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여행/2014~2017 국내_제주
뜻하지 않은 걸음.. 저지오름
별 :D
2016. 3. 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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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환상숲 다음엔 특별한 계획이 없었다.
근처에 오설록이 있지만, 왠지 영 내키지 않고.. 수월봉으로 일몰을 보러 가기엔 너무 이르고...
내키지 않아도 오설록을 갈까.. 아님 일찌감치 수월봉에 가서 해가 질 때 까지 기다릴까.. 를 두고 고민하던 참.. 그녀와의 만남은 뜻밖의 행운(?)이었다. 그녀도 나처럼 혼자 온 뚜벅이 여행자였다.
환상숲에서 돌아나오는 길..
그녀와 나는 천천히 숲을 둘러보며 걷느라 일행들을 모두 앞서 보내고 맨 뒷자락에 남아 걷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그곳에 노루가 있다고..
그렇게 우리는 노루의 하얀 엉덩이를 함께 바라본 것을 계기로 간단한 얘기를 나누며 숲을 빠져나왔는데, 서로의 오늘 일정을 묻다가 그녀의 마지막 일정이 나와 같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바로 다음 일정으로 근처에 있는 저지오름에 갈 거라고 했다.
그제야 여행 일정 짤 때 환상숲 근처 갈만한 곳을 찾아보다 저지오름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환상숲에서 그리 멀지 않아 수월봉 사이에 넣음 딱이구만 왜 진작 저지오름을 넣지 않았는지...
내 비루한 기억력에서 잊혀졌던 저지오름이여~~~(´-ι_-`)
잘만 했음 하루 일정이 똑같을 뻔..
이것도 인연인 것 같아 그녀의 길에 동행을 요청, 그렇게 우린 함께 저지오름을 오르게 됐다.
그런데 시간이 잘못됐던 거였는지 도착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 걸어서 가기로...
그녀가 구글 지도를 켜더니 충분히 걸어갈만 하다고...
난 지도에 약한 뇨자!
그대를 전적으로 믿고 따르리다~~~
위미리에 있는 동백나무군락지를 일정에 넣으려다 다 졌다고 해서 제외했는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그나마 생생한 동백꽃을 만나게 되어 방가운 마음에 찰칵~!!
이후 여행 내내 동백꽃을 자주 만났다.^^
다 지지는 않았던 모양..
드디어 정상 도착!
。・°°・(>_<)・°°・。
힘들어 죽을뻔!!
이런 즈질 체력으로 2년전 한라산 정상까지 어찌 올랐었는지...
지금 오르라면 죽어도 못 오를 거라며..
그땐 무슨 오기로 올랐던 건지...ㅎㅎ
내가 아침에 떠나온 곳..
그리고 다시 돌아갈 곳...
이 맛에 오름을 오르는 모양이라며..
아침에 해변 산책할 때만 해도 맑았었는데, 점차 흐려진 날씨 때문에 조금은 아쉬웠던...
그래도 내겐 의미있는 첫 오름이었다.
다리가 풀려 후들후들~ㅋ
그래도 마음은 뿌듯뿌듯~(*˙︶˙*)☆*°
오름이라기 보단 숲길을 걷는 것 같았던..
마치 동네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기분이었다.
저지오름을 오르며..
내려오며..
그녀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주제는 제주여행 얘기 하나였지만, 서로 여행 스타일이 비슷해 말이 잘 통했다.
제주가 좋아 기회 있을 때 마다 오고 있다는 그녀..
제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 또 다음을 기약하고 있는 나..
둘 다 가본 곳들 얘기가 나오면 방가워하고..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다녀온 이야기엔 궁금해하고.. 부러워하고.. ㅎㅎ
지금껏 처음 본 누군가와 이렇게 신이나서 떠들어 본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이번 여행 일정에는 없던 뜻하지 않은 걸음 첫번째(?)였던 저지오름.
그녀가 아니었음 모르고 지나쳤을 곳이었는데, 덕분에 일정이 더욱 풍성해졌다. 그리고 잠시나마 혼자가 아니라 둘이어서 진심 즐거웠다.
- 저지오름 다음 코스로 여기어때? 수월봉 엉알길
- 오름들이 한 눈에 펼쳐지는 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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