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2011. 11. 30. 16:33, Filed under:
별 볼일 없는、일상/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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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가 쓴 글들을 읽다보니, 그 안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눈에 띄었다.
" 백수 "
그때도 백수였고 지금의 나도 백수이고 난 참, 백수로 지냈던 시절이 많았구나...... 라는 걸 새삼 일깨워주며 날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가졌던 첫 직장...
그러나 아무래도 낌새가 이상하여 몇 일만에 그만 두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 몇일 일한 일당도 받지 못했었다. 이듬해엔 전문대에 들어갔다. 한 학기를 마치고는, 휴학. 재 휴학.. 자동 휴학.. 그러다가 제적이 되어버렸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일까?
그때부터 들어가는 직장마다 오래 다니지를 못했다. 사회 초년생으로 부당함에도 할 말을 못하고 스스로 그만 둬 버렸던 곳, 갠적인 일로 너무 힘들어서 하루만 쉬려고 했던 건데 그만둘려고 그러냐는 상사의 지례짐작으로 건넨 말에 어떨결에 그렇다고 말해 버렸던 곳, 제법 좋은 곳에 취업이 되었는데도 두려움에 거절했던 곳, 열약한 근무환경을 견디지 못해 그만두었던 곳, 회사의 재정상태가 좋지 못해 그만둔 후 노동부에 신고까지 했지만 끝내 마지막 월급을 받지 못했던 곳, 부끄럽지만 잘린 적도 두 번 있고... 그리고 기타 여러 단기 아르바이트들.... 잠깐 일하고 그 일한 날들 보다 더 많은 날들을 놀고, 그러다가 다시 일하고 또 놀고....
그런 내 삶에서 얻은 게 하나 있다면 어느새 훌쩍 먹어버린 나이 뿐.
내 또래의 삶들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이제 제법 사회적·경제적인 기반을 잡고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구성원으로서의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보며 시기와 질투는 커녕 부러워할 자격조차 없다. 그건 그들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정당히 얻은 몫이기에.
그들이 땀흘리며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 오는 동안 난 히키코모리같은 짓만 하고 있었다.
내 작은 방에 틀어박혀서는 그보다 작은 내안의 벽에 갇혀 자꾸만 지난 나를 되돌아보며 후회하고, 내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원망했다. 내게 있어 미래는 없었고, 과거와 현재만이 있었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 미래를 꿈꾸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덧없는 상상...
결코 적지 않은 지금의 내 나이에 내세울만한 경력과 든든한 스펙 하나 없이, 취업에 도전하기엔 도무지 자신이 없다. 현실적으로도 어려워보인다. 용기내어 세 군데 이력서를 드밀어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자신감은 두려움에 비례하여 위축된다.
루저. 사회부적응자.
참 나와 어울리는 말이란 생각을 안 할수가 없다.
내가 여기서 조금 더 미래를 꿈꾸어도 괜찮은 걸까?
조금은 용기내어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 되는 걸까?
............... 그럴 수 있을까?
한심하고 어리석은 나지만 이런 나를 다독이고 위로하며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이 또한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라는 걸 안다. 아직은 모르겠다. 적지않은 나이를 먹고도 아직은 모르겠다.
지금부터 앞만 보고 미친듯이 달린다 해도 앞서 달린 사람들의 반도 못 따라갈텐데...
더이상 뒤는 돌아보지 말자.
지금의 내 모습을 원망하지도 말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자.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삶의 방황은 이쯤에서 멈추자.
욕심도 버리자. 꿈꿀 수 없는 희망도 버리자.
모든 것을 비워내고 천천히 채워나가자.
조금은 용기내 보자. 늦은 걸음이지만 더딘 걸음, 서툰 걸음 내딛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