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6살 때의 일이다. 그때 내겐 "미미"라는 마론인형이 하나 있었다.
지금이야 예쁜 인형이 흔하지만 당시만 해도 마론인형이라고 하면 대표적인 브렌드는 "미미"인형 하나 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에게 "미미"가 생기기 전까지는 문방구에서 파는 천원에서 삼천원 사이에 팔던 싸구려 마론인형밖에 가질 수 없었는데, 그것은 어린 내가 보기에도 아주 허술하고 그다지 예뻐보이지 않았다. 엄마나 아빠와 문방구에 들르기라도 하면 나의 눈길은 항상 화려하고 커다란 분홍색 상자에 담긴 탐스러운 황갈색 머리의 "미미"에게로 향했지만, 내 손에 들려져야 하는 건 언제나 그런 싸구려 마론인형이었다. 그만큼 당시로서 "미미"는 최고급 인형이었다.
그런 "미미"가 정확히 언제 내 손에 들어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의 우리 집보다 좀 더 부유했던 막내 이모가 사주셨던 것 같다. 어릴 적 내 꿈과 로망이었던 "미미" 인형은 이름조차도 그대로 "미미"라 불렀을 만큼 내게있어 더없이 각별하고 소중했다.
그런 내게 어마어마한 그야말로 어메이징한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옆 집에 살던 내 또래의 여자 아이가 이사를 가고, 또다시 내 또래의 여자 아이가 새로 이사를 왔다. 그 이후 나는 그 아이와 종종 인형놀이를 했었다. 하루는 인형놀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미미"의 구두가 보이지 않았다. 집 안 어느 곳에도 구두는 없었다. 그리고 다음에 또다시 인형놀이를 하러 그 아이의 집에 놀러갔는데, 그 아이 인형의 발에 내 "미미"의 구두가 신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틀림없는 내 "미미"의 구두였다.
왜냐면 그 전까지만 해도 그 아이의 인형은 신발을 잃어버렸는지 늘 맨발이었고, 더구나 그 아이의 인형과 내 인형은 다른 인형이었기에 따라서 구두의 모양도 달라야 했다. 그런데 턱 하니 그 아이 인형의 발에 내 인형의 구두와 똑같은 것이 신겨져 있는 것이었다. 그 구두는 인형을 살 때부터 기본으로 신겨져 있는 것이기에 어디서 살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역시나 소심했던 나는 빼도박도 못할 그 확실한 정황 앞에서도 "이거 내 인형 구두 아니야?" 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나는 그 구두를 몰래 도로 가져 가기로 했다. 들키지않게 조심히 구두를 벗겨내어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고는 어찌나 가슴이 콩닥거리던지.... 우습게도 내 것을 내가 훔치는 꼴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런데 그때 그 아이의 언니(아마 초등학교 1,2학년 쯤 되었을지 싶다.)가 학교를 갔다가 돌아와서는, 내 바지를 보며 새로 샀냐면서 만져보려 했다. 순간 당황한 나는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벌떡 일어나 집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다음 날이었나? 며칠이 지나서였나?
그 아이와 언니가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그들은 당당하게 구두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바보처럼 그 구두를 건네줬다. ㅜㅜ
그건 정말 내 인형의 구두였는데도 말이다.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에서 비롯된 그 당시의 바보같던 내 모습은 지금도 후회로 남아있다.
내가 당당하게 내 구두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순순히 수긍하고 구두를 돌려줬을까? 아니면 한바탕 싸움이 났을까?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내 성격은 그 이후로도 나를 끊임없이 괴롭혀 왔다.
그런 내 성격이 너무 싫어서 나름 개선한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소심함과 우유부단함은 여전히 내 안에 내재하고 있다.
과연 성격이란...
타고 나는 것일까? 환경에 의해 길들여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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