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오래전에 이미 한번 읽었었던 책으로 그 당시 느꼈던 결말에 대한 실망감이 아직도 남아있었지만, 두달전 「Y의 비극」과 「환상의 여인」을 구입할 때, 세계 3대 추리소설을 전부 소장하고 싶은 욕심에 함께 주문했다. 먼저 다른 두 책을 다 읽고나서, 너무 오래전에 읽기도 했거니와 혹시나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의미를 깨닫게 되어 전혀 새로운 감동을 느끼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안고 다시 손에 쥐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여전히 썩 개운치는 않았지만, 처음 읽었을 때 보다는 실망감이 훨씬 덜했다. 그렇게 크게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당시는 아무래도 기대감이 너무 컸던 모양이다. 책을 읽기 이전에 드라마(킨다이치 소년의 사건부2)나 영화(아이덴티티), 만화(명탐정 코난)등에서 모티브된 것을 먼저 보았는데, 여느 추리극에서 느끼지 못했던 전율을 느꼈었다. 인형이 하나씩 사라질때 마다, 사람도 한 명씩 사라진다는 그 설정이 너무 신선하고 독특하고 기발해서 완전 매료되었었다. 그 감동은 자연스레 원작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으로 이어졌고 나의 기대치를 한없이 상승시켰다. 그러나 결말에 다다랐을때 기대감은 무너졌고 미디어에서 느꼈던 감동이하였다.
그 이유를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책과 미디어에서는 시대적 배경이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930년대 영국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그들의 낯선 문화를 이해하기엔 내 지식이 부족하기도 했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내겐 미디어에서 봤던 현대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건이 훨씬 현실감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병정섬의 저택 모든 객실에 걸려있던 동요를, 그 동요 속 "청어"에 담긴 뜻을 익히 알고 있었더라면... 그러나 지식의 층이 얇은 내가 범인임을 알 수 있는 유력한 단서인 "청어"란 말에 담긴 의미를 전혀 알리없었기에 따라서 유추의 재미가 반감되었고, 후에 모든 진상이 밝혀졌어도 어떤 놀라움이나 충격도 느끼지못했다. 특히나 마지막 범인의 트릭은 현실 가능성면에서 공감할 수 없어 뭔가 석연찮았다.
그러나 이후 밝혀지는 범인의 사이코적인 성향이나 병정섬에 모인 인간들의 과거사는 흥미로웠다. 마더 구스의 노래를 차용하여 스토리를 만들어낸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도 감탄스럽다. 정말이지 스토리적인 면만 본다면, 1930년대에 쓰여졌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않을 만큼 대단한 것 같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작품들속에서 끊임없이 모티브화되고 패러디화 되는 걸 보면, 역시 세계 3대 추리소설이란 타이틀이 아깝지않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