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여행/2014~2017 국내_제주

비온 뒤의 천년숲 비자림

별 :D 2017. 4.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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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안 좋은 날씨.. 비자림 가는 날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오는 날에 가면 그렇게 좋다나?

그런데 정말로 비가 올 줄이야..
비자림 가기 전날 게하 스텝분에게서 내일 비가 올 거라는 얘길 듣고 정말 기뻤다.
그 분은 비가 온대서 걱정이라는 뜻으로 말한 거였는데,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살짝 어이없어하셨다.ㅋㅋㅋ


비자림 가는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어봤다.
밤새 비가 왔는지 도로가 촉촉히 젖어있었다.
실가닥 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이내 그칠 것 같았다.

' 오!
비자림 가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씬 걸?!
비에 촉촉히 젖은 숲을 우산없이 편히 걸으며 볼 수 있겠어! '

이디 하우스에서는 4인실 도미토리에서 묵었었는데, 비성수기임에도 만실이었다.
그런데 내 아래 침대를 쓰는 사람이 우연히도 동갑(?)이었다.
제주 뿐만 아니라 혼자 여행을 다니며 여러 사람들을 만났었지만, 모두 나보다 어리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는데 처음으로 동갑을 만나 넘 방가웠다. 우연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더니 청주에서 왔다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녀가 아침에 차로 비자림에 데려다주었다.


덕분에 편히 그리고 예정보다 일찍 비자림에 도착.
9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었는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좀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숲을 보러 오는 사람은 극히 드물 줄 알았는데, 예상이 빗나감! ㅋ


한자 아닐 비(非)자를 닮아서 비자란 이름이 붙었다는 비자나무.
그러고 보니 정말 닮았다. ㅎ


비에 젖은 붉은 화산송이길을 따라 걷는 길..

비자림은 다름아닌 바로 요 화산송이길 때문에 오고 싶었다. ^^


비자림에서 첫번째로 만난 고목.

얼마나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딱 봐도 오랜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고개를 바짝 쳐들고 올려다보야 할 만큼 크기도 대단했지만,


땅 위로 불거져 나온 혈관처럼 얽히고 섥힌 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두 개의 나무가 몸이 붙어 자란 연리목.

작년에 환상숲에서 숲해설사님이 가지가 붙은 건 연리지이고, 몸이 붙은 건 연리목이라고 알려주셨던 게 떠올랐다.


와~ 하고 첫번째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나무!

갈래갈래 뻗쳐나온 가지가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비자림엔 비자나무만 있는 줄 알았던 초단순한 나..^^;

이렇게 오래되고 멋스러운 다른 나무들도 많은데 말이지.
저렇게 가지들이 많이 뻗쳐나온 나무들을 보면, 밤이 되면 스르륵 깨어나서 입꼬리를 치켜세우고 히죽거리며 물결치듯 가지를 뻗쳐 겁에 질려 도망가는 사람을 잡으려는 모습이 상상됐다.
진짜 밤에 보면 그로데스크한 분위기 쩔 것 같은..으흣.


중간에 갈림길이 나왔을 때 돌길은 걷기 싫어서 다른 길로 갔었는데, 걷다보니 만나게 되어 결국은 걷게 된... 큭~


태곳적 느낌이 가장 짙었던 나무..

점점 걸어들어갈수록 원시시대로 타임슬립한 기분이 들었던..
왜 비자림을 천년의 숲이라 부르는지 납득이 갔다.


새천년나무.

비자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무려 800살이란다.
천년의 숲이란 타이틀은 어쩜 이 나무때문에 붙여진 이름인지도?!


나올 때도 화산송이길과 함께..
한 바퀴 둘러보는데 1시간 20분 걸렸다.

초반엔 생각보다 별로네 라고 생각했는데, 오래된 나무들이 속속들이 나타나면서 매력이 더해갔던 비자림.

좀더 흠뻑 비에 젖은 모습이었으면 좋았겠다란 약간의 아쉬움이 들기도 했지만, 원하던대로 비온 뒤의 숲길을 걸을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다음엔 햇빛 좋은 오후에 걸어보고 싶구나! ^_^


매표소 옆에 있는 물품보관소.

짐이 있는 뚜벅이 여행자라면 이곳에 맡겨두고 숲으로 들어가면 된다.


안에는 이렇게 버스 시간표도 붙어있다.

맡겨뒀던 짐을 찾아서 나가려다가 문쪽에 붙은 지도를 보고 있으니까 직원분이 어디로 갈거냐고 버스 타고 나갈 거냐고 먼저 말을 걸어오셨다.

세화로 갈 거라니까 여기 버스 시간표 있으니 보라면서 지금 시간이면 10시 58분 거 타면 되겠다고 시간도 알아서 따져 주시고, 버스정류장 위치와 타야할 방향까지 일러주셨다.

그렇잖아도 올때 버스를 타고 온 게 아니라 버스정류장이 어딘지 몰랐었는데...

완전 감격!
" 정말 감사했어요. "


비자림에서 입구 밖으로 걸어나가 저 만장굴 표지판 있는 곳으로 꺾으면 정류장이 두 개가 있는데, 세화쪽으로 갈 거라면 왼쪽으로 보이는 정류장에서 타면 됨.

뚜벅이 여행자분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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