄을 꽁꽁 붙들어 매려 두 눈을 부릅 떴다. 그리고는 11시가 넘어서 다시 밖으로 나가 보았는데, 이런 제길~!
구름속으로 숨어 버린 달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집 앞 가로등 불빛 아래 흰 눈이 점점이 흩날리는 것만이 눈에 들어왔다.
허탈해져 버린 나는 집으로 들어왔지만, 미련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그 이후로도 두 번이나 밖을 나가보았다. 그러나 개기월식이란 프리미엄을 달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 보다 도도해져 버린 녀석은 쉽사리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개기월식에 대한 미련을 포기할 수 밖에....
지칠대로 지친 몸을 겨우 잠으로 달래려 했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아련하게 옛 추억이 떠올랐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다.
그 날도 개기월식처럼 몇 년만이라는 어떤 프리미엄이 붙은, 별똥별이 무더기로 쏟아진다는 날이었다.
새벽 한, 두시쯤이었던 것 같은데, 야간 근무를 하시던 아빠는 회사에 가시고 엄마와 나, 남동생... 이렇게 셋이서 집 앞에 있는 마루 위에 앉아 별똥별이 떨어지길 목을 빼고 기다렸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기다란 꼬리를 그리며 별똥별 하나가 떨어졌다.
그리고 서서히 그 뒤를 이어 떨어지는 별똥별들.....
아마 내 생에 그렇게 많은 별똥별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기에 그 별똥별 하나하나에 내 소원을 담았더랬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은 소원............
아무래도 부작용이었지 싶다.
그 날 만큼은 흔하디 흔한 별똥별이었으니까!
그 이전부터 별똥별을 좋아했지만, 그 날 이후로 난 별똥별을 더 좋하게 됐다.
난 별이 참 좋다.
그냥 별도 좋고, 별똥별은 더 좋고....
그래서 지금 내 닉넴도 겨울뵤올이 된거다.
겨울별!!
내가 겨울에 태어났기 때문에 겨울별이라 이름 지었다.
정확히는 겨울뵤올이지만...
어린시절 엄마가 불러주셨던 노래가 생각난다.
"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
반짝반짝 별 하나 보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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