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꽂혀 버렸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지 얼마 안 된지라 당분간은 일본에 갈 생각이 없었는데, 새벽에 본 영화 한 편 때문에 또다시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애니로 더욱 유명한 "바람의 검심" 실사판 영화 속 배경지가 된 구라시키 미관지구..
영화의 스토리 보다도 에도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영상에 흠뻑 반해버렸다.
촬영지가 어디일까 몹시 궁금했다. 우리네 민속촌 같은 곳일까 생각했다.
주인공 켄신의 걸음 뒷편으로 보이는 에도시대 건축물들.. 켄신과 사노스케가 결투를 벌이던 다리.. 켄신과 메구미가 이야기를 나누던 수로가...
에도스런 건축물들은 얼마 전에 다녀온 히타의 마메다마치를 떠올리게 했고, 마을을 관통하는 수로와 수로가의 버드나무, 수로를 지나가던 뱃사공은 야나가와를 떠올리게 했다.
영화 속 마을이 지닌 정취는 나의 방랑욕을 여지없이 불태웠다.
그리고 끈질긴 검색끝에 영화의 촬영지가 구라시키라는 걸 알아냈다.
에도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곳! 야나가와 보다는 좀더 넓은 수로를 끼고 있는 그곳!
구라시키가 너무도 가고 싶어졌다. 구라시키에서의 뱃놀이는 야나가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다. 구라시키의 거리는 히타의 마메다마치와는 또다른 느낌을, 보다 에도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요론섬은 몰라도 구라시키는 현실 가능한 꿈이니까 갈 수 있겠지.
바람의 검심은 애니로는 달랑 1회와 2회 밖에 보지 못했다. 그래서 애니와 영화를 놓고 어느 것이 더 나은지 비교할 수는 없다. 대게는 애니를 실사판으로 만들 경우 실망스러울 경우가 많다.(내겐 "꽃보다 남자"가 그랬다. 대만판, 일본판, 한국판 드라마 모두다 맘에 들지 않는다. 내게 있어 "츠카사"는 유일무이하기에!)
하지만 바람의 검심은 애니로는 달랑 2편 본 게 다이고, 더빙판이어서 다소 실망했었기 때문인지 오히려 실사판을 더 재미있게 봤다.
만찢남, 만찢녀라고 하나? 정말로 만화를 찢고 나온 것 처럼 켄신과 카오루(애니에서는 '카린')는 애니 속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두 배우 모두 처음 보는 배우였는데, 왠지 모르게 정이 갔다.
카오루(타케이 에미)는 외모가 일본사람 같지 않은데다 윤승아와 닮아서 볼수록 친근했다.
켄신의 붉은 머리와 얼굴의 상처, 옷차림은 애니의 켄신 보다도 더 켄신다워 보였다.
특히 켄신의 말투에 여러번 마음이 녹았다.(〃▽〃)
"~~~데고자루"(우리나라로 치면 "~소이다"??) 하는 옛 말투를 쓰는데도 어쩜 그리 달콤한지... 므흣~(ミ ´∀`ミ)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영상미!
자신이 죽인 남자의 장례식장을 찾아가 사람들 틈에 섞여 지켜보던 켄신의 모습...
너무 아름다웠다.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고.. 켄신이 받쳐든 우산에서도 빗물이 주륵주륵 떨어지는데, 또다른 빗줄기 같았다.
..... 그건.. 켄신의 눈물이었을까?...
바로 이 한 장면을 위해서라도 한번 더 보고 싶다.
바람의 검심 영화판은 총 세 편으로 마지막 편이 지난 달에 개봉했었던 모양인데, 나머지 두 편도 보고 싶다.
덧>
켄신과 카오루 역의 배우를 보며 느꼈는데, 만약 이누야사 실사판을 만든다면 둘이 주인공을 맡아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