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잉여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요즘...
그에 걸맞게 요즘 나는 만화책에 심취해 있다.
"잉여 = 만화책"
하루 온종일 방바닥에 눌어붙어 앉아 만화책장을 깔짝깔짝 넘겨보는 것이 일상이 되버렸다.
참으로 잉여계에 어울리는 바람직한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ㅋㅋㅋ
언제까지 이런 잉여잉여함이 지속될진 몰라도 그동안 많이 읽어둬야지..ㅋ
첨엔 뭣모르고 그냥 필 꽂히는대로 읽었는데, 연재중인 건 성격 급한 내겐 맞지 않는 것 같아 완결작 위주로 읽고 있다. 원래는 읽는대로 바로바로 포스팅하려 했으나, 그럴 새도 없이 새로운 만화책에 먼저 손이 가다보니 자꾸만 리뷰가 늦어지고 있다.^^; 해서 더는 미뤄두면 안 될 것 같아 일단 최근 3일에 걸쳐 끝마친 "엔젤전설" 리뷰부터 써야겠다.ㅋ
"꿈을 잃고, 희망도 잃고, 인정조차 사라져 가고 있는 이 세기말에, 천사처럼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지닌 소년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외모는 극단적으로 눈동자가 작고... 타고난 흰 피부는 언제나 있는 눈 밑의 그늘과 더불어 마약 중독자처럼 보였으며... 입술은 아주 얇고 자고나면 뻗치는 머리는 젤을 발라 단단히 붙여야만 했다."
착하고 순수한 내면과 달리 악마라 불릴만큼 무시무시한 외모를 가진 우리의 주인공 '기타노 세이치로'.
덕분에 그의 길지않은 인생길은 언제나 파란만장했다. 그는 겨우 고등학교 1학년.
"엔젤 전설"은 그가 전학을 간 학교에서의 좌충우돌 적응기를 그린 이야기다.
천사같은 내면과 상반되게 악마같은 외모를 가진 남학생의 이야기라는 얘기만 들어도 대충은 짐작이 가리라 생각한다. 주인공은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인데도 그를 향한 주변인들의 극단적인 공격과 억측들이 난무하고, 주인공 또한 착하고 순수하기만 한 게 아니라 답답할 정도로 상황파악에 둔한데, 바로 그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연출된다.
싸움을 싫어함에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만에 전학 간 학교에서 학교짱이 되고, 인근 학교 짱들과도 붙어 모두 이기고, 학교장이 계속해서 불러들이는 특별지도 선생들을 모두 쫓아내고...
그냥 큰 골자만 놓고 보면 참 웃긴 상황들인데...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도 무지 웃기다고 해서 읽게 된 건데... 난 좀처럼 웃음 포인트를 찾지 못했다. 내가 평소 개그도 다큐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좀 있기 때문인지, 내겐 기타노가 처한 모든 상황들이 진지하게 다가왔다. 어쩌다 피식피식 웃긴 장면들도 있었지만, 기타노를 처음 보자마자 악마라느니 살인자라느니 그에게 온갖 몹쓸 말을 내뱉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오만불손한 사람들의 태도 때문에 몹시 화가 났다.
(위_'기타노'의 말, 아래_'기타노 아버지'의 말)
둘다 저렇게 마음이 고운데, 무서워 보이는 외모 때문에 역경이 참 많다.ㅜㅜ 기타노 아빠 역시 지금의 기타노와 같은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어른이 되서도 야쿠자란 오해를 받는다. 정말이지 너무 불쌍한 부자다. 뭐, 정작 본인들은 크게 괘념치 않아하지만...ㅎㅎ
(왼쪽_'코이소 료코'의 말, 오른쪽_'시라타키 이쿠노'의 말)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사람의 외모란 게 타고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면 어떨까 라고.
착한 사람은 예쁘거나 선하게, 악한 사람은 못생기거나 무섭게 변하는 거라면 어떨까 라고.
그렇다면 겉모습만 보고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으니 사람을 사귐에 있어 한치의 스스럼도 없을 텐데... 그리고 예쁘고 선한 얼굴을 갖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선한 마음을 가지려고 부단히 노력할 텐데... 라고.
그래서인지 위의 이쿠노의 말이 몹시 와닿았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의 성격에 맞는 모습을 하고 있다면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우를 범할 일은 애초에 없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진심은 통한다고 료코나 이쿠노처럼 기타노의 진심을 알아봐주는 친구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기타노는 그들과 함께 나름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그 모습들이 참 훈훈하고 좋았다. 처음엔 기타노가 최강무적 깡패인 줄 알고 따르다가 기타노의 본 모습을 알고도 변함없이 그를 형님(친구)으로 받아들이는 다케히사... 남들은 다 무서워하는 기타노의 얼굴을 보며 늠름하고, 남자답고, 심지어 귀엽다고까지 말하는 료코와 이쿠노... 존재감 미약한 료코의 친구 이쿠코... 싸움 실력도 형편없으면서 입만 살아 나불거리고, 강자 앞에선 한없이 초라해지는 찌질이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전직 학교짱 구로다와 그의 똘마니 A,B...(미안하다. 너희들 이름을 모르겠다.), 포기(?)를 모르는 열정깡패 오기스...
만나면 서로들 으르렁대고 티격태격하지만, 그들이 모두 함께 모여 있는 모습이야말로 "엔젤전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그 자체가 아닐까 한다.
기타노는 앞으로도 쭉 평범치 않은 외모 때문에 억울하게 일방적인 피해를 보며 살아가겠지만, 그의 친구들처럼 그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들 또한 늘어나겠지.
"엔젤전설"은 결론적으로 재밌게 읽기는 했지만, 내게 있어 15권은 좀 길었다. 육성으로 터질만큼의 재미를 기대했는데, 전혀 그렇지 못해서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기타노를 비롯 매력적인 캐릭들로 즐거웠다. :)
+)
흐흣.
신기하게도 그림체의 발전 때문인지 뭔지는 몰라도 보다보면 료코나 이쿠노의 말처럼 정말로 기타노가 귀여워 보인다. 그리고 그녀들처럼 기타노가 남자로서 멋있어 보이기까지! 그런거 보면 '키요미(흉행 그 자체를 찍겠다며 기타노의 뒤를 쫓던 타학교 여학생)'의 말처럼 기타노는 여자의 마음을 홀리는 진짜 악마일지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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