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속죄, 소녀까지 내리 세편이 모두 만족스러워서 읽어보지도 않고 사버렸다. 그만큼 미나토 가나에에 대한 신뢰는 두터웠다. 하지만.. '먼저 빌려 읽어봤어야 했어!' 하고 후회했다. 아마 앞서 읽었던 세 작품들의 반전이 워낙 쎗기에 절로 기대치가 높아졌고, 그래서 실망이 컸던 것 같다. 야행관람차는 지금까지 읽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들 중 반전이 제일 약하다. 누군가 극적인 반전의 재미를 기대하고 이 책을 읽으려 한다면 기대치를 한껏 낮추라고 말하고 싶다. 그럼 꽤 괜찮을 거라고.
미루어둔 리뷰 청산을 위해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땐 한번 실망한 뒤라 그랬는지 몰라도 나름 재밌었다.
언덕위의 고급 주택가, 히바리가오카.
그 언덕을 동경하여 자그마한 땅을 구해 비집고 들어온 엔도 가족.
옆집 사토코 씨의 말을 빌자면 누군가네의 주자창을 짓는가 보다고 여길 정도의 작은 땅이었다. 그곳에 히바리가오카에서 제일 작은 집을 지었다. 엔도가(家)의 안주인 마유미는 행복했다. 자신의 평생 소원인 단독주택을 갖게 되었으니까. 이제 하나뿐인 딸 아야카만 히바리가오카에 있는 사립 명문 S여학교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아야카는 그리 똑똑한 아이가 아니었다. S여학교에 떨어진 아야카는 언덕 아래 A여중에 가게 됐고, 그때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아야카는 툭하면 히스테리를 부렸다. 아야카가 아무리 되바라진 짓을 해도 마유미는 그저 묵묵히 받아줄 뿐이고, 그 사이에서 가장인 게이스케는 언제나 방관자다.
엔도 가족의 집 앞에는 남부러울 것 하나 없을 것 같은 다카하시 가족이 산다.
가장인 히로유키는 의사이며, 안주인 준코는 빼어난 외모의 소유자다. 장남인 요시유키는 의대생이고, 차녀인 히나코는 아야카가 떨어진 바로 그 S여학교에 다니며, 막내인 신지 역시 명문 중학교에 다니는데, 인기 아이돌을 닮았을 만큼 외모도 뛰어나다. 그런데 모든 것이 완벽해보이는 이 다카하시가(家)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아름다운 아내가 남편을 죽였다. 표면적인 동기는 남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서라는데, 사건이 일어난 밤 엔도 가족 모두와 사토코는 들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준코와 신지의 다투는 소리를...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야행관람차는 다카하시가(家)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사건의 당사자들인 다카하시 가족과 엔도 가족, 아야카가 별가방이라 부르는 히바리가오카의 원년 멤버 사토코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들은 모두 우리사회의 비뚤어진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 이상적인 모습으로 히나코의 친구 아유미의 가족이 나온다.
부모에게 당신이라 부르며 막돼먹은 짓거리를 해대는 아야카.. 분수에 맞지않는 꿈을 꾸는 마유미.. 집안의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않고, 그저 회피하려고만 드는 비열한 게이스케.. 자신들 보다 못하다고 여겨 엔도 가족을 업신여기는 히나코와 신지.. 죽은 전처와 자기소모적인 신경전(?)을 벌이는 준코.. 엔도가와 다카하시가를 오가며 오지랖을 행사하시는 사토코.. 취집을 위해 장래성이 유망해보이는 의대생인 요시유키에게 공들이는 아카리..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다 속이 메스꺼울만큼 추악하고 혐오스럽지만, 바로 우리네의 숨겨진 또다른 얼굴임을 알기에 매번 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욕하고 비난하다가도 다름아닌 나에게 그런 모습은 없는지 스스로를 반추하게 한다.
마지막에 사토코의 모습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처음 읽었을 땐 느끼지 못했는데, 이러니저러니해도 인간에게는 마지막의 사토코와 같은 면이 있다는 게 새삼 위안이 된달까?(그이전에도 사토코의 오지랖이 진가를 발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다는...ㅎ) 비록 큰 위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결 마음 편하게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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