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에서 비롯해 보게 됐다.
반전영화인 줄 알고 봤는데, 반전 따윈 없는 영화였다.
아니, 판타지 영화인 줄 알았는데, 판타지가 아니었으니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겠다.^^;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이 얼마나 판타지스런 제목이란 말이냐.
그러나 영화는 전혀 판타지스럽지 않다.
시대적 배경이 스페인 내전 당시인 만큼 매우 어둡고 잔혹하다.
만삭인 엄마와 함께 파시스트 정부군인 새아빠가 있는 부대로 가게 된 오필리아는 그곳에서 '판'이라는 요정을 만난다. 그에게서 자신이 예전에 지하왕국의 공주였다는 얘기와 함께 지하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열쇠를 찾는 미션을 부여받게 되는데...
초반에 사마귀인지 뭔지 징그럽게 생긴 커다란 벌레가 등장할 때 부터 왠지 께림칙했다. 후에 요정으로 변모한 모습마저 기괴한 것이 도저히 요정이라 봐주기 힘들었고, 오필리아가 3개의 열쇠를 찾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은 판타지적인 신비로움은 전혀 없고 불쾌하고 끔찍하기만 했다. 거기에 더해 오필리아의 실제 삶에선 엄마는 몸이 쇠약해 유산의 조짐을 보이고, 새아빠는 잔혹하기 그지없는 파시스트 정부군이고, 자신을 돌봐주는 보모는 반란군을 돕는 조력자고...
판타지적인 부분이라도 밝고 따뜻했다면 보기가 한결 편했을 텐데, 오필리아가 처한 환경 만큼이나 그녀가 꿈꾸는 판타지마져도 기괴하고 불쾌해서 보는 내내 힘들었다.
영화가 좀 난해한 부분이 있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다른이들의 후기를 찾아 읽어도 봤는데, 숨겨진 의미를 알았다고 해서 영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는 않더라는.
판타지로 홍보를 하는 바람에 망한 명작이란 평이 많던데, 갠적으론 잔인한 장면이 많아서 보고 후회했다.
또 영화를 두고 오필리아의 지하왕국 이야기가 사실이냐 아니냐란 논란도 있던데, 난 사실이 아니다 라는 쪽이다.
모두 오필리아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자아낸 환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환상임에도 그렇게 어두울 수 밖에 없었던 거고.
마지막 장면은 비로소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오필리아의 자유와 희망이 담긴 행복한 꿈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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