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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느긋하게 책장을 넘기고 있으려니 창문너머로 휘몰아치는 바람소리가 제법 위협있게 들려왔다. 하지만 살짝 열린 창문틈으로 빼꼼히 내다본 풍경은 따뜻한 봄의 햇살로 가득해 보였다.
지난주에도 피곤하단 핑계로 시골집에 가지않았던지라, 이번주 주말엔 꼭 다녀오리라 마음 먹어었다. 그러나 휴일이 주는 안일함은 귀차니즘에 그 무게를 더해주는지 쉬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주말내내 뒹굴거리다 그 무게를 이겨내고 겨우 몸을 일으킨 건 바로 엄마때문이었다.
다 큰 딸이 뭐가 그리 걱정스러운지 엄마는 매일같이 전화를 하신다. 엄마가 하시든 내가 하든 꼭 딸의 목소리를 들어야 안심이 되시는 모양이다. 어제 저녁에도 전화를 하셔서는 주말인데 왜 오지 않았느냐며, 내일이라도 오든지... 라고 하셨다. 그 줄임말 끝으로 섭섭함과 딸을 향한 엄마의 진한 그리움이 전해져왔다. 순간 이기적인 내가 너무 부끄럽고 엄마에게 죄스런 마음이 들었다. 그래 내일은 꼭 엄마를 보러 가야지...
그런데 막상 일요일인 오늘이 되자 또다시 안일함과 귀차니즘이 강력한 무게를 싣고 몰려왔다. 낼 출근하려면 오늘은 푹 쉬는게 좋지 않을까... 라는 이기심이 발동했지만, 다시금 전화기를 통해 아쉬워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한참을 밍기적거리다가 오후 늦게야 주섬주섬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따뜻하리라 지례짐작했던 바와 달리 밖은 너무도 매서웠다. 후드티 하나에 가벼운 외투 하나만 걸치고 나왔는데, 옷속까지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에 살갗이 에일 정도였다. 후드티에 달린 모자속에 꾸깃꾸깃 머리를 꾸겨넣고, 시린 두 손은 양 주머니에 쿡 찔러넣었다.
시골집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도내에 위치해 있어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에 있다. 비록 중간에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하고 그렇게 해도 동네까지 들어가는 버스가 없어, 동네 중간 지점까지 동생이 차로 마중을 나와야 하지만...
지금은 시골집이다.
저녁을 먹고 난 후, 내가 고구마를 먹고 싶단 말에 엄마는 고구마를 찌신다. 솔솔 고구마 익는 달콤한 냄새가 코 끝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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