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서 KBS2 월,화 드라마 브레인이 20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다행히도 오늘은 송출이 재게되어 편히 TV로 볼 수 있었네요. 저는 핸폰으로 캡쳐하며 보느라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요.^^;
사실 저는 브레인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꾸준히 봐 온 애청자는 아닙니다. 평소 신하균씨의 연기를 좋아했던 지라 그의 오랜만의 Tv 브라운 복귀 소식에 방가웠고, 그 드라마가 어떤 드라마든 간에 볼 준비가 되어 있었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해당 드라마 홈페이지에까지 들어가 볼 정도로 브레인에 대한 관심은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며 드라마를 볼수록, 알 수 없는 마음의 불편함이 찾아왔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이강훈, 그에게만 유독 편파적으로 행동하는 김상철이란 인물에 대한 이중성 때문이었습니다. 병원내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자상함에 최고의 실력까지 갖춘 의사로 평판이 나있지만 , 그런 성품과는 반대로 오로지 자신만의 기준에 빗대어 이강훈을 유독 적대시 하는 김상철의 모습은 모순이었고 철저한 위선같아 보였습니다. 그런 그의 역겨운 모습과 그 밖의 고재학, 서준석 등 이강훈을 향해 가지고 있는 그들의 적개심과 음모들을 참아내면서 보기엔 제 인내심이 다소 부족 하더라구요. 그러나 이 드라마.. 이상하게 외면이 쉽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중간중간 찔끔찔끔 봐오다가 중,후반부터는 다시 본방사수를 시작했습니다.
김상철.
드라마 초반의 그의 이중성이 모두 철저한 계산에 의한 연기였단 걸 알고나자 새삼 김상철을 연기한 정진영의 소름돋는 연기력에 존경을 표하고 싶어지더군요. 비록 자신의 과거는 철저히 잊은채 살아가고 있었지만, 자신의 또다른 과거와 너무도 닮아있는 이강훈을 바라보면서 알 수 없는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꼈던 건 당연한 일이었겠죠.
다시 드라마를 보면서 부터는 이강훈과 김상철이 서로를 진정한 멘토와 멘티로 받아들이게 되어 가는 모습들을 보여주겠다는 브레인의 기획의도에 초점을 두고 보았습니다. 과연 의료사고의 피해자 가족인 이강훈과 그 의료사고를 낸 장본인인 김상철 사이에서 멘토와 멘티라는 관계가 성립할 수 있을지, 또 그 과정을 과연 어떻게 그려낼지 자못 궁금했습니다.
그 둘은 잘못했다, 미안하다, 용서한다라는 식의 너무나 당연한 말은 건네지 않습니다. 만약 두 사람이 그런 말을 주고 받으며 화해를 시도했다면, 오로지 성공에 대한 무서운 집착으로 지금까지 쉼없이 달려온 그들의 인생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브레인의 마지막회는 지금까지의 팽팽했던 긴장감과 달리 너무나 모든 것이 말랑말랑하게 흘러갔습니다. 지난회에 이어 서준석 선생은 수술에 대한 공포를 말끔히 날리고, 집도의로서 성공적인 수술을 마칩니다. 그리고 이강훈에게 우연히 떨어진 열매를 그냥 주워먹지만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고, 이강훈은 쿨하게 인정한다고 말합니다.
브레인 내에서 러브 라인을 형성하던 모든 커플들도 사랑의 결실을 맺습니다.
윤지혜는 이강훈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들었다며, 사실은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김상철 교수가 아닌 자신이 아니었냐고, 그래서 따뜻해질 수 없던 것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이강훈은 쓰러진 아버지를 업고 뛰던 그 날, 빨리 달리면서도 빨리 달리고 싶지 않아했던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눈물을 흘리며 솔직히 고백합니다.
이강훈은 김상철의 수술 후 증상이 좋지 않음을 쭉 의심하다가 시력이 전보다 떨어졌음을 알게 되고, 재술을 하겠다고 고집합니다. 김상철 교수는 얼마든지 자신의 뇌를 열어 보라고 하죠. 다시 할 수술에 대해 김상철 교수에게 설명을 하던 이강훈은 환자로서 담당의사인 자신을 믿으라 말하고, 김상철은 자신을 수술했을 때의 이강훈을 믿어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김상철 교수는 자신때문에 시간낭비 하지 말라며, 이강훈의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만을 남겨두고 자취를 감춥니다.
(솔직히 이 장면은, 참.. 브레인과는 생뚱맞아 보였는데요, 자신의 뇌사진을 이강훈의 책상 앞에 두고 떠나던 윤지혜가 버스정류장에서 바람에 실려 날아온 뇌사진을 다시 보게 된다는 설정인데, 로코나 멜로도 아니고 참으로 뜬굼없어 보였던 장면입니다.ㅡ,.ㅡ)
그리고 마침내 이강훈은 대한민국 의학상(?)을 받게 되고, 그 자리의 강연을 위해 복도로 걸어나가는 길. 김상철 교수의 환영과 마주합니다. 김상철 교수는 이제 행복하겠냐고 사랑하는 것을 또 잃게 됐는데도 괜찮겠냐고 묻습니다.
같은시각 윤지혜는 다른 병원으로 가게 됐지만, 이강훈은 그녀를 택하지 않고 강연장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그 강연장에서 다시 돌아온 윤지혜를 바라보며 그는 방가운 미소에서 이내 끔찍한 미소(?)로 변모하며 끝이 납니다.(아쉽게도 마지막의 장면은 캡쳐를 못했어요.ㅜㅜ)
저는 이 마지막이 꽤 마음에 듭니다. 지금까지의 브레인과 어울리지 않게 말랑말랑하게 전개되던 초,중반의 흐름을 모두 깨트리는 가장 브레인다운 장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역시나 이강훈답게 사랑보단 자신의 성공을 택한 이강훈, 그리고 사랑과 성공을 모두 거머쥐게 된 이강훈의 마지막 모습.
뻔하지 않은 결말이라 좋았고, 그동안의 이강훈의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브레인 최고의 명장면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