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영화 "안경" 리뷰 때도 언급했었지만, "고양이를 빌려 드립니다"와의 인연이 이번에는 "무레요코"에게까지 이어졌다.
영화 "카모메 식당"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가 "무레요코"이며(먼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무레요코에게 소설 집필을 의뢰했고, 다시 완성된 소설을 각색하여 영화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녀의 또다른 소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은 드라마로 제작되었는데, "고바야시 사토미"를 비롯 "모타이 마사코"와 "미츠이시 켄", "카세 료" 등 영화 "안경"의 주인공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사실을 새로이 알게 됐다. 한가지 재미있는 건 "안경"의 또다른 주인공 "이치카와 미카코"는 빠졌지만, 그녀의 언니 "이치카와 미와코"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드라마 "수박"에서는 "고바야시 사토미", "모타이 마사코", "이치카와 미카코"를 만날 수 있다.
일명 "슬로우 라이프"를 주제로 한 작품들엔 언제나 그녀들(오기가미 나오코, 무레요코, 고바야시 사토미, 모타이 마사코, 이치카와 미카코)이 있다.
그녀들의 영향으로 요즘 그녀들이 관계한 작품을 하나하나 섭렵중이다. "수박"은 현재 보고 있는 중이고, 얼마 전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이하 '빵수고')"을 읽었다. 조만간 드라마도 볼 예정이다.
"빵수고"는 혼자 사는 오십대 여자 아키코의 삶을 그리고 있다. 오십대의 미혼 여성이라니... 나는 30대 여성일 거라 예상했기에, 그녀의 나이가 언급된 순간 흠칫 놀랐다. 그리고 중년 여자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가 자못 궁금했다. 왠지... 머지않은 내 미래의 일일 것 같아서...^^;;;
하지만 내 미래를 비추어 보기엔 아키코의 삶은 너무도 풍족했다. 그동안 출판사에서 착실히 일하며 모은 돈도 있고, 엄마에게 물려받은 식당도 있고...
앞으로 더 나이가 들어서도 혼자 살려면 아키코처럼 어느 정도 재력은 있어야 겠구나..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앞서 생각되어 그동안 살아온 삶에 대한 회의감과 불안한 미래에 덜컥 겁이 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견뎌야 할 외로움의 무게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꽤 무거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키코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동네 아저씨들의 아지트였던 엄마의 식당을 개조해 샌드위치와 수프만을 파는 식당으로 바꿨다. 그리고 예의 바르고 성실한 종업원 "시마"와 함께 식당을 이끌어 간다. 일을 마친 뒤나 휴일에는 회색 줄무늬 고양이 "타로"와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옛 지인이 식당으로 찾아오고, 그녀를 통해 그냥 묻어두고 살아가려고 했던 돌아가신 아빠에 대한 이야기와 이복형제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아키코는 사생아로 자랐다.
그녀의 삶에서 아빠란 존재는 애초부터 없었다.
엄마에게서 아빠는 이미 돌아가셨고, 스님이었다는 단편적인 사실만을 들었을 때도 더이상 궁금해 하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역시 핏줄은 당기는 것인지 그녀는 한때는 아빠가 지금은 이복오빠가 있다는 절을 찾아가고,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않은채 이복오빠와 올케언니를 만난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가장 많이 믿고 의지했던, 유일한 가족이었던 고양이 "타로"가 죽었을 때도 그들을 찾아갔다. "타로"는 죽었지만, 이제는 그들의 존재가 새로운 위안이 된 것이다.
역시 세상은.. 철저히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나보다. 무엇이 되었건 의지할 곳을 필요로 하는 건 살아가기 위한 본능인 걸까?
얼마든지 혼자서 살 수 있으리라 믿는 건 굉장한 오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샌드위치를 만들고, 수프를 끓이는 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온하고 여유롭게만 보이는 그녀의 삶속에도 상처가 있고, 외로움이 있고,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아키코에겐 함께 식당을 이끌어 갈 "시마"가,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오랜 이웃들이, 그리고 "타로"를 대신해 줄 이복오빠와 올케언니가 있다.
마지막 부분이 다소 지루했던 점만 빼면 대단한 사건, 사고도 놀라운 반전도 없었지만, 잔잔하고 좋았다.
"빵수고"는 왠지 책 보다는 드라마로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아키코가 직접 만드는 음식들을 영상으로 보면 절로 마음이 포근해질 것 같다.
이제 드라마의 감동을 느껴봐야겠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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