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 주연 : 고바야시 사토미('타에코' 역), 모타이 마사코('사쿠라' 역)', 미츠이시 켄('유지' 역), 이치카와 미카코('하루나' 역), 카세 료('요모기' 역)
영화 "안경"의 시간적 배경은 봄이다.
지난 주에 봤는데, 어쩜 이 계절에 딱 맞는 영화를 골랐는지.. 이런 소소한 우연에서도 나는 운명을 느낀다.^^
이번이 네번째다.
첫번째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두번째는 요시노 이발관, 그리고 세번째는 카모메 식당..
어찌하다보니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들을 섭렵하고 있다.^^
그건 첫번째로 봤던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이후 "고양이")의 감동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리라.
그뒤 "카모메 식당"(이후 "카모메")과 "요시노 이발관"(이후 "요시노")도 그녀의 작품이었단 사실을 알고는 무척 놀랐다.
"카모메"도 "요시노"도 보지는 못했지만, TV 영화소개 프로에서 꽤나 호평했었던 작품이라 괜찮은 작품인가 보군 하고,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카모메" 같은 경우는 영화의 존재를 알기도 전에 영상을 먼저 접했었다. 당시 가끔씩 가는 술집이 있었는데, 한쪽 벽면에 설치된 슬라이드에서 소리도 없이 그저 한가지 영상만 끊임없이 흘렀었다.
가끔씩 영상에 눈길을 주긴 했지만 왠지모를 이질적인 느낌에 큰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주방인지 식당인지 요리하는 모습과 하늘색(주인공이 운영하는 식당의 벽면 색인데, 당시는 그저 색감만 기억했었다), 그리고 일드에서도 본 적이 있던 여배우(극중 '미도리' 역이었던)의 언제보아도 놀라게 되는 그 강한 인상(?)만은 내내 남아 있었다.
이후에 그 영상이 유명한 영화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좀처럼 보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은 볼 운명이었던 건지 조금은 먼 길을 돌아 보게 됐다.
어찌보면 "카모메"야말로 운명적인지도..
하지만 이번에 본 "안경"이 더 좋았다. 그러니 "카모메"를 제껴두고 이렇게 "안경" 이야기를 하는 거겠지.^^;
내가 안경을 쓰고 있기 때문인지 제목부터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어디선가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좋지 않은 평을 본 후엔 좀처럼 보고 픈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시간이나 죽일 겸 볼만한 DVD를 찾다가 "안경"을 떠올렸고, 남의 의견보다는 지금껏 내가 본 "오기가미 나오코"(이후 "오기가미")의 영화들을 믿기로 했다. 무엇보다 "고양이"의 주인공이었던 "이치카와 미카코"(극중 '하루나' 역) 를 보고 싶었다.
우스꽝스러운 영화 포스터는 끝까지 미덥지 못했지만, 그녀가 나온다니까!
오기가미의 영화를 쭉 보다보면 특별히 애정하는 배우들인지 같은 배우들이 매번 나온다.
특히나 "안경"에서는 이제껏 다른 세 작품에서 익숙해진 주요 배우들이 모두 나왔다.
음.. 이른바 "오기가미 나오코 사단(?)"인가?
특별히 애정하는 배우들인지 아니면 한번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감독의 성격인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론 딱 지금까지만이었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에선 새로운 얼굴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저리 주저리 쓸데없이 서두가 길어졌다.
이만 싹뚝!
영화를 보면서 촬영지가 제일 궁금했다.
지중해를 닮은 에메랄드빛 바다!
오키나와일까 생각했다.
알아보니 요론섬이라고 큐슈의 최남단인 가고시마와 오키나와 중간에 있는 섬인 듯 하다.
"타소가레"가 특기인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섬!
나도 "타소가레"라면 자신있는데 말이다.^^;
영화에서의 "타소가레"는 그저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것 인 듯 하다.
무엇을 생각하든 자신만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
"하루나"와 "요모기"가 방파제에 앉아 낚시를 하며 보내는 시간, "타에코"가 해변에 앉아 뜨개질을 하며 보내는 시간, "사쿠라"의 빙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가게 앞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빙수를 먹는 시간...
그 모든 시간들이 "타소가레"이며, 그것이 곧 진정한 마음의 평안, 힐링인 듯 하다.
처음엔 요즘의 내 삶 자체가 "타소가레"와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섬을 찾은 "타에코"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여행이란 걸 떠나지 않았을 뿐이지 지금 넘치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
하지만 분명 다르다.
내겐 이 시간을 진지하게 음미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 말이다. 따라서 절대 타소가레 할 수가 없다.
내게도 요론섬이, 요론섬의 바다가, "사쿠라" 할머니의 빙수가, "하마다('타에코'가 섬에서 묵는 민박집)"의 따뜻하고 정갈한 식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내 주위엔 그것들을 대신해 줄 것이 없다.
"타에코"의 여행을 보며 지금까지의 나의 여행을 돌이켜봤다.
무엇이 불안해 그리 바리바리 싸짊어 지고 다니는지... 학교 다닐 때도 제대로 지켜본 적 없던 시간표를 짜들고는 힘들다고 호소하면서도 부득부득 지키려 드는지...
그러니 매번 "타소가레"와는 먼 여행이 되버리는 거겠지..
물론 휴식을 위한 여행이라기 보다는 관광을 목적에 둔 여행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참다운 휴식을, 타소가레의 시간을 가질 수는 없는 건지...
영화를 보며 몹시 여행이 가고 싶었다.
꼭 요론섬이 아니더라도, "타소가레"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하지만 알고 있다.
지금의 난 그 어디를 가든 "타소가레" 할 수 없다는 걸....
아!
"타소가레"하고 싶다.
"힐링"하고 싶다.
.......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고 싶다.
그래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잠시나마 위로받을 수 있어 따뜻했다.
덧>
주인공들은 모두 안경을 쓰고 있다.
안경을 쓰고 있다는 공통점, 그것은 이꼬르 그들 모두 "타소가레"에 능한(?) 이들이란 공통점을 내포하는 걸까?
그리고 뜬금없어 보였던 마지막 그 안경은 "타에코"의 귀환을 의미하는 것이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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