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카는 네덜란드 광장을 중심으로 관광지들이(말라카에서는 발 닫는 곳 모두가 유적지라는..ㅋ) 가깝게 모여있어 걸어다녀도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해상 모스크까지는 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도 그럴것이 "해상 모스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바닷가에 있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도 생각보다 멀었다. 가면서 택시를 타면 모를까 혼자서 찾아오긴 힘든 곳이라고 생각했다.
해상 모스크는 사원이라기 보다는 궁전 같았다.
평범한 사람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의 영역처럼 느껴졌다.
들어가 볼 수도 있는 것 같긴 했는데, 그럴만한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서 밖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모스크 앞에서 만난 고양이.
눈동자 색깔이 참 신비롭고 예뻤는데, 앞 모습을 찍으려고 하면 자꾸만 휙휙 돌아서는 바람에 이렇게 뒷모습밖에 찍지 못했다. ^^;
일본에서도 그렇고, 이렇게 낯선 외국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왠지 더욱 방갑다.ㅎㅎ
말레이시아 여행을 갔을 때 라마단 기간이었는데, 그래서 이렇게 흔치 않은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이라는 뜻이며, 이슬람력으로 아홉번째 달을 일컫는다. 아홉번째 초승달이 육안으로 보이면, 라마단이 시작되는데, 그로부터 한 달 동안 일출부터 일몰까지 물은 물론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담배도 안되고, 성관계도 안된다. 하지만 이 모든 건 해가 떠 있는 동안만 금기시 될 뿐, 해가 지면 다시 자유롭게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다.
그래서 해상 모스크에서도 마지막 기도를 드리고 나서, 해가 진 후 다 같이 모여 음식을 먹고 있었다. 라마단 기간에는 낮에 먹을 수 없기 때문에 해가 진 후, 더욱 성대하게 잘 먹는다더니 정말 그런 듯 했다.
겉보기에는 외국 영화에 나오는 야외 결혼식장 피로연 같았다.
먼발치서 그들을 바라보며, 이색적인 장면이라 신기하고 흥미로웠기도 했지만, 순간, 내가 낯선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자각케했다.
날이 어두워지고, 조명이 드리워지자 해상 모스크는 더욱 신비로워졌다.
해상 모스크 앞에는 거대한 탑이 하나 세워져 있었는데, 실제로 보면 높이가 어마어마하다.
미처 몰랐는데, 사진 찍어 놓은 걸 보니, 길쭉한 탑을 에워싸고 있는 꽃잎 모양 차양막(?)이 과히 예술이다.
이슬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 탑에서 막연히 "메카"가 떠올랐다.
첨엔 화장실인가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기도를 드리기 전에 손과 발을 씻는 곳 같다.
역시나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기도 하고, 욕실 타일이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바닥에 축축하게 물기가 있을 것만 같아서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저 남자 그림 표시는 남성 전용이라는 뜻일까????
고급 리조트 느낌이 나는 길....
왠지 이런 길은 하늘하늘 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긴 머리를 바람에 흩날려 주며 걸어가야만 할 것 같다.ㅋ
이 길을 따라 앞으로 나가면, 말라카 해협이 펼쳐진다.
하지만 바다 보다도 바다 위에 지어진 해상 모스크가 단연 눈에 들어온다.
정면보다도 측면이 더욱 아름다운 해상 모스크.
하얀색 보름달과 함께 신비로움을 마구마구 뿜어낸다. 라마단스럽게 초승달이 떴으면 더욱 신비로웠을 것 같다.
말라카 해협을 마주보고 앉아있는 서양 여인네들...
그녀들의 저 여유가 어찌나 부럽던지....
정말이지 이 자리를 뜨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이제 막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여름 날의 저녁 공기 속에서, 말라카 해협을 마주하고 앉아 해상 모스크를 벗삼아 오래토록, 아주 오래토록 앉아 있고 싶었다.
날이 저물수록 더욱 아름답고 신비로워지는 해상 모스크.
이만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것이 미치도록 아쉬웠다.ㅜㅜ
사실 해상 모스크는 가장 기대를 안했던 곳이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곳일 줄이야....
말라카의 밤을... 해상 모스크의 신비로움을 마음껏 만끽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자꾸만 나를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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