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이야기를 다룬 “기묘한 이야기(世にも奇妙な物語)”... 나는 “기묘한 이야기” 중에서도 가벼운 소재보단 여운이 남는 이야기가 좋다. 이야기가 끝나고도 두고두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1. 내세부동산(2012년, 가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하지만 살아 생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사후 세계를 그린 이야기다.
병실에서 죽음을 맞은 주인공은 허허벌판에서 다시 눈을 뜬다. 벌판에는 허름한 집 한 채만이 덩그라니 서있는데, 내세 부동산이란 그 곳은 죽은 사람들에게 다음 영혼이 머물 대상(?)을 소개해 주는 곳이다. 주인공은 생전처럼 다시 일본인 남자로 태어나길 원하지만, 그가 받은 포인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그가 가진 포인트로 이용 가능한 몇몇 대상들을 소개해 주는데...
내세 부동산이라니... 어쩜 어쩜.. 참으로 기발하다. 가끔.. 생각한다. 정말 내세라는 것이 있을까??.. 내세가 있다면 전생도 있고 환생도 있을까??.. 그렇다면 전생과 환생은 정말 업과 관련이 있는 걸까??.. 그럼 그 업에 따른 척도는 어떻게 가늠하는 거지??..
내세를 믿든 안믿든 자신의 삶이 불만족스럽거나 불행하다고 느낄 때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거다. ‘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태어난 거지??...이런 일을 당하는 거지??’라고... 정말 전생이 있다면 왜 기억도 못하는 전생 때문에 현생에서 고통받고 살아야 하는지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ㅡ_ㅡㅗ “내세 부동산”은 자신이 쌓은 업에 따른 환생의 기준을 나름 공정하게 보여준다. 그 기준이란,, 생전에 자신이 했던 일들이 속속들이 빠짐없이 모두 기록되어 착한 일, 나쁜 일에 따라 포인트가 주어지고, 그 포인트에 따라 다음 생에 태어날 대상을 고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주인공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의 횟수, 어린시절 장난으로 밟아 죽인 개미의 수, 비오는 날 편의점에서 다른 사람의 새 우산과 자신의 헌 우산을 바꿔치기 한 횟수 등 생전의 과오들은 마이너스의 요인이 된다. 그리고 그 기록이란 것에는 일생동안 세수를 한 횟수와 또 영원히 비밀로 남겨두고 싶었던 은밀한 행동들 까지도 기록되어 있다. 이 부분은 정말 끔찍했던 부분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들키고 싶지 않은 수치스러운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것 까지 기록이 되다니.. 그런데 그런 것들을 기록할 권리는 과연 누구에게 있으며, 그에게는 진정 그럴만한 권리가 있는 걸까??
암툰 “내세 부동산”은 만약 정말로 사후 세계란 곳이 존재하고, 생전의 삶에 대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면 어떤 시스템이 가장 이상적일까라고 생각하며 그려봤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 공감도도 높았고, 전혀 생각도 못했던 기발한 설정들로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준 이야기다.
2. 재능구슬(2007년, 봄) 인간은 누구나 재주 하나씩은 타고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잘 하는 건 무엇일까??.. 과연 잘 하는게 있기는 한 걸까??.. 만약 찾았는데 내가 바라는 재주가 아니라면?? 등등.. “재능구슬”은 바로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사쿠라이 쇼)은 가수를 꿈꾸지만, 오디션에서 탈락하기 일쑤.. 함께 밴드를 하던 동료들도 모두 떠나고 홀로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위해 정진하지만, 빚만 늘어갈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자신에게 숨겨진 세 가지 재능을 찾아 준다는 막대사탕 광고를 보게 되고, 장난 반 진심 반으로 그 막대 사탕을 구입한다. 그리고 첫번째 사탕을 입에 넣는데...
솔직히 생각의 전환??..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첫번째와 두번째 설정은 좀 억지스런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꽤 인상깊게 봤다.
내가 잘 하고 싶은 것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다를 때, 과연 주인공처럼 후자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재능이란게 내가 원하는 재능이 아니라면?? 내가 바라는 재능과 원치않는 재능과의 괴리감으로 더욱 괴롭지 않을까??
내가 바라는 재능이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탕을 먹었는데, 끝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건 너무 슬프잖아...ㅜㅜ 그리구 재능이라고 나타난게 보잘 것 없는 거면 너무 가혹하잖아..ㅜㅜ 또 주인공의 세번째 재능같은 무시무시한 거면 그건 너무 끔찍하잖아.. ㅜㅜ
“재능구슬”은 주인공이 자신의 재능이라고 나타난 무시무시한 재능(?)을 역으로 받아들여 그로인해 성공한다는 해피엔드로 끝나는데(생각의 전환이라는 뻔한 주제가 눈에 보여 조금은 식상했지만, 소재 자체는 충분히 신선했음..), 난 왜 이렇게 씁쓸한 걸까...ㅜㅜ
3. 회상전철(2007,봄)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을 뒤돌아 보게 만들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다짐(?)을 하게 해 준 이야기다.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받은 중년의 남자는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안에서 잊고 있던 옛사람들을 우연히 연속해서 만난다. 자신의 잘못, 또는 실수로 상처를 준 사람, 자신이 친절을 베푼 사람... 주인공은 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감사의 인사를 받으며 다시 한번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데...
지금껏 살아오며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던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내가 사과의 말을 전해야 하는 사람들은 누굴까... 반대로 나에게 잊지못할 고마움을 가진 사람은 한 명이라도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사과해야 할 사람들을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조금은 덜 이기적이고 관용을 베풀며 살아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