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여인」은 「Y의 비극」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처럼 사전에 익히 알고 있던 책이 아니었다. 처음엔 「Y의 비극」하나만 구입할 생각으로 과연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리뷰들을 검색해 보다가 세계 3대 추리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중 한 권이 바로 「환상의 여인」이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 또한 「환상의 여인」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나 결말 자체만 놓고 본다면 많이 봐왔던 뻔한 설정이었지만, 중요한 건 그럼에도불구하고 내가 전혀 범인을 예상치 못했다는 거다. 미스테리 수사물이나 스릴러라는 장르에 있어서 진범에 대한 첫번째 공식(?)을 떠올릴 수 없었을 만큼 작가는(윌리엄 아이리시) 자연스레 나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이끌어냈다. 나는 범인이 누구냐는 궁금증보다도 단서를 쫓아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에 더 집중했다. 어쩜 작가의 의도도 그러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아주 보기좋게 작가의 덫(?)에게 걸려들은 거라 할 수 있겠다. 아.. 분해~~!!! .\/.
환상의 여인.. 처음 책 제목을 들었을 때부터 묘한 매력에 마음이 이끌렸다. 「Y의 비극」은 책 뒷표지의 총평때문에 범인을 쉽게 알아버렸지만, 반대로 「환상의 여인」은 그 때문에 범인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아내와 싸우고 나온 핸더슨은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과 식당에도 가고 극장에도 간다. 이 여인과 헤어져서 한밤중에 돌아온 그는 침실에서 아내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 용의자는 바로 남편인 핸더슨. 그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해 그 여인과 그 날 밤 자기가 만난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여인은 사라지고, 증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다. 그 요란한 여인과 함께 밤늦게까지 돌아다녔는데도 아무도 그녀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핸더슨의 사형 집행일이 지난 뒤에도 그녀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그녀는 환상의 여인인가? 이 작품은 추리소설 베스트10에서 언제나 1,2위를 다투는 최고의 걸작이다.」 - 해문 출판사 「환상의 여인」 뒤 표지에서 발췌
책의 핵심 줄거리를 간략히 정리해 놓은 뒤 표지의 글을 봤을 때, 굉장히 미스테리적이고 판타지같은 느낌이 나를 강하게 압도했고, 그 사라진 묘령의 여인은 과연 누구일지, 정말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일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래서 나는 범인이 누구일까보다는 그 여인의 정체와 그 여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나름 가정해 본 그림(?)이 있었고(뷰티플 마인드나 셔터 아일랜드 같은 류의 반전), 그 그림대로 이야기가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이 강했기에 마지막에 범인이 밝혀졌을 때 미처 용의선상에 올려보지도 못했던 인물이라 다소 놀랐다.
나는 책 제목처럼 「환상의 여인」이 핵심 키워드가 되어 극의 흐름을 뒤집어 놓을만한 결정적인 반전코드가 되어주길 바랐었다. 하지만 환상의 연인은 맥거핀 효과였던 것이다. (ㅡ.ㅡ)^ 추리소설이기에 확실한 진범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래도 제목 그대로 그 여인이 허구의 인물인 환상의 여인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내가 바라던 그림이 그러했듯이..
하지만 「환상의 여인」은 마치 미스테리 범죄 스릴러 영화 한 편을 직접 눈으로 보는 듯한 스토리 전개가 꽤 흥미진진했다. 만약 세계 3대 소설 중에서도 1위를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조심스레 「환상의 여인」을 추천하고 싶다. 라스트로 접어들면서는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면서 다소 허탈함에 실망감이 들 수도 있지만, 「Y의 비극」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비교하면 가장 현실성 있는 설정으로 현실성에 부합한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