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사토미, 이치카와 미카코, 모타이 마사코..." 알고보니 그녀들의 인연은 영화 「 안경(2007) 」에서 보다도 훨씬 이전에 시작됐었다는 사실~!! 바로 2003년에 방영된 드라마 「 수박」에서도 그들은 함께였다.(혹시 이보다도 이전에 함께 한 작품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가 재밌게 본 일드는 대게 2000년대 초반작이 많다. 수박은 2003년 작! 무려 12년전 드라마다. "역시 옛날 게 재밌어!" 하며 보았다.
만약 「 고양이를 빌려 드립니다 」 를 보지 않았더라면... 이후 "오기가미 나오코"의 또다른 영화를 찾아보지 않았더라면... 더 나아가 그녀들(이치카와 미카코, 고바야시 사토미, 모타이 마사코)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았더라면...
전부터 막연하게 '함 볼까??'란 생각은 하고 있었으니, 나중에라도 봤겠지만, 더 늦지않게 이제라도 봐서 참 뿌듯하다.
식사를 제공하는 하숙집, "해피네스 산챠!".
앞에는 시원스런 냇물이 흐르고, 하숙집으로 이르는 길엔 해바라기가 길쭉히 자라있는 곳.. 여름이면 넝쿨이 하숙집 외관을 뒤덮고, 집 앞 냇물에 맥주병과 과일을 듬뿍 담가놓고,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청아한 풍경 소리와 더불어 전차가 지나가는 소리, 매미소리,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는 곳!
그 곳엔 개성 강한 네 여자가 산다.
스리랑카로 떠난 아빠를 대신해 하숙집을 운영하는 '유카', 해피네스 산챠에서 삼십년이 넘게 살고 있는 중년의 대학 교수, 죽은 쌍둥이 언니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을 안고 사는 에로 만화가 '키즈나', 그리고 함께 일하던 동료이자 친구가 회사돈 3억엔을 횡령해 도주한 사건을 계기로 가장 마지막으로 하숙집에 들어온 신용금고 직원 '토모코'...
이십대 초반(유카), 이십대 중반(키즈나), 삼십대 중반(토모코), 오십대 중후반(교수)의 나이도 직업도 성격도 모두 다른 여자 넷이 한데 어울려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며 살아가는 모습이 참 정겨웁다. 다 큰 어른임에도 그들은 여전히 고민하고, 방황하고, 실수하고, 하나하나 새로이 깨달아가며 성숙한다. 그 모습이 좋았다. 어느새 훌쩍 먹어버린 나이에 비해 한없이 모자란 내 모습을 반영한 듯 해서 그들을 보면 위안이 되었다. 괜찮다고.. 지금의 나라도 충분히 괜찮다고...
「 수박 」 은 지금껏 본 힐링 라이프를 주제로 한 영상물들 중 가장 생동감 있고, 유쾌했다. 바바 마리코의 3억엔 횡령 사건이나 토모코 엄마의 암 수술 등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들부터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들까지 따뜻하고 편안하고 유니크하게 풀어나가는 점이 좋았다. 한 회, 한 회 마다 에피소드가 있는 형식으로 매 회 '유카'의 나레이션으로 끝나는 방식도 좋았다. 또 여름을 상징하는 '풍경'이나 '카토리부타'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하숙집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 수박 」 은 묘하게도 이후의 "힐링라이프" 작품들과 연결된다. 조금은 억지러울 수 있는 지극히 갠적인 느낌인데, '츠나요시'(키즈나가 키우는 고양이)와 '풍경', '카토리부타', '이치카와 미카코'(유카 역)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와 연결되는 듯 하고, '고바야시 사토미'(토모코 역)와 그녀가 극 중에서 바바짱의 3억엔 횡령 사건 후 길거리에서 보았던 3억엔 복권 광고 깃발, 그리고 한번도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단 설정은 "카모메 식당"의 "사치에"를 연상시킨다. 마치 수박의 '토모코'가 이후 복권에 당첨되어 핀란드의 헬싱키로 날아가 식당을 연 것 같달까? 또 '모타이 마사코'는 수박에서도 '마마'로, "빵,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에서도 '마마'로 나온다.
이제 또 무얼 봐야 하나?
「 수박 」 같은 숨은 보석 같은 드라마가 또 있나 찾아봐야 겠다.
- [일드] 빵, 스프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 무레요코[1] - 빵, 수프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들... 힐링이 필요해!_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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