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인 23일 금요일..
홀로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갑작스레 기온이 뚝 떨어지고, 눈까지 내린 날이었다.
금요일인데다가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이라 혹시나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앞서 버스 한 대를 만석으로 보내고 그 뒤 버스도 못 탈 뻔 한 걸 간신히 탈 수 있었다. 딱 세자리 남았었음.
어쩌다 한번 가는 서울이건만 겨울에 갈라치면 어쩜 그리도 귀신같이 콕 찝어 갑자기 추워진 날 가게 되는지... 이것도 무슨 머피의 법칙인 건가? ㅎㅎ
모처럼만의 외출이었다.
움직이는 것도 씻는 것도 귀찮아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고 있는 나를 서울까지 이끈 건 르누아르전 소식이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르누아르전 티켓을 공짜로 얻어서였다. 평소 공짜로 얻는 것, 즉 행운과는 거리가 먼 나인데 처음으로 이벤트 응모란 것에 당첨이 된 것이다.
르누아르는 작년에 한창 푹 빠져서 봤었던 "그녀는 예뻤다"란 드라마 때문에 알게 됐다.
드라마에서 보면 남녀 주인공 둘의 추억이 어린 물건으로 르누아르의 '시골의 무도회'가 그려진 퍼즐이 나오는데, 그림에서 춤을 추고있는 주인공 남녀가 아니라 그 두 사람을 바라보는 그들 뒤의 여인네에게 주목, 그녀를 '빼꼼이'라 부르고 여주인공과 동일시시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인상깊었다.
또 둘이 어렸을 때 헤어졌다가 성인이 되어 처음 만나기로 한 장소로도 그들의 추억과 관계가 있는 르누아르전이 나오기도 했다. 그걸 보고는 정말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나 검색까지 해봤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저 드라마 설정이었을 뿐..
이번 르누아르 전시회 소식을 들었을 때 당연히 '시골의 무도회'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게 있어 '르누아르'는 이꼬르 '시골의 무도회'였다.
그래서 이벤트에도 응모했던 거고 만약 당첨이 되지 않더라도 따로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운좋게 당첨이....+_+
그런데 가기 전에 전시회 기사와 후기들을 좀 찾아봤더니 이번 전시회엔 시골의 무도회가 없다고...ㅜㅜ
더 알아보니까 2009년에 열렸던 르누아르전에서 이미 전시를 했었던 모양..
더구나 이번 전시회는 이전에 비해 작품수도 많지 않고, 유명한 작품들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래선가?
르누아르전에 대해 검색해 보면 2009년 것만 뜨고, 이번 전시회 후기는 찾기 힘들었다.
급 시무룩~(´ε` )
그래도 처음 이벤트에 당첨된 거고, 일타쌍피(?)를 노리고 서울행을 감행하기로 한 것! ㅎㅎ
덕수궁 돌담길 따라 시립미술관 가는 길...
나무들이 손 뜨개질한 예쁜 옷들을 입고 있었다.
트리 허그라나?
나무를 안아주란 건가??
덕분에 마냥 황량했을 겨울길이 산뜻했다.
가장 맘에 들었던 별 모양 뜨개!
시립미술관 오르는 길이 원래 이렇게 휑했나?
예전에 팀 버튼전때는 무덤 입구처럼 고딕 느낌의 아치형 철문으로 꾸며놓았었는데...
팀 버튼전, 고갱전에 이어 세번째 방문하는 시립미술관..
르누아르 그림으로 만들어진 티켓박스가 화사하니 예뻤다.
나중에 나올 때 이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팠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니, 한명 있었지만 그 분 손에 커피가 들려 있어 차마 부탁할 수가 없었다.ㅜㅜ
2,3층에서는 르누아르전을, 1층에서는 또 다른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그러데 그곳이 생각외로 인기가 있어보였다.
무료라서 그런지 르누아르전 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첨엔 별로 들어가고픈 마음이 없었지만 무료라기에 르누아르전 다 보고 내려와 들어가봤는데, 좀 지쳐있었던 때라 대충 쓱 한 바퀴 둘러보고 나와서 기억에 남는 건 없다. 일단 내 스탈의 전시가 아니었음.^^;
한불수교 130주년, 경향신문 창간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서울시립미술관 르누아르전.
이번 르누아르전의 주제는 '여자'로, 그래서 '르누아르의 여인'이란 이름이 붙었다.
- 르누아르전 간략한 정보
□ 전시기간 : 2017년 3월 26일까지
□ 전시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2,3층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 관람요금 : 성인 13,000원 / 청소년 10,000원 / 어린이 8,000원
르누아르전이 열리고 있는 2,3층 전경.
전시 구성은 어린아이와 소녀 / 가족안의 여인 / 르누아르의 여인 / 누드와 목욕하는 여인 이렇게 4개의 테마로 나뉘어 있다.
인터넷 이벤트에 당첨되서 온 거라 따로 티켓을 발급받지 않고 전시회장 입구에서 이름 확인만 하고 바로 들어갔다.
평일 오후라곤 해도 금요일이고,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이라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전시회장 안은 너무도 한산했다. 나 빼고 관리요원이신지 도슨트신지 한 분하고 계속 왔다갔다하는 경호원 둘 밖에 없었다.ㅎㅎㅎㅎㅎ 차츰 사람이 늘긴 했지만, 그래봤자 몇 없어서 작품 감상하기엔 최상으로 좋은 환경이었다.
기본적으로 실내 사진촬영은 금지지만, 2층 전시장 출구쪽에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다가 나중에 3층까지 다 보고 한번 더 보러 다시 내려갔을 때 도슨트(?) 아저씨께 부탁해서 그래도 사진 한 장은 찍어왔다.ㅎㅎ
▲ 어린아이와 장난감, 가브리엘과 르누아르의 아들 장
진품은 아니고, 포토존에 걸려있는 작품이다.
작품 속 여인은 르누아르 부인의 사촌 '가브리엘'로, 아이들의 유모이자 르누아르의 그림 모델이기도 했단다.
▲ 장미를 꽂은 금발여인
이 작품 속 여인은 '데데'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앙드레 외슐렝'이다.
그녀는 르누아르의 마지막 뮤즈였으며, 나중에 르누아르의 둘째 아들 장과 결혼하여 장이 만든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단다.
전시회장에 들어가면 두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첫번째는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인'이었고, 바로 그 옆에 걸려있던 걸로 기억한다.
아닌가?? ^^;;; 아님 말고..ㅋ
처음 봤을 땐 별로네 하고 획 지나쳤다가 되돌아서도 한번 봤는데, 다시 보니 너무 매력적으로 보여 그대로 멈춰 서서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봤었다.
르누아르의 그림은 '시골의 무도회' 빼고는 아는 게 없기에 어떤 게 유명하고 어떤 게 덜 알려진 건지 몰라서 내겐 모든 게 다 낯설었다.^^; 반대로 말하면 그래서 더 편견없이 작품들을 본 것 같다.
작품 이름은 기억나진 않지만 보는 순간 강렬하게 다가온 작품들도 있었고, 두번 보고 세번 봐야 마음에 들어오는 작품들도 있었다.
확실히 작품 수가 좀 적은 것 같긴 했지만, 너무 많아서 나중에 뭘 봤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 것 보단 나은 것 같았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조명!
난 가까이 다가가서 생동감 넘치는 붓터치를 보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빛의 반사가 심해 그럴 수가 없었다. 몇 발짝 떨어져야 빛의 반사가 사라져 제대로된 감상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게 또 좋았다.
르누아르의 그림들은 몇 발자국 떨어져서 보는 게 더 아름다워보였다.
여인들의 투명하고 통통하고 발그레한 볼과 보드라워보이고 반짝이는 머리카락은 조금 멀리서 바라봐야 그 아름다운 진가가 오롯이 드러났다.
▲ 아트샵
엽서랑 냉장고 자석이 탐나긴 했는데, 엽서는 한 장에 2,000원으로 다른 전시회에 비해 비싸고, 냉장고 자석은 마음에 드는 게 그림이 온전히 다 나오지 않고 일부가 잘려나갔길래 사지 않았다.
지금은 후회함...
'두 소녀, 모자 장식하기'가 그려진 엽서 하나만이라도 사올 걸....ㅜㅜ
▲ 정동교회
지난 번에 왔을 때 보긴 했지만, 그때 사진을 남겨두지 않았어서 잠깐 들러 찰칵~!!
미술관에서 나올 때쯤 관복을 입은 사람들이 옆 건물에서 우루루 나오고 있었는데, 보자마자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재연하시는 분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덕수궁 앞이라 아니라 이렇게 미술관 앞에서 시작을 하는 모양이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쭉 한바퀴 도는 건가 봄.
▲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덕수궁 앞으로 와서 조금 기다리니 아까의 무리가 안에서 나와 교대식을 거행했다.
오른쪽에 노란 관복을 입은 악사(?)가 든 미니 징을 여러개 단 실로폰 같이 생긴 악기가 신기했다.
이름이 뭘지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운라'란다.
대충 설명을 읽어보니 조선시대 실로폰쯤으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이때가 세시쯤 됐을라나??
급 더 추워져서 끝까지 못보고 일타쌍피에 쌍피(?)하러 그만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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