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1999)
- 감독 : 마초성
- 주연 : 임현제(양파 역), 장백지(초란 역)
아직,, 감성 충만했던 시절에 봤던 영화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 뒤로 한번 더 봤던 것 같기도 하고...ㅋ 폭포 줄기 같은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봤었는데, 그렇게 슬펐음에도 밝고 예쁜 '착한' 영화로 기억한다. 청정수? 무공해?...같았달까?
정말 재밌게 봤음에도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최근 우연히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보고는 기억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너무 오래 전에 봤어서 스토리의 상당 부분이 기억나지 않았다. 결말이 해피였는지 새드였는지도...^^;
언제 다시 한번 더 봐야지 했는데, 그 기회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양파는 언제나 밝다.
앞도 볼 수 없고 말도 할 수 없지만,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엔 항상 웃음이 한가득이다. 칠레레 팔레레 너무 웃으니까 살짝 모자라 보이기 한다.
초란은 양파를 돌봐주는 간호사다.
1년 전쯤 양파가 일하고 있는 병원으로 오게 되었고, 양파의 머리를 13번이나 깎아주는 동안 둘은 친한 사이가 되었다.
어느날 밤, 병원 숙소(?) 옥상 난간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우연히 별똥별을 보고는 소원을 두 개씩 빈다. 초란은 양파의 눈이 보이게 되어 유성우 쇼를 함께 보는 것이고, 양파는 자신처럼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 모두 눈이 보이게 되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소원 하나를 말해준다. 하지만 나머지 소원 하나에 대해서는 비밀로 남겨둔다.
이후 사고로 양파가 죽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판타지가 시작된다.
양파는 죽어서 북극성으로 죽은 사람들을 보내는 일을 하는 중간계(?)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앞 자리를 양보한 덕분에(이 부분은 옛날 기억으로, 이번에 다시 본 영화에서는 짤려 있어 확실치는 않다), 행운의 당첨자가 되어 다시 지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앞도 보이고 말도 할 수 있지만 사람들에겐 그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일 것이고, 자신이 누군지 밝힐 수 없으며, 단 5일 밖에는 머무르지 못한다는 제약을 안고....
지상에 내려온 양파는 탁지문(양파가 가입한 사망보험 담당자)이란 이름으로 위장해서 초란을 찾아가고, 자신이 초란을 사랑하는 만큼 초란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엔 필사적으로 자신이 양파임을 알리려고 애쓰지만 소용없음을 알고 낙심한다. 그러나 이내 자신을 알리는 일이 초란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일임을 깨닫고는 떠나는 마지막날, 자신과 달리 그녀 곁에 오래 머물며 지켜줄 수 있는 호선생(초란을 짝사랑하는 의사선생)과 잘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양파가 지냈던 방을 찾은 초란은 그곳에서 색소폰과 일기장을 보고는 탁지문이 양파임을 깨닫고 그를 찾아 병원을 헤매인다. 드디어 둘은 진실로 마주하지만, 양파는 끝내 자신이 양파임을 부정하고 모습을 감춘다. 결국 초란은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하고....
별똥별을 보았던 옥상 난간에 또다시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전에 말하지 못했던 남은 소원을 밝히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나 함께 보기를 원했던 유성우 쇼가 시작되자 양파는 떨어지는 별똥별들 사이로 아스라히 사라진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가지말라고 울부짖는 사랑하는 초란을 홀로 남겨두고....
이번에 다시 보며 예전에 느꼈던 밝고 예뻤던 느낌은 그대로였는데, 눈물은 단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아! 그래, 이 장면! 여기서 엄청 울었었는데...'하고, 어떤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었는지는 기억이 되살아 났지만...^^;;;
양파가 탁지문 행세를 할 때 초란에게 양파의 일기를 읽어주겠다며 빈 일기장을 점자가 찍혀있는 것 처럼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초란과 함께했던 행복했던 지난 추억들을 들려주던 장면...
초란이 모습을 감춘 양파를 끌어내기 위해 물 공포증이 있어 수영도 못하면서 수영장으로 뛰어들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양파가 곧바로 뒤따라 뛰어들던 장면...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 쥘쥘 짰던 것 같다.ㅋㅋ
장백지는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고, 임현제는 반대로 못생기고 스타일도 영 맘에 안들어서 영화 초반부엔 감정이입하기가 좀 힘들었는데, 양파의 순수하고 밝은 모습을 완벽히 소화해내서 금새 호감으로 바뀌었었다.
이번에 다시 보며 임현제 씨를 검색해 봤는데, 짧은 머리를 한 모습은 완전 매력있고 멋있더라.ㅎ
감동은 예전만 못하고, 단점도 더러 보이고, 새드엔딩은 여전히 아쉽지만, 양파와 초란의 순수하고 진실된 사랑이 입가에.. 가슴에.. 잔잔한 미소와 여운을 남기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특히 색소폰 소리와 ost는 새삼 가슴속을 파고 들어왔다. 만약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진다면, 그땐 양파와 초란의 사랑 보다도 그 둘 사이에 흐르는 음악이 듣고파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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