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스프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은 책으로 먼저 접했다. 그뒤 바로 이어서 드라마를 보았는데, 책에서 이미 주요 인물들의 성향을 파악한 뒤라 한결 편하게 다가왔다.
영화 "안경"의 "고바야시 사토미","모타이 마사코", "카세 료", "미츠이시 켄" 등 익숙한 얼굴들이 대거 나와서 더 편안하게 봤다.
리모델링을 끝낸 아키코의 가게를 처음 본 느낌은 책을 읽으며 머릿 속으로 그려 본 모습 보다는 다소 소박해 보였다. 하지만 내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것이, 꼭 있어야 할 것들만이 정확히 자기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다.
그녀의 깔끔하게 정돈 된 가게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가게는 갖지 못할지언정 제대로 된 주방 만큼은 갖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혼자사는 아키코는 혼자서도 음식을 잘 만들어 먹는다. 둥그런 원형 식탁에 식기까지 제대로 갖추어 씩씩하게도 먹는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모습이, 둥근 식탁의 여백이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건 왜일까?
홀로 밥 먹는 내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면 그 누군가의 눈에도 내가 쓸쓸해 보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언뜻 들었다. 더구나 난 아키코처럼 제대로 차려먹지도 못하니까... 때론 밥통째로, 반찬도 따로 접시에 담아내기 귀찮아서 조리를 끝낸 그대로 후라이팬째 가져다 놓고 먹는다.^^; 음.. 이건 쓸쓸해 보이는 게 아니라 궁상맞아 보이려나? ㅎㅎ
암툰 드라마 속 아키코는 그런 내 느낌과는 달리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하고 씩씩해 보인다. 그건 그녀 주위엔 따뜻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게다. 다정한 이웃들이 있고(책과는 달리 엄마의 옛 단골 손님들과도 찻집 마마와도 친분이 꽤 두텁다), 이복 동생(책에서는 오빠인데, 드라마에서는 동생으로 나온다. 혹시 카세 료의 출연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수정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이 있고, 듬직한 종업원 시마(책에서는 똑부러지고 야무진 친구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드라마 속 '시마'짱은 살짝 어리숙해 보인다. 하지만 솔직하고, 올바른 처자임에는 변함없다.)가 있고, 어느새 단골 손님도 생겼다. 또 출판사에서 일할 때의 인연으로 알게 되어 가게를 내는 데도 큰 도움을 준 요리 선생님도 있다.
책에서는 외로움을 느끼는 아키코가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위로받는 것 같단 느낌이었는데, 드라마에서는 그들과의 교류로 인해 외로움 따위는 느낄새 없는 것 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책 보다 드라마가 더 좋았던 건 다채로운 요리들을 눈으로 즐길 수 있었던 점이었다.
알록달록한 야채로 스프를 끊이고, 샌드위치를 만들고... 가게 손님들이 주문한 샌드위치를 들고, 덥석 한 입 베어물면 군침이 돌고, '아~! 먹고 싶어!'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가게에서 그리고 집에서도 요리하는 아키코를 보며 나도 앞으론 한끼라도 제대로 만들어 먹어야지, 라고 다짐했는데, 여전히 밥하기도 귀찮아하고 있는 나!^^;;;
영화 「 카모메 식당 」 , 드라마 「 수박 」 과 더불어 「빵, 스프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의 영향인지 요즘은 음식 장면이 많이 나오는 드라마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게중 "식샤를 합시다 2"와 "엄마를 울려" 속 음식들을 보며 대리만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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