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은 건 십년도 훨씬 전이었다. 이후 책 내용은 까맣게 잊었지만, 좋았다란 느낌만은 또렷히 남아 결국은 구입까지 하게 됐다. 그게 3년전.
두번째 읽었을 땐 화자인 마리아가 글 첫 문장에서 "츠쿠미는 정말이지 밉살스런 여자애였다"라고 한 말에 격렬히 공감했다. 세상에 어쩜 그리 막돼먹은 계집애가 있는지... 내가 마리아라면.. 요코라면.. 결코 츠쿠미의 횡포를 곱게 받아주지 않을 텐데... 그리고 쿄이치라면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츠쿠미 같은 여자에겐 절대 반하지 않을 텐데... 라며, 츠쿠미의 괴팍함을 경멸했다.
하지만 마리아와 츠쿠미, 유코, 쿄이치가 함께 보낸 그 여름, 그 바닷가는 가슴이 아릴 정도로 좋았다. 그래서 그 느낌 때문에 이번에 또 읽었다. 지금 계절과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야기다.
이번엔 예전처럼 츠쿠미가 마냥 밉지만은 않았다.
어찌보면 츠쿠미 같은 성격이 세상 살기 참 편한 성격 같아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괴팍한 성격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조금은 이해했다. 누구나 다 츠쿠미와 같은 처지에 있다고 그런 괴팍한 성격이 형성되지는 않는다란 믿음이 더 강하지만~^^;
오히려 그런 츠쿠미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마리아와 요코의 따뜻하고 너그러운 성품에 새삼 감탄했다.ㅋ
"요시모토 바나나"의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기묘한 에피소드는 역시나 "티티새"속에도 있는데, 왠지 그럴싸해서 좋았다. 충분히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 법한 특별한 밤 이야기 같아서...
신기한 밤.
공간이 약간 어긋난 듯 하고, 모든 것이 한꺼번에 보이는 그런 밤.(p74)
마리아, 츠쿠미, 요코.. 그녀들이 즐겨보던 만화영화가 마지막으로 방영됐던 날 밤, 그 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아쉬움에 쉬 잠들지 못해 하나, 둘 밖으로 나와 셋이 우연히 한자리에 모이고, 밤산책을 하는 이야기...
서로의 마음이 서로를 끌어당겨 만든 우연.
이런 걸 흔히들 텔레파시라고 하나?
왠지 그런 신비한 일이 내게도 일어나면 별볼일 없고 무료한 내 삶이 조금은 특별나 보일 것 같아서 유독 그런 기묘한 이야기들에 끌리는 것 같다.
하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야기가 항상 이런 식이라 그녀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반감(?)이 들기도 한다. 이런 기묘한 이야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인가 하고... 처음엔 마냥 신비롭게 보였지만, 언제가부터는 너무 비현실적이게 느껴져서 요즘은 살짝 삐뚤어지게 보고 있다.^^;
암툰 티티새까지(?)는 참 좋다.
현실의 여름은 싫지만, 티티새 속 마리아가 보낸 여름 바닷가는 반짝반짝 눈부시게 좋다. 덧없는 여름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 환상은 한낱 모래성일 뿐.
아... 올 여름은 얼마나 더우려나...
현실의 나는 더위에 대한 짜증으로 이 여름을 저주하며 보내겠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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