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 감독 : 나이토 에이스케
- 주연 : 카호(나카무라 역), 노무라 슈헤이(유이사 역)
심히 불편한 영화였다.
밝은 영화는 아닐 거라고 예상했다만, "퍼즐"이란 제목에 낚여 미스테리적인 면이 있을 거란 기대도 함께 했다는 게 치명적 실수였다. 정신 건강 상 이런 영화는 애초에 안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포스터에서 B급 냄새가 풍길 때 외면했어야 하는데... 초반부에 특히 두드러졌던 저예산 영화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빈약한 연출력과 조연 배우들의 발연기가 눈에 거슬린다 싶었을 때 딱 그때 멈췄어야 했는데...
예전에 단순히 반전 영화라는 얘기만 듣고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을 보다가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만큼 끔찍해서 보다 만 적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영화는 용케 끝까지 봤는지 모르겠다.
혹자는 이 영화를 두고 "쏘우+올드보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그 두 영화에서 불편한 부분만 가져와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두 영화 다 안 좋아하는 내가 좋아할 리가 있나?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잔인해 진다. 고어 매니아들은 시시하다며 코웃음 칠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신체 훼손 장면을 잘 못 보는 내겐 너무 괴로웠다. 무엇보다 정상적인 인간이 하나도 없다는 게 끔찍했다.
'유이사'의 복수는 통쾌한 복수라 하기엔 당위성도 없고, 복수 방법도 너무 잔혹해서 정당성을 잃어버렸다. 또 그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는데, 자신이(임산부 여교사), 자신의(가해자 남학생 중 한명의 아버지로 직업이 형사임) 아들이 한 짓에 대해서 뉘우치고 반성하기는 커녕 자신들이 당한 것에만 분노하고 복수하려드는 모습은 정말 경멸스러웠다.
피해자 여고생인 '나카무라'만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의 인물이었다. 어디까지나 복수를 망설이는 모습에서 결국은 함께 가담하게 되는 초기의 모습까지만 말이다. 자신이 당한 게 있으니 갚아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지만, 그건 딱 가해 당사자들에게만 갚아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관용이 없는 복수는 잔혹하다.
대부분 복수는 당한 것 보다 더 가혹하게 행해진다. 그리고 그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섬뜩한 순환이다.
그리고 그 순환을 이어가는 것도 인간이고, 끊을 수 있는 것도 인간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카무라'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섣불리 이래라저래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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